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해째 콘크리트 산을 지고 걷는다
렌치는 손바닥에 등뼈를 새긴듯
비계(脚手架)우에로 하늘은 점점 다가온다
지도는 사막이 되고 나는
등대 없는 바다에서 표류하는
빛바랜 배표의 주인이다
사투리는 깊숙이 박힌 가시처럼
트렁크 속에 잠든 려권에서
고향 이름은 서리처럼 사라져간다
어떤 날은 그늘이 유난히 길고 짙게 드리워진다. 내 그림자도 아닌데 어쩐지 그 어두운 기운이 나를 덮쳐 숨 쉬기조차 버거울 때가 있다. 바스락거리는 잡음들은 단순한 귀찮음을 넘어 예민한 신경을 건드리고 애써 외면하려 해도 이미 마음 깊숙한 곳까지 스며들어 내 내면의 풍경을 흐려 놓군 한다.
누군가의 부족함을 내 빛으로 가려주는 것이 착한 마음이라 여겼던 날들도 있었다. 그러나 언제부터였을까. 그 짐이 오히려 그들의 빛을 가려 더 깊은 어둠을 만들고 있음을 깨닫게 된 것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간신히 피워 올린 불꽃마저 그늘 아래 꺼져버리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했을 때였다. 그 순간부터였을 것이다. 내 뒤통수가 서늘하게 저려 온 것은.
옛말에 이르기를 하루의 계획은 아침에 세우고 일년의 계획은 봄에 세운다고 했다. 진정 그 의미를 깨달은 건 나이가 들고 시간이 쌓여가면서부터다. 아침은 하루의 시작이자 마음을 가다듬는 시간이고 봄은 겨울의 침잠을 깨우고 새 생명을 불어넣는 계절이다. 차가운 바람이 지나가고 해살이 부드럽게 내리쬐는 봄은 모든 생명이 깨여나는 때이자 내 마음 속에 잠들어 있던 꿈이 싹을 틔우는 소중한 시간이기도 하다.
지난해의 책장사이를 살펴보면 여전히 남은 몇권의 빈 공간이 눈에 띈다. 그 빈 공간은 지난해 이루지 못한 소망과 아직 피여나지 않은 꿈이 잠들어 있는 곳이다. 시간은 흘러갔지만 마음속에 품었던 기대와 목표는 여전히 그 자리에 머물며 봄의 기운을 기다리고 있다. 이 빈 공간은 아쉬움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의 가능성을 품은 희망의 자리로 올해 봄과 함께 꿈을 키워나갈 터전이 되여준다.
가랑잎 깔린 외딴 산촌길에
싸락눈 내리는 소리
고향에 계시는 어머니
이 아들 기다리는 한숨소리
집 떠날 때 몰랐네
그리움이 애간장인줄
가랑잎에 내리는 겨울의 소리
나는 령혼으로 듣는다
사그락 사그락 내리는
겨울밤의 눈소리에
가랑잎은 애처러이
사모곡 부르누나
화전자 령 넘어 고개 넘어
내 다시 고향땅 찾아
어머니 기다리는 곁으로
돌아갈 수 있으랴
태평양의 푸른 물결이 반기는 도시 샌프란시스코. 이곳은 바다와 구릉이 어우러진 풍경우에 다채로운 문화와 력사의 층위가 겹겹히 쌓인 락원이다. 차가운 바다바람이 건네는 소금기어린 인사와 함께 하늘을 가르는 붉은 빛의 거대한 형상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것은 단지 다리가 아니다. 한 시대의 교량건설 정수를 보여주는 걸작이자 수많은 꿈과 이야기가 오고간 상징적인 ‘문’이다.
나는 이곳 금문교를 만나보고저 만리길도 멀다하지 않고 떠난 려정의 시작에서부터 벌써 그 웅장함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슴이 높이 뛰고 있음을 느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는 캘리포니아주 서부에 있는 아름다운 항만 도시이다. 이 항만 도시를 세계 유명 관광도시로 만들어주는 다리가 있으니 그게 바로 력사가 있는 아름다운 금문교이다.
하늘에서는 마치 밑창빠진 듯이 비줄기가 내려와 땅에 살처럼 꽂힌다.
창밖에서 주룩주룩 내리는 비소리에 내 마음이 부산하다.
눈이 오면 친구가 그립고 비가 오면 왜서인지 고인이 그리워난다. 오늘따라 엄마가 유별나게 그리워진다.
나의 손에는 색 바랜 엄마 사진 한장이 쥐어져 있다. 볼수록 정답고 자애롭고 착한 어머니이다. 어머니의 피부색은 눈같이 희고 쌍겹진 두 눈에서는 항상 광채가 돌고 예지로 빛났다. 우리 동네 사람들은 우리 엄마를 두고 러시아 미녀같다고도 했고 또 외국 영화배우같다고 칭찬들이 자자했다. 엄마는 시부모를 잘 공대했고 시동생들을 극진히 사랑해 주었으며 올망졸망한 우리 6남매를 애지중지 잘 키워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