오늘은 교사절이다.
함께 교단에 섰던 몇몇 친구들이 어렵사리 한자리에 모였다. 퇴직한 지 벌써 15년. 출근할 때는 서로가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 미처 몰랐다. 매일 마주 앉아 교안을 쓰고 아이들을 가르치고 때로는 함께 웃고 울면서도 그것이 언제까지나 이어질 줄 알았다.
그러나 퇴직과 함께 모든 것이 달라졌다.
학교에 갈 리유도, 매일 만날 사람도 사라졌다. 첫 모임에서 우리는 서로를 부둥켜안고 한참을 울었다. 그동안의 적막함과 그리움을 한꺼번에 쏟아냈다. 그렇게 2년에 한번씩은 꼭 만나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세월은 약속보다 빨랐다. 자식을 따라 연해도시로 떠난 친구도 있었고 한국으로 돈을 벌러 간 친구도 있었다. 각자의 삶을 살아내느라 서로의 소식도 뜸해졌다. 그렇게 십년이 흘렀다.
세월은 물처럼 흘러도 류행은 제자리로 돌아온다고 했던가. 요즘 젊은이들의 허리춤에서 다시 널적한 바지가 류행이라고 하니, 흘러간 세월의 무게를 실감하게 된다. 하지만 내 기억 속의 ‘나팔바지’는 단순한 류행의 아이템이 아니였다. 그것은 나의 젊은 날의 땀방울이였고 자식들을 밝은 세상으로 내보내기 위해 바느질 끝에 새겨 넣었던 희생의 기록이였다.
련속 작전으로 오늘은 날이 밝기전 어둑한 시각에 호텔에서 떠나 버스를 타고 그랜드 캐니언으로 향하고 있다.
떠나기 전에 자상한 딸이 나에게 그랜드 캐니언에 대해 소개해주었다. 그랜드 캐니언은 미국 애리조나주 북부에 위치한 거대한 협곡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하고 장엄한 자연 경관 중 하나란다. 콜로라도강이 수백만년 동안 침식 작용을 하며 만들어낸 이 협곡은 길이 약 446km, 폭은 최대 29km, 깊이는 약 1.6km에 달한다고 한다. 그랜드 캐니언은 깊이가 약 1,500m나 되는 세계에서 가장 경관이 뛰여난 협곡이란다. 애리조나주에 있으며 그랜드캐니언 국립공원(Grand Canyon National Park)을 가로지른다. 그랜드캐니언의 수평 단층은 20억년 전 과거의 지질학 력사를 거슬러 올라간다. 이곳에서는 또한 선사시대부터 가혹한 환경에 적응해 온 인간의 력사도 추적해볼 수 있다고 한다.
살면서 즐겁고 행복했던 시절만 생각해야 하는데 나는 왜 슬프고 힘들었던 일들이 가슴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다가 문득 고개를 쳐들면서 자신을 괴롭히는지 모르겠다. 저녁에 눈을 감고 잠자리에 들면 억울했던 일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져 나는 도대체 누구인가, 왜 이렇게 살아야 하냐고 하면서 좀처럼 휴지통에 버리지 못하고 수면장애까지 온다. 사람들은 환한 전등불 속에 살아도 옛날의 등잔불을 잊지 못하는 가보다.
어제 저녁, 할빈의과대학에서 박사공부를 하는 딸 미애한테서 전화가 왔다. 남자친구가 생겼다는 것이다. 나이는 자기보다 세살 우이고 할빈 어느 대학에서 부교수로 일한다고 했다. 그 소리에 마누라는 반가와서 밥을 먹다 말고 숫가락으로 국그릇을 땡~ 하고 두드렸다.
그런데 번개불에 콩 볶듯 딸애는 남친을 데리고 오늘 우리가 사는 현성으로 왔고 그것도 우리 부부가 새로 이사한 아파트 입구까지 도착했다는 것이다.
(계집애도 참, 뭐가 급해서 이렇게 보채는 거지?)
나는 속으로는 뛸 듯이 기뻤지만 겉으로는 안그런척 두덜거리며 다급히 아파트로 들어오는 입구쪽으로 나갔다.
무수한 광음이 엉겨붙어
한점 수석이 되였다
태초의 혼돈을 헤치고
신성한 빛으로 온 몸을 휘감고
은하강의 물결 건너온 너는
바람의 언덕 넘어온 너는
최초의 언약을 반짝이면서
견고한 정신으로 거기 서 있다
너의 무늬는 지구의 손금
너의 색깔은 시간의 발자취
그런 네가 어찌 나의 사랑이 아니겠는가
나는 뜨락에 돌을 키운다
시 랑송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