黑龙江日报朝文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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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문학

  • 사람들은 내게 묻지 세월의 흔적은 어디 두고 미소 뒤 숨긴 젊음의 비결이 무엇이냐고 나는 대답하지 한글자로 ‘산’이라고 묵은 숨 토해내고 새 숨 가득 채우는 길 땀방울로 세월의 먼지 씻고 굳은살 깎여나가는 기분
  • ​보슬보슬 봄비가 내린다 젖줄기 받아 문 꽃나무 수유하는 소리 맛갈스럽다 사처에 봄의 눈망울 개구리눈처럼 불거졌다 장미꽃 나무는 파란 눈망울 개나리꽃 나무는 노란 눈망울 진달래꽃 나무는 빨간 눈망울 목련꽃 나무는 하얀 눈망울… 수묵산수 등불을 켠듯이 환해졌다 해마다 다시 만나는 봄인데 처음인듯 신기하게 바라보는 고운 눈망울 꽃샘바람에 씻은 고운 눈망울
  • ​복화는 이름과 어울리지 않게 복이 없는 처녀였다. 원래는 부모가 복이 꽃처럼 피여나라고 ‘복화’라고 이름을 지었건만 시골에서 태여난데다 다병한 아버지때문에 초중을 졸업하고는 농사일에 나서야 했다. 3년간 농사일을 하다가 친구의 알선으로 A시에 가서 보모란 직업을 찾았다. 늙은 어머니가 스무아홉살 나는 아들과 함께 있는 집이였다. 아파트에서 사는 은행직원인 아들 성길이는 인물체격이 좋고 몸단장이 깔끔한데다 품위가 있어보였다. 그와 반대로 안로인은 성격이 퍼그나 괴벽했다. 하여 복화는 다른 집을 선택하려다가 마음을 무척 끄는 것이 있어 주춤하고 말았다. 그것은 객실에 놓인 책장이였다. 그 안에는 수많은 책들이 절서정연하게 꽂혀있었는데 워낙 학교 때부터 독서에 재미를 붙인 복화는 그 수두룩한 책을 보자 눈앞에 아롱진 세계가 펼쳐진 듯 했다.
  • 검은 장막 드리운 듯 독을 잔뜩 머금은 살모사인 듯 몸을 웅크린 대한의 밤 길가의 나무들은 꼿꼿이 서서 삼동 추위가 누구를 해칠가 봐 뾰족한 가지를 빼들고 초병마냥 거리를 지키고 서있다 그래서 대한날 밤은 평화롭고 고요해 별들은 시름놓고 나와 놀고
  • 오십년이 넘는 세월이 흘러 머리칼은 희끗희끗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기억의 창고에도 먼지가 소복이 쌓인다. 그런데도 어쩌면 이렇게 선명한가. 그 옷, 내가 가장 아끼고 사랑하며 나들이 때마다 애지중지 입었던 그 예쁜 진달래꽃 블라우스가 문득문득 떠오르곤 한다. 첫날 함 속에서 유난히 빛을 발하던 2호 사이즈의 앙증맞은 그 블라우스는 동서가 연길백화점에서 구매한 최고급 질감으로 만들어진 옷이다. 연분홍빛 진달래꽃이 옷감 가득 정겹게 피여나던 그 옷,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두근거린다. 시집간 날 저녁에 식구들이 함을 열자 눈이 부셨다. 여러 혼수품 중에서도 내 눈을 사로잡은 것은 단연 그 블라우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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