黑龙江日报朝文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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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문학

  • 한국 서울의 화려한 별장 대문이 열리면서 80세가 넘어보이는 로인이 나타났다. 비록 걸음이 온당치 못하지만 후리후리한 키에 풍채가 름름한걸 보아서 젊었을 때는 영웅호걸이였을 것이다. 그 뒤를 따라 작은 강아지를 안은 중년녀인이 나왔다. 별장에서 멀지 않는 공원에서 녀인은 로인의 곁에서 걷고 로인은 수시로 한손으로 강아지를 쓰다듬어주었다. 산보가 끝나 별장으로 돌아갈 때까지 녀인은 강아지를 한번도 땅에 내려놓지 않고 그냥 안고 있었다. 그들을 본 주위 사람들은 그녀의 이름을 모르고 그저 강아지 안은 녀인아라 불렀다. 이렇게 로인과 강아지를 안은 녀인은 매일 똑같은 시간에 똑같은 산보를 하면서 거의 8년이란 세월을 함께 했다. 어느날부터서인지 두 사람은 다시 공원에 나타나지 않았다.
  • ​하늘 향해 올곧게 선 멋진 큰 나무, 그 옆에 예쁜 작은 꽃 한 송이가 피였다. 어느 날부터였나, 나무는 가지를 길게 내려 작은 꽃잎을 건드렸다. 살짝살짝 들킬세라 조심조심, 꽃이 아파할세라… “귀엽고 앙큼하고 달콤하고 아름답구나 꽃아 꽃아!” 작은 꽃은 큰 나무 소리에 화들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혼잡한 먼지를 떠나 높은 언덕에 자리 잡고 고요함에 취하여 낮이면 막춤도 추고 노래도 맘껏 질렀는데… 나무가 있었구나. 부끄러운 나머지 “나무 너 입이 왜 그리 커, 날 삼킬 것 같아. 그러니 헤실헤실 웃지 마! 나무 너 소리 왜 그리 커, 하늘에 번개치는 줄 알겠다. 그러니 크게 웃지 마!”라고 앵돌아졌다. 나무는 제꺽 손으로 입을 가렸다. 서로는 언제 왔고 왜 왔는지 묻지 않았다. 고요한 시간 속에 둘은 알고 있었다. 억겁의 인연이란 걸…
  • 어느 날, 거리에서 오랜만에 지인을 만나 서로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수십년 세월이 젊은 시절의 풍모는 빼앗아갔지만 소탈하고 유머가 있는 성품은 여전히 그대로였다. 그 순간 우리는 서로의 변화를 알아차리며 짧지만 진솔한 말들을 주고받았다. 나는 우리의 인사가 단순한 례의가 아니라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마음을 나누는 따뜻한 대화임을 느꼈다. 비록 각자의 길을 걸어왔지만 그 짧은 만남은 길가에 피여난 작은 꽃처럼 내 마음을 훈훈하게 적셔주었다.
  • 사람들은 내게 묻지 세월의 흔적은 어디 두고 미소 뒤 숨긴 젊음의 비결이 무엇이냐고 나는 대답하지 한글자로 ‘산’이라고 묵은 숨 토해내고 새 숨 가득 채우는 길 땀방울로 세월의 먼지 씻고 굳은살 깎여나가는 기분
  • ​보슬보슬 봄비가 내린다 젖줄기 받아 문 꽃나무 수유하는 소리 맛갈스럽다 사처에 봄의 눈망울 개구리눈처럼 불거졌다 장미꽃 나무는 파란 눈망울 개나리꽃 나무는 노란 눈망울 진달래꽃 나무는 빨간 눈망울 목련꽃 나무는 하얀 눈망울… 수묵산수 등불을 켠듯이 환해졌다 해마다 다시 만나는 봄인데 처음인듯 신기하게 바라보는 고운 눈망울 꽃샘바람에 씻은 고운 눈망울
  • ​복화는 이름과 어울리지 않게 복이 없는 처녀였다. 원래는 부모가 복이 꽃처럼 피여나라고 ‘복화’라고 이름을 지었건만 시골에서 태여난데다 다병한 아버지때문에 초중을 졸업하고는 농사일에 나서야 했다. 3년간 농사일을 하다가 친구의 알선으로 A시에 가서 보모란 직업을 찾았다. 늙은 어머니가 스무아홉살 나는 아들과 함께 있는 집이였다. 아파트에서 사는 은행직원인 아들 성길이는 인물체격이 좋고 몸단장이 깔끔한데다 품위가 있어보였다. 그와 반대로 안로인은 성격이 퍼그나 괴벽했다. 하여 복화는 다른 집을 선택하려다가 마음을 무척 끄는 것이 있어 주춤하고 말았다. 그것은 객실에 놓인 책장이였다. 그 안에는 수많은 책들이 절서정연하게 꽂혀있었는데 워낙 학교 때부터 독서에 재미를 붙인 복화는 그 수두룩한 책을 보자 눈앞에 아롱진 세계가 펼쳐진 듯 했다.
  • 검은 장막 드리운 듯 독을 잔뜩 머금은 살모사인 듯 몸을 웅크린 대한의 밤 길가의 나무들은 꼿꼿이 서서 삼동 추위가 누구를 해칠가 봐 뾰족한 가지를 빼들고 초병마냥 거리를 지키고 서있다 그래서 대한날 밤은 평화롭고 고요해 별들은 시름놓고 나와 놀고
  • 오십년이 넘는 세월이 흘러 머리칼은 희끗희끗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기억의 창고에도 먼지가 소복이 쌓인다. 그런데도 어쩌면 이렇게 선명한가. 그 옷, 내가 가장 아끼고 사랑하며 나들이 때마다 애지중지 입었던 그 예쁜 진달래꽃 블라우스가 문득문득 떠오르곤 한다. 첫날 함 속에서 유난히 빛을 발하던 2호 사이즈의 앙증맞은 그 블라우스는 동서가 연길백화점에서 구매한 최고급 질감으로 만들어진 옷이다. 연분홍빛 진달래꽃이 옷감 가득 정겹게 피여나던 그 옷,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두근거린다. 시집간 날 저녁에 식구들이 함을 열자 눈이 부셨다. 여러 혼수품 중에서도 내 눈을 사로잡은 것은 단연 그 블라우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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