黑龙江日报朝文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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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문학

  • 계절따라 초겨울의 입구에서 그에 걸맞는 시 한수를 만난다. 바로 한영남의 <계절이 홍시 하나로 남으면>이다. 이 시는 동양적인 선(禅)의 맛과 실존주의적 사고가 담긴 수준 높은 단시로 극도로 간결한 이미지를 통해 삶이 시간 속에서 마주하는 처경과 선택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차근차근 그 진미를 음미해 보자. 1. 핵심 이미지: 홍시- 생명의 마지막 온기 시인이 '홍시 하나'를 핵심 이미지로 선택한 것은 매우 탁월한 선택이다. 성숙의 종착점으로 각인되는 홍시는 시간이 다져낸 결정체를 상징하며 계절의 순환 속 마지막 온기와도 같은 존재인 것이다.
  • 울긋불긋 다채로운 색깔이다. 노을 이고 전철에 몸을 싣는 이가 있고 강변을 달리며 조깅하는 이가 있고 어제의 피곤에 묻혀 코고는 이가 있고 왈가닥달가닥 아침상 차리는 이가 있고 바람 일구며 출근길이 바쁜 이가 있고 헐헐 숨 가쁘게 산을 오르는 이가 있고 얼굴 붉히며 피대 세우는 이가 있고 고요를 깨뜨리는 청아한 까치소리 있고 귀를 괄시하는 까마귀소리도 둬 점 있고
  • 내가 소학교 5학년이였을 때 마을은 아직 전기가 드문드문 들어오는 시절이었다. 해살이 오후 세시를 넘어 노을색으로 물들면 오솔길 량옆의 참나무 잎이 바람에 살랑거리며 그림처럼 겹쳐지고 마을 끝 저편 논밭에서는 농부들의 밭갈이 소리가 멀리 퍼져나갔다. 그날은 학교에서 대청소를 하느라 점심을 건너뛰였기 때문에 배는 속이 꼬이도록 허전했다. 등산화 끈을 꽉 매고 마을로 돌아오는 길에 발걸음이 점점 무거워질 때쯤 우리집 오두막 지붕 우로 연기가 뿜어져 나오는 걸 보았다.
  • 별들이 눈 깜빡이는 밤 너의 하루를 반짝임으로 채우리 고요한 어둠 속에서도 네 곁엔 따뜻한 빛이 있음을 달이 창가에 머물며 오늘의 작은 기적을 그려낼제 한줄기 바람이 전하는 위로 수고했어 라는 밤의 속삭임 잠들기 전 이 마음을 닮아 꿈 속에서도 평화로움이 피여나기를
  • 처서 절기면 “모기 입도 삐뚤어진다”고 하는데 올해의 여름은 많이도 덥다. 7월 내내 37도를 오르내리는 찜통 더위는 정말 사람을 괴롭힌다. 길거리의 나무잎도 한나절의 폭염에 시달려 축 처지고 바람 한점 없는 불도간에 숨이 헉헉 막혀온다. 조카네 부부가 여름휴가에 아들을 데리고 베트남으로 10일간 긴 려행을 하고 돌아와 피곤도 잊고 그 이튿날로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우리 부부를 모시고 해수욕장에 려행을 가자고 청했다. 무더위를 탈출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으나 그들에게 너무 부담을 주는 것 같아 많이 망설여지기도 하였다. 오후 5시쯤 조카며느리한테서 전화가 왔다. 자기네 집에서 저녁밥을 같이 먹잔다. 워낙 음식 만드는 솜씨가 뛰여난 그녀는 뚝딱 한상 상다리 부러지게 차려놓았다. 거기에다 베트남 술까지 곁들이니 진수성찬이 따로 없었다.
  • 나는 팔남매중 다섯번째 아이로 태여났다. 우로 언니 둘과 오빠 둘이 있고 아래로 녀동생 셋이나 있다. 우리는 팔남매가 자라다보니 언제 한번 엄마한테 응석을 부려본 적이 없고 누렁지 먹겠다고 흥~ 흥 해본 적도 없으며 공부를 잘하여도 엄마의 칭찬을 받아본 적이 없다. 엄마는 우리를 먹여 살리기도 벅찼다. 그 고난의 세월에 그래도 할머니는 나를 아주 이뻐하셨다. 지금은 집집마다 세수수건을 쌓아놓고 쓰지만 우리가 자랄 때는 온집식구가 수건 하나를 쓰면서 살았다. 결혼집에서 선물받았던 많은 수건들을 정리하면서 나는 할머니 생각에 눈굽이 젖어오른다.
  • 어제를 불사르고 래일을 바라보며 오늘에 충실하는 피와 살의 움직임이다 자연과 싸우고 인간들과 싸우고 스스로 싸우는 승패의 겨룸이다
  • 요즘 금이는 날이 갈수록 단가마안의 개미처럼 안절부절 못했다. 외손녀의 첫돌 생일이 눈앞에 다가는데 생일상에 놓을 돈때문에 고민이다. 요즘은 첫돌 생일도 결혼식 못지 않게 굉장하게 쇤다. 그리고 첫돌 생일상에 놓는 돈도 웬만한 형편이면 이만원씩 놓는다. 아무리 혼자 사는 과부몸이라도 만원 돈은 놓아야겠는데 금이의 생활형편에 그 만원을 갖추는 것은 버거웠다. 금이는 기업에서 정년퇴직한 후 허리 디스크때문에 남들이 다 가는 외국에도 못 가고 삼천원도 안되는 월급으로 겨우 생활을 영위해가고 있다. 그렇다고 사돈들과 숱한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달랑 오천원을 들고 나가려니 체면이 서지 않을 것 같았다. 남들보다 각별히 체면에 신경을 쓰는 금이였다. 남편이 차사고로 일찍 돌아간 후 금이는 혼자 몸으로 갖은 고생을 다하면서 외동딸을 곱게 키워 대학공부를 시키고 시집까지 보냈다.
  • 그러한 부모님이지만 해마다 섣달 그믐날만은 "앞뒤로 뛰여다니며 고생하는" 우리들을 위하여 마지못해 아빠트에 올라오셔서 설을 쇠군 하신다.분주한 그믐날을 보내고나면 정월 초하루부터 마음이 고향집에 가있는 부모님을 못이겨 결국 초이튿날 짐을 꿍져 시골집으로 모셔가는 수밖에 없었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아버지는 부엌에서 재를 쳐내고 불을 일구며 어머니는 앞치마를 두르고 가마에 물을 붓고 군불을 때신다. 내가 보다못해 "참, 아버지 어머니는 왜 복을 누릴줄 모르시나요? 불을 때지 않아도 뜨뜻한 아파트에서 폭신한 쏘파에 앉아 춘절만회를 보면 얼마나 좋으세요? 하필이면 이런 고생을…"하고 핀잔삼아 한마디 하였더니 어머니는 어줍게 웃으신다. "우리는 그래도 추우면 불을 때고 따끈따끈란 온돌에 잔등을 덥히면서 티비를 보는 우리집이 더 좋단다." 어느새 아버지는 마당도 깔끔하게 쓸어놓으시고 난로불도 활활 지피셨다. 이러는 부모님을 바라보면서 나는 속으로(참 못말리는 성격들이셔)하고 감탄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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