黑龙江日报朝文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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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문학

  • ​살면서 즐겁고 행복했던 시절만 생각해야 하는데 나는 왜 슬프고 힘들었던 일들이 가슴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다가 문득 고개를 쳐들면서 자신을 괴롭히는지 모르겠다. 저녁에 눈을 감고 잠자리에 들면 억울했던 일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져 나는 도대체 누구인가, 왜 이렇게 살아야 하냐고 하면서 좀처럼 휴지통에 버리지 못하고 수면장애까지 온다. 사람들은 환한 전등불 속에 살아도 옛날의 등잔불을 잊지 못하는 가보다.
  • ​어제 저녁, 할빈의과대학에서 박사공부를 하는 딸 미애한테서 전화가 왔다. 남자친구가 생겼다는 것이다. 나이는 자기보다 세살 우이고 할빈 어느 대학에서 부교수로 일한다고 했다. 그 소리에 마누라는 반가와서 밥을 먹다 말고 숫가락으로 국그릇을 땡~ 하고 두드렸다. 그런데 번개불에 콩 볶듯 딸애는 남친을 데리고 오늘 우리가 사는 현성으로 왔고 그것도 우리 부부가 새로 이사한 아파트 입구까지 도착했다는 것이다. (계집애도 참, 뭐가 급해서 이렇게 보채는 거지?) 나는 속으로는 뛸 듯이 기뻤지만 겉으로는 안그런척 두덜거리며 다급히 아파트로 들어오는 입구쪽으로 나갔다.
  • ​무수한 광음이 엉겨붙어 한점 수석이 되였다 태초의 혼돈을 헤치고 신성한 빛으로 온 몸을 휘감고 은하강의 물결 건너온 너는 바람의 언덕 넘어온 너는 최초의 언약을 반짝이면서 견고한 정신으로 거기 서 있다 너의 무늬는 지구의 손금 너의 색깔은 시간의 발자취 그런 네가 어찌 나의 사랑이 아니겠는가 나는 뜨락에 돌을 키운다 시 랑송 1
  • ​책은 오래 덮여 있었지만 문장은 나보다 먼저 늙어 있지 않았다. 얼마 전 나는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를 다시 펼쳤다가 한 문장 앞에서 책장을 넘기지 못했다. “사랑하라. 그러나 서로를 속박하지 말라.” 젊은 날의 내가 이 문장을 만났더라면 아마 아름다운 문장 하나쯤으로 읽고 지나쳤을 것이다. 그러나 예순을 넘긴 지금 이 문장은 이상하리만큼 오래 마음에 머물렀다. 책을 덮은 뒤에도 쉽게 나를 놓아주지 않았다.
  • ​세상 사람들의 외모는 각기 다르다. 어떤 사람은 첫눈에 이목구비가 선명하여 잘난 사람으로 보이지만 어떤 사람은 첫눈에 그 형상이 별로여서 못난 사람으로 안겨온다. 솔직히 외모가 출중하면 쉽게 호감을 사고 외모가 부족하면 사람들 눈밖에 나기도 한다. 하지만 살다보면 때론 잘난 사람과 못난 사람의 정의가 모호 해질 때가 있다. 결국 세상 사물은 다 상대적이고 이 세상엔 절대적인 잘남과 절대적인 못남이 별로 존재하지 않는다.
  • 만화방창 푸른 숲도 울긋불긋 치장하더니 허공에 띄워보내고 흰머리 풀어헤친 갈대숲도 바람결에 아픔을 달래네 하얀 애기손같이 야들야들하던
  • 그림자가 길어지기 시작한 가을밤 북두칠성도 서쪽으로 기운다 밤하늘 은하수 밀도가 서서히 기울어짐을 흐릿한 눈으로 본다 도시의 황홀한 불빛 사이로 별 하나가 떨어진다 그것은 내 소원이 아니다 우주가 잃어버린 말 한마디
  • 집 근처 해변가로 산책을 나섰다. 시원한 바다바람을 깊이 들이키며 초록이 짙게 우거진 생명공원을 지나면 눈앞으로 푸르른 송도 앞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그네에 몸을 맡긴 채 흔들흔들, 망망대해를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노라면 마음은 어느새 저 멀리 대련 앞바다를 떠돌고 있다. 남편은 아들이 태여난지 여덟달도 채 되지 않았을 무렵, 먼저 일본으로 떠났다. 시부모님은 “우리가 아이를 돌볼 테니 너도 가서 남편과 같이 돈 많이 벌고 오너라”고 권하셨다. 하지만 나는 20년간 몸담아 온 교직을 쉽게 놓을 수 없었고 무엇보다 아들을 직접 키우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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