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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소설] 새 한마리- 리삼민

2025-07-24 14:4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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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창한 봄날 아침이다. 공원은 이른 아침부터 걷기운동을 하거나 광장무를 추거나 반주에 맞추어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공원 서쪽 산기슭에서 한 로인이 지팡이를 짚고 한손엔 새초롱을 들고 바위돌에 앉아 다리쉼을 하고 있다. 초롱에 갇힌 새는 몸뚱이가 제비만큼 크고 아래배는 백설같이 하얗고 날개는 노란 바탕에 푸른색을 띠고 있으며 특히 진주처럼 까만 눈동자는 유난히 생기가 있어 보인다. 로인이“해아마, 해아마”라고 부를 때면 마치도 아버지가 아들의 이름을 부를 때 아들이 정신을 버쩍 차리 듯이 새는 귀를 쫑긋 세우고“뿅뿅” 소리를 내며 로인의 손에 살포시 앉는다.

길손들은‘해아마’가 무슨 뜻인지는 모르지만 늙고 다리 장애인인 로인보다 초롱에 갇힌 새가 하도 욕심나 로인에게 후한 돈을 줄테니 이 새를 팔라고 청을 들었으나 로인은 팔 수 없다고 번마다 손사래를 쳤다.

어느 날, 깔끔한 옷차림을 하고 구두를 신은70대의 한 로인이 공원의 여기저기를 거닐다가 나무가지에 걸어놓은 새초롱을 보고 걸음을 멈추었다. 장장30여년간 토끼가 한길로만 다니 듯이 집-법원, 법원-집 한길로 출근만 하다보니 친구들의 술추렴에도 별로 참석 못한 설씨는 어쩐지 초롱에 갇힌 이 새를 보고 욕심이 부쩍 동했다. 그는 사람들을 비집고‘해아마’의 임자와 흥정을 하기 시작했다.

주고 받는 말에서 설씨는 새의 임자가 조선족이 아닌가 싶어“로인님이 조선사람(조선족) 아닙니까?”라고 물었다.

“양, 옳소. 이 시내에 조선족들이 많지 않는데 아무튼 이렇게 만나니 반갑소. 나 김윤칠이요.” 김로인은 반갑게 설씨의 손을 잡고 인사를 나누었다.

“인사를 먼저 올려야 하는데 미안합니다. 저는 설기남입니다. 시법원에 출근하다가 퇴직했어요.” 설씨도 이렇게 자아소개를 하면서 장알이 박힌 김로인의 두 손을 꼭 잡아주었다.

우연하게 공원에서 서로 만난 김로인과 설씨는 술을 한잔 같이 나누기도 하면서 호형, 호제하는 사이가 됐다. 

어느날 설씨는 커피숍에서 김로인과 이야기를 나누면서“김형, 다리는 언제 잃었습니까?”라고 물었다.

“난 젊었을 때 저 산너머 신흥촌에서 목수일을 했는데 어느 하루 시내에 일하러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그만 백화상점 십자길에서 차에 치여 한쪽 다리를 잃었댔소. 설상가상으로 그 후 로친이 중풍으로 죽고 하나밖에 없는 아들도… 저 새의 이름을‘해아마’라고 하는 것도 우리 아들 해암이의 이름을 본따서 지은 것이요.” 피눈물겨운 가정사를 말하는 김로인은 목이 꽉 메여 말을 더 잇지 못하였다. 설씨는 아들이 어떻게 죽었는가고 묻고 싶었으나 김로인의 마음 속의 상처를 건드릴가봐 차마 묻지 못하였다.

그 후 몇달이 지나 김로인은 설씨가‘해아마’를 갖고 싶어한다는 기미를 눈치채고 설씨더러 자기 집에 와서 새를 가져가라고 기별했다. 설씨는 너무도 기뻐서 김로인에게 두툼한 돈봉투를 넘겨주면서“김형, 고맙습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로인은“돈을 주면 난 이 새를 동생에게 주지 않겠소”라고 말했다.

한해도 저물어가는 섣달그믐날이였다. 설씨의 생일 초청을 받고 시내 중심거리에 위치한 설씨네 집에 갔을 때 김로인은 자기가 그처럼 보배단지처럼 키우던 새가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 물었다.

“동생, 해아마가 왜 보이지 않소?”

“김형, 제가 해아마를 놓아주었습니다. 김형은 잘 모를 거예요. 저는30여년 법원에서 일하면서 평민 백성이거나 벼슬자리에 앉은 사람이거나를 막론하고 공평하고 공정하게 사건을 처리했습니다. 단 한번1969년 특수한 력사시기 공안국에서 한무리 깡패들을 사출하다가 깡패두목은 도망치고 강제로 깡패무리에 가담한 한 젊은이가 억울하게 깡패두목으로 판결받고 옥살이를 했습니다. 후에 잘못 판결한 그 사건을 시정하려고 다시 그 젊은이를 찾았을 때 그 사람은 감옥에서 사망했어요.” 말을 마친 설씨의 눈에서 두줄기 눈물이 쏟아졌고 말없이 듣고만 있던 김로인은 목석처럼 굳어져 바깥하늘만 멍- 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그 이듬해 봄, 김로인은 뇌출혈로 사망했다. 호형 호제하며 가깝게 지내던 설씨가 김로인의 집을 찾아가 장례를 치르고 김로인의 유물을 정리하는데 김로인의 수첩에서 사진 한장이 나왔다. 영준하고 두 눈에서 정기가 도는 젊은이였는데 사진 아래에‘김해암’이라는 이름이 적혀있었다. 보고 또 보아도 이 젊은이가 바로 억울하게 깡패두목으로 판결받고 옥살이를 하다가 죽은 김로인의 아들이 틀림없었다. 김로인이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장가도 못간 아들을 잃고 얼마나 가슴이 아팠으면 새의 이름을‘해암’이라고 지었겠는가! 끝없는 참회에 목이 메여 창밖을 내다보니 이름 모를 새 한마리가 창공을 날아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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