黑龙江日报朝文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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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문학

  • 산에 오를 때면 나는 언제나 이상한 계산에 사로잡힌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이만큼 올랐다’고 생각하고 숨이 차오르면 “아직 절반도 못 갔는데”하고 중얼거린다. 산은 그런 계산을 비웃듯 가만히 서있을 뿐이다. 어느 가을날, 아침이슬이 채 마르기 전에 산길에 올랐다. 단풍이 들기 시작한 나무들은 서로를 향해 살짝 몸을 기울이고 있었고 바람이 지나갈 때면 간간이 색색의 옷을 흔들어 보였다. 나는 그 경치에 마음을 빼앗겨 잠시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 순간, 등 뒤에서 헐떡이는 소리가 들려 뒤를 돌아보았다. 흰 수염을 휘날리며 계단을 오르는 로인이 보였다. 그의 걸음은 느렸지만 단호했다. 지팡이를 짚고 한계단 또 한계단, 이마에 맺힌 땀방울이 해빛에 반짝였다.
  • ​행복은 하늘에서 우연하게 떨어지는 별찌도 아니요, 맹목적으로 땅에서 솟구치는 샘물도 아니다. 그것은 우리 내면에 존재하는 ‘심리상수’에 의해 결정되는 마음의 천평일 것이다. 가진 것이 많아야만 행복하다는 통념은 착각에 불과하다. 많은 이들이 별일없이 지나가는 하루의 가치를 간과하곤 한다. 그러나 아침에 눈을 떠 평범한 일상을 마주하는 그 담담함이야말로 행복의 본질에 가장 가깝다. 그렇다면 진정으로 행복한 사람은 어떤 사람일가? 별일 아닌 것에 고마움을 느끼고 감동받고 기뻐하고 즐거워하고 행복해하는 사람, 소박하고 욕심을 적당히 놓을줄 아는 사람, 평범하게 살고 있은 것에, 작은 은혜에도 감사해하는 사람, 남이 잘되는 것을 축하할 줄 아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다.
  • ​흙 속에서 뒹굴며 흙 속에서 잔뼈 굳던 날 흙은 나의 요람지였지 엄마 치마자락에 매달린 아이처럼 흙냄새 그리워 한줌 흙에 취하는 내 마음 그 흙에 뿌리내린 풀처럼 노루골 정든 땅 파란 손으로 매만지며 대를 이어 흙과 함께 한 오백년 살고 싶구나
  • ​딸의 결혼식이 하루하루 다가오는 어느 아침이였다. 나는 시집와서 15년간 친혈육보다 더 가깝게 지낸 아래집의 '어쩌다'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성봉 어머니, 미연이 5월 4일에 결혼해요. 별일 없으시면 오세요." 그러자 성봉 엄마가 말했다. "에그, 어쩔까. 내 지금 다리가 아파 꼼짝달싹 못하는데… 그나저나 좀만 나아져도 꼭 가겠소." 세월은 참 빠르다. 내가 시집온지도 벌써 40년이 됐다. 나는 금방 시집왔을 때 농사일을 아무 것도 할줄 몰라 '어쩌다' 엄마가 와 돌피도 알려주고 논기음 매는 법도 차근차근 가르쳐주었다. 그녀는 나를 친동생처럼 대해주었다.
  • ​어디서 왔을가? 눈매 고운 저 어린 것은 얼굴에 2만개의 눈을 달고 인간의 숲 속을 비집고 들어서더니 사람의 흉내를 내며 바람의 광장에서 너펄거리며 거품의 행복을 노래부른다 잠자리가 술을 마신다 잠자리가 인간을 마신다 잠자리가 날개를 버리고 거짓의 옷을 입고 춤을 춘다 세속의 늪에 빠진 저 잠자리는 어디서 온 나그네인가?
  • 설산이 내려준 금사 강물 장강의 기적이 시작되는 곳 첩첩 협곡을 물리치고 호랑이 한마리가 포효한다 깊은 골짜기에 부딪치며 춘하추동의 거친 세례를 마치고 하늘에 닿으려는 듯 땅을 흔들며 포효한다
  • ​지나간 삶을 어떻게 가시나무밭길과 진흙탕길을 헤치고 지나 여기까지 왔나하고 되돌아보게 된다 한때는 텅 비고 기울고 엉킨 모래탑도 쌓아보았다 이 세상에 고고성을 울린 이래로 때로는 질투의 마음도 가져봤고 자기 코대만 높은 줄 알고 남을 괄시도 해봤고 침착보다는 경솔한 일처리도 많았다 한때는 부푼 풍선마냥 실속없는 환희에 들떠 안착하지 않았고 그러다가도 주체할수 없는 자비심에 빠져 허송세월할 때도 있었다 한참 잘 나아가다가도 가슴을 도려내는듯한 고통에 시달려도 봤고 슬픈 비애에 잠겨 억제 못하고 허둥거리며 헤여나오지 못할 때도 있었다
  • 고향의 강 라고하(拉古河)에 봄이 열리는 소리 들리오 쩌엉-쩌엉 날숨을 쉬며 가슴 여는 저 소리 얼었던 령혼들이 깨여나는 저 소리 봄물이 터지오 봄볕이 깨지오 고향의 귀가 열리오
  • ​올 겨울은 유난히 눈이 많이 내리는 것 같다. 하늘이 희뿌연 얼굴을 하고 심술을 부리는 날이면 함박눈이 푸실푸실 내려서 온 천지를 하얀색으로 칠한다. 병실의 창가에 서서 눈이 내린 정원을 바라보면 정말 천상에 서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하얀 눈꽃은 나무의 크기에 따라 크기가 천차만별이다. 작은 나무에 핀 눈꽃은 활짝 핀 목화밭을 련상케하고 커다란 소나무 가지에 얹힌 눈꽃은 하얀 다리아가 활짝 피여있는 모습을 련상케하여 보는 이들의 가슴을 설레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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