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하늘에 흰구름이 뭉게뭉게 피여나고 따뜻한 해볕이 소구역 구석구석을 따사롭게 비추는 9월의 어느날 우리 소구역에 엄마 고양이와 새끼고양이 두마리가 나타났다.
두달 전에도 엄마고양이는 가끔씩 새끼 두마리를 데리고 우리 소구역에 나타나 사람들의 주목을 끌었다. 고양이 엄마는 나무에도 오르내리며 자기의 재간을 새끼들한테 배워주고 귀여운 새끼고양이들은 엄마를 따라 기술을 련마하느라 나무를 오르고 내리면서 무척 귀엽게 놀았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나는 새끼고양이를 붙잡아 안아보고 싶었다. 내가 새끼고양이한테 접근하면 엄마 고양이는 무섭게 소리내며 털을 곧두세우고 눈알을 굴리며 어찌나 사납게 달려드는지 새끼 언저리에도 가지못했다. 나는 만져볼 생각을 아예 버리고 먼 발치에서 고양이 가족이 즐겁게 뛰노는 전경을 보면서 세상에서 모성애만큼 큰 사랑은 없다며 고양이 엄마를 자랑스러운 눈길로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절기의 이름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안에는 계절보다 앞서 움직이는 마음의 풍경이 숨어있는 듯 하다.
3월 초, 경칩이 찾아오면 겨우내 땅 속에 잠들어 있던 벌레들이 기지개를 켠다. 놀랄 경(惊), 숨을 칩(蛰), 누가 흔들어 깨우지 않아도 봄이 왔음을 알고 스스로 밖으로 나오는 생명들이다. 그 이름을 떠올릴 때마다 나는 생각한다. 봄은 자연에서 시작되기보다 사람의 마음에서 먼저 깨여나는 것이 아닐까 하고.
어느 해 할빈의 겨울, 아침에 일어나 창밖을 내다보니 하늘이 찌프려 있었다. 눈이 내릴 조짐이였다. 할빈에 첫눈이 내리던 날이였다. 출근하는 나에게 안해가 우산을 건네며 쓰고 가라고 했다. 눈이 내려 녹으면 옷과 머리가 젖는다는 것이였다. 한국에서는 눈 오는 날에 우산을 쓰고 다닌단다. 나는 처음에는 쑥스럽고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한참 머뭇거리다가 그런대로 우산을 들고 출근했다.
나는 오래전부터 한 동료 친구와 점심 식사 후 건강을 챙길 겸 거리를 걷는 습관이 있었다. 하늘에 구멍이 뚫렸는지 그날 점심시간에도 아침부터 내리던 싸락눈이 계속 내렸다. 나는 자연스럽게 우산을 들고 거리로 나섰다. 그것도 할빈시의 중심가인 중앙대가로 말이다.
바라만 보아도 별처럼 빛나는 존재, 그대는 바로 녀성이다. 소금처럼 없어서는 안될 필수 요소이자 공기처럼 자연스럽게 숨 쉬게 하는 존재이며 샘물처럼 맑고 깨끗한 마음의 소유자이자 태양처럼 따뜻하게 가정을 비추는 존재이다. 녀성은 세상이 돌아가는 리유이자 인간이 사랑을 알고 행복을 느끼는 근원이다.
세상은 녀성 덕분에 빛을 내고 마음은 녀성 덕분에 따뜻해진다. 부드러운 바람이 불어오는 3월이다.
녀성은 소금과 같다. 맛을 내는 것 이상으로 생명을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한 존재다. 녀성이 없으면 삶은 허전하고 맛 없어진다. 가정에서 말없이 헌신하는 모습, 어려울 때 묵묵히 곁을 지키는 모습, 힘든 일을 감당하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모습은 꽃처럼 아름답다. 아무리 강한 사람도 소금 없이는 살 수 없듯 세상은 녀성의 따뜻한 손길과 배려 없이는 온전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