黑龙江日报朝文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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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문학

  • 1944년생인 내가 금년에 여든한살로 파파 로인이 되고보니 세월이 참 빠르다는 실감이 난다. 청춘의 열기로 넘친 20대에 연변대학 조선어문계 3학년을 다니면서 1966년 국경절에 있었던 일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눈깜작할 사이 59년이나 흘렀으니 말이다. 이 반세기 넘는 사이 매번 국경절만 돌아오면 평생에서 가장 뜻 깊었던 그날의 모든 것이 눈앞에 삼삼이 떠오르며 기분이 엄청 좋다… 1966년 9월 23일, 국경절을 며칠 앞두고 우리 연변대학 학생들은 주은래 총리의 부름에 따라 북경에 가서 국경절 대시위 경축모임에 참가하게 되였다. 백문불여일견(百闻不如一见)이라고 그날 아침, 자나깨나 수도 북경을 외우고 그리워했지만 직접 내 눈으로 보기는 처음이였다. 하여 북경역에서 내린 우리 시골 대학생들의 눈이 화잔등 같았다. 백미터 경주해도 될만큼 넓은 거리가 온통 빨간색으로 물들었고 그렇게 수많은 빨간 기대를 꽂은 차들이 실북 나들 듯이 오갔다.
  • 방정맞게도 친구와 만나기로 한 약속 당일은 마가을 궂은비가 질척거리는 날이였다. 정자가 정한 장소는 해란강판점 일층, 경사진 올라막을 넘어 위생실 앞 46호 자리였다. 문에 들어서서 목을 늘려 보니 꼬불머리 둘이 나와 등지고 앉아있었다. 한명은 정자일테고, 다른 한명은 누구지? 의문이 머리를 맴돌며 그들 앞으로 다가섰다. 정자는 동행한 숙이를 가리키며 미리 알리지 못한 점을 언급했다. 역시나 전부터 둘은 마을에서나 학교에서나 그림자처럽 붙어다니던 짝꿍이였으니 함께 오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한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인사치레가 끝난후 숙이의 첫마디는 나를 놀라게 했다. “너는 좋겠다. 남편이 건재하고 달마다 생활 보장금도 받으니 늘으막에 생활이 걱정 없겠지. 우리는 이 나이에 남편을 잃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후…” 정자도 “우리 팔자는 왜 이렇게 뒤틀렸을까?”라며 한숨을 쉬였다.
  • 마당 나무잎이 노랗게 물들면 나는 창가에 앉아 바라본다 락엽이 단단히 쌓이듯 삶의 날들이 겹쳐간 걸 어렸을 땐 봄처럼 맑고 젊었을 땐 여름처럼 뜨거웠지 이제 가을바람이 불면 가슴 속엔 평온이 차온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옛날 사진 속으로 들어가고 일터의 긴장과 기쁨은 차 한잔의 온도로 남아있다
  • 나는 이 세상에 머무는 동안 단 얼마라도 쓸모있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 남들의 인정도, 쓸모의 크기도 중요하지 않다. 그 쓸모가 아주 작은 것, 미소한 것일지라도 오롯이 나는 쓸모 있는 사람이라고 나 자신에게 말할 수만 있다면 말이다. 나 스스로 이 세상을 ‘졸업’할 때까지 ‘무용지물’이 되고 싶지는 않다. 비록 마음대로 되지 않을 일이지만 이런 마음가짐으로 여생을 함께 해나가려 한다. 이젠 고래희에 접어든 인생의 늦가을, 간혹 가다 소외감이 스멀스멀 스친다. 마치 가전제품이 수명의 하반기에 이르러 부속품들이 하나 둘 고장나 ‘사용불가’ 판결을 받듯이 이 나이가 되면 사회나 타인에게 아직 쓸모가 있는지 스스로 묻게 된다. 아직 누군가에게, 사회에 쓸모가 있는 사람인지를.
  • 계절따라 초겨울의 입구에서 그에 걸맞는 시 한수를 만난다. 바로 한영남의 <계절이 홍시 하나로 남으면>이다. 이 시는 동양적인 선(禅)의 맛과 실존주의적 사고가 담긴 수준 높은 단시로 극도로 간결한 이미지를 통해 삶이 시간 속에서 마주하는 처경과 선택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차근차근 그 진미를 음미해 보자. 1. 핵심 이미지: 홍시- 생명의 마지막 온기 시인이 '홍시 하나'를 핵심 이미지로 선택한 것은 매우 탁월한 선택이다. 성숙의 종착점으로 각인되는 홍시는 시간이 다져낸 결정체를 상징하며 계절의 순환 속 마지막 온기와도 같은 존재인 것이다.
  • 울긋불긋 다채로운 색깔이다. 노을 이고 전철에 몸을 싣는 이가 있고 강변을 달리며 조깅하는 이가 있고 어제의 피곤에 묻혀 코고는 이가 있고 왈가닥달가닥 아침상 차리는 이가 있고 바람 일구며 출근길이 바쁜 이가 있고 헐헐 숨 가쁘게 산을 오르는 이가 있고 얼굴 붉히며 피대 세우는 이가 있고 고요를 깨뜨리는 청아한 까치소리 있고 귀를 괄시하는 까마귀소리도 둬 점 있고
  • 내가 소학교 5학년이였을 때 마을은 아직 전기가 드문드문 들어오는 시절이었다. 해살이 오후 세시를 넘어 노을색으로 물들면 오솔길 량옆의 참나무 잎이 바람에 살랑거리며 그림처럼 겹쳐지고 마을 끝 저편 논밭에서는 농부들의 밭갈이 소리가 멀리 퍼져나갔다. 그날은 학교에서 대청소를 하느라 점심을 건너뛰였기 때문에 배는 속이 꼬이도록 허전했다. 등산화 끈을 꽉 매고 마을로 돌아오는 길에 발걸음이 점점 무거워질 때쯤 우리집 오두막 지붕 우로 연기가 뿜어져 나오는 걸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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