黑龙江日报朝文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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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문학

  • ​어릴 때 이른 아침이면 잠결에 들려오던 그 소리를 나는 아직도 잊지 못한다. “싸락싸락–싸라락싸라락” 마치도 비방울이 얇은 창호지를 스치는 것 같기도 하고 또한 여린 나무잎이 서로 스치며 속삭이는 듯한 은은하고도 정겨운 소리였다. 이 소리가 들리면 나는 반쯤 꿈 속에서도 ‘아, 엄마가 쌀을 씻고 계시는구나’라고 생각하며 눈을 떴다. 방문 틈으로 새여 들어오는 새벽의 싱그러운 공기와 섞여 들려오는 차갑고 싸늘하게 느껴지는 물소리, 그것은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우리집의 탁상시계 소리이자 가난하지만 뜨거운 삶의 리듬이였다.
  • ​철이 아버지, 지금쯤 당신은 어데 있는지요? 무척 그리워지는군요. 당신이 떠날 때만 해도 무서운 추위가 덮치던 겨울이였는데 어느새 무더운 여름이 찾아왔군요. 짙은 록색 세계가 눈앞에 펼쳐져 마음이 사뭇 설레여야 하는데 당신의 탈가로 울적감이 마음 깊은 곳에 자리를 틀고 있어요. 해외에서 5년간 돈벌이하다가 지난해 겨울철에 돌아온 당신이 60만원이란 돈을 저의 앞에 내놓았을 때 저는 환성을 올렸어요. 결혼해서 처음으로 소유해본 돈이였어요. 저는 이 돈이 당신의 피땀인 것을 너무도 잘 알기에 한푼도 랑비없이 가치있게 쓰려고 얼마나 다짐했는지 몰라요.
  • 그 겨울은 유난히 눈이 많았다. 성주산 릉선은 며칠째 내린 눈에 묻혀 있었고 산 아래 빌라촌의 지붕들도 하얀 이불을 뒤집어쓴 듯 고요했다. 세상은 눈이 내리면 잠시 착한 얼굴을 한다. 허물어진 담장도, 벗겨진 페인트도, 오래된 상처도 눈 아래에서는 모두 비슷하게 보인다. 그러나 사람의 마음까지 눈이 덮어주는 것은 아니었다. 나는 그 무렵 컴퓨터를 배우고 있었다. 젊었을 때는 먹고사는 일에 치여 배우지 못했던 것들을 뒤늦게 익히는 재미가 제법 컸다. 강의실에서 돌아오면 강사가 내준 숙제를 하느라 밤을 새우곤 했다. 문제는 집에 있는 낡은 컴퓨터였다.
  • 20대의 초상(10대였더라면) 십 년만 젊었어도 나는 주저하지 않으리 남들의 시선 뒤에 숨어 울지 않으리 세상이 정해준 좁은 길을 걷기보다 내 가슴이 뛰는 곳으로 뛰어 갔으리라 사랑이 서둘러 상처를 남겼던 청춘을 더 뜨겁게 안아주고 솔직히 말했으리라 불안한 내일을 방황하며 앓던 열아홉 그 찬란했던 계절을 왜 그리 두려워 했더냐
  • 삼꽃거리 원달소구역은 ㅁ자 형으로 된 아파트 단지다. 남향쪽 층집의 서쪽과 동쪽편에 큰 차량과 구역 주민들이 드나들 수 있는 대문이 있다. 객지에서 찾아오는 손님들이나 친척들은 동쪽 대문으로 들어오면 서쪽 대문으로 나가고 서쪽 대문으로 들어오면 동쪽 대문으로 나간다. 류동인구가 많고 비여 있는 집이라곤 없어서 사람 사는 냄새가 팍팍 나는 살맛나는 동네다. 정원에는 사철 푸른 소나무와 살구나무, 앵두나무, 오얏나무가 있는데 개화기가 되면 서로 다투어 피는 모습이 가관이다. 친구 정숙이가 가꾸는 화단은 또 얼마나 멋진지 내 눈뿌리를 뺀다. 함박꽃, 백합, 목련꽃, 도라지, 더덕, 가을국화와 분꽃까지 너무 아름답다. 이렇듯 이름다운 동네로 내가 이사오게 된 계기는 정원 오얏나무 아래 자리잡은 아담한 로인활동잠 때문이다. 친구 정숙이가 살기 좋은 마을이라고 어서 오라고 나에게 바람을 불어넣는 바람에 내 귀구멍은 당나귀 귀구멍처럼 커졌다. 하여 나는 재작년 오월, 과일나무에 꽃이 한창 필 때 짐을 싸들고 이사를 왔다.
  • 아버지는 2017년 11월 28일 96세에 인생을 마감하고 하늘나라로 가셨다. 남들은 아버지가 건강하게 장수하시고 복하게 돌아가셨으니 너무 상심하지 말라며 나를 위로했다. 엄마보다 십년 넘게 우리와 함께 지낸 아버지는 우리한데 짐이 되지 않았으며 돌아가실 때까지 나라에서 주는 우대금으로 생활을 하셨다. 아버지는 항상 허약한 나를 어루만져 주셨으며 남보다 힘이 약하면 꾸준한 견지력을 갖추고 공부를 열심히 하여 지혜가 있어야 살아남는다고 가르쳤다. 나는 아버지의 바다같은 사랑을 잊을 수가 없다. 아버지는 키는 180cm이고 부리부리한 쌍거풀 눈, 덩실한 코마루에 어깨가 쫙 펴진 체격이 반듯한 아주 멋진 남자였다. 마음도 아주 착하여 다른 사람을 잘 돌보고 대범하며 운동도 잘하셨다. 달리기는 따를 사람이 없으며 경기에 나가면 무조건 일등을 하셨고 축구도 아주 잘 찼다. 특히 아버지는 힘장수였다. 내가 여덟살 때 룡수공사와 투도공사가 합하여 운동대회를 하였다. 씨름에 나선 아버지는 만나는 상대마다 쉽게 이기고 결승전까지 진출하셨다. 그때 아버지 년세가 마흔셋이였다. 비록 년세는 많아도 모든 적수들을 이기고 끝내 일등이란 영예로 황소 한마리를 상으로 탔다. 온 마을에서는 경사가 났다고 축하하며 난리났다.
  • 하루종일 땀 흘리던 풀들이 바람 한사발 시원히 들이켜고 들새의 코노래에 맞춰 너울너울 춤을 춘다 여름은 참 좋은 계절이라고 지나가면 그리워지는 계절이라고 여린 풀들이 착한 풀들이 노오란 입을 벌려 파랗게 속살거린다
  • ​제비는 돌아왔고 봄은 문을 열었다 그는 왜 아직도 고향 멀리 바다 저쪽, 눈먼 등불처럼 있는가 려권을 잃은 건 아닐 테지 다만 어느 별을 향해 발을 내딛어야 하는지 지도마저 접은 듯 싶다
  • ​하아얀 비둘기 쌍날개로 캄캄칠야 고달프게 헤치던 찰나의 그 어느 날 동그랗게 벌리란다 마냥 동그란 해님처럼 꽃입술이랑 아- 새하얀 찰나의 그 어느 날 해빛 달빛 별빛 얼싸안고 달려왔단다 나이테에 쾌지나 칭칭 강강술래 품고 달려 왔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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