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한 부모님이지만 해마다 섣달 그믐날만은 "앞뒤로 뛰여다니며 고생하는" 우리들을 위하여 마지못해 아빠트에 올라오셔서 설을 쇠군 하신다.분주한 그믐날을 보내고나면 정월 초하루부터 마음이 고향집에 가있는 부모님을 못이겨 결국 초이튿날 짐을 꿍져 시골집으로 모셔가는 수밖에 없었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아버지는 부엌에서 재를 쳐내고 불을 일구며 어머니는 앞치마를 두르고 가마에 물을 붓고 군불을 때신다.
내가 보다못해 "참, 아버지 어머니는 왜 복을 누릴줄 모르시나요? 불을 때지 않아도 뜨뜻한 아파트에서 폭신한 쏘파에 앉아 춘절만회를 보면 얼마나 좋으세요? 하필이면 이런 고생을…"하고 핀잔삼아 한마디 하였더니 어머니는 어줍게 웃으신다. "우리는 그래도 추우면 불을 때고 따끈따끈란 온돌에 잔등을 덥히면서 티비를 보는 우리집이 더 좋단다." 어느새 아버지는 마당도 깔끔하게 쓸어놓으시고 난로불도 활활 지피셨다. 이러는 부모님을 바라보면서 나는 속으로(참 못말리는 성격들이셔)하고 감탄할 뿐이다.
한국 예능 프로를 보면 출연하는 남자 가수나 텔렌트 그리고 엠씨들이 하나같이 끼끗하고 멋지다. 그만큼 그들은 자기의 이미지 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다. 언제부터 그들에겐 이러한 것들이 하나의 밀어버릴 수 없는 직업의식처럼 자리잡고 있다. 솔직히 언제부터 한국에선 남자들도 녀자들처럼 무람없이 화장품을 애용하고 사용하고 있다.
물론 이런 현상들은 한국을 떠나서 일본에도 류행처럼 널리 보급되고 있다. 일본 남자들 역시 한국 남자들처럼 이미지 관리에 특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고 하는데 그들은 일반 회사원이여도 꼭 정장에 넥타이를 매고 머리를 가꾸고 향수를 치고 회사에 출근한다고 한다. 그들은 이를 타인에 대한 일종 례의로 생각한다. 일본의 경찰 등 일부 직종들에선 ‘뚱뚱보’들을 회피한다고 하는데 그 때문인지 일본에선 임신부 같은 ‘맥주배’ 남자들을 보기가 흔치 않다고 한다. 그만큼 그들은 건강관리와 이미지관리를 잘하고 있다고 한다…
2025년의 여름이 시나브로
열광의 무대를 떠나고 있다
극한더위가 지구촌을 강타하고
괴물장마의 기억은 문명의 옷자락에
아픈 흔적을 남기였다
재난의 꼬리를 물고 일어서는
작은 소망 하나는 어느 계곡에 누워
코를 골고
심사가 까불까불한 어느
나그네는 푸른 산에 불 지피며
휘파람을 슬슬 분다
늦더위는 계속되고 지친 령혼들은
늦장마가 되여 아우성친다
화려한 불빛이 물결처럼 흐르는 천진 해하(海河) 강변. 9월26일, 이 력사적인 도시의 밤을 수놓은 특별한 예술의 향연이 펼쳐졌다.
제3회 중한우호체육대회의 막을 여는 전야제 축하공연이다. 이 밤, 천진 시민과 재중한국인, 중한 예술가들이 하나가 되여 문화로 수놓은 우정의 교류장을 만들었다. 공연은 천진시조선족예술단의 장엄한 부채춤 '붉은 태양 다시 변강을 비추네'로 막을 올렸다. 화려한 부채의 물결이 무대를 채우며 력동적이면서도 우아한 전통무용의 정수를 선사했고 관객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이어서 전통 악기 가야금의 고운 선률이 공연장을 감쌌다. 한국 한밭국악관현단 소속이자 목원대학교 대학원에서 수학 중인 김찬효 연주자의 독주는 깊이 있는 음색과 섬세한 표현력으로 한국 전통음악의 깊이를 생생하게 전달했다. 마치 백 년의 력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듯한 그 울림은 관중들의 마음속까지 파고들었다.
연변작가협회가 주최하고 연변작가협회 장춘지역 창작위원회와 《장백산》잡지사가 공동 주관한 ‘문학의 붉은 석류빛’ 시리즈 행사가 9월 20일 동화서점에서 성대히 열렸다. 이번 행사는 《장백산》 창간 45주년을 기념하고 중국조선족문학의 발전과 중화민족공동체의식을 고취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로, 문학계 원로부터 신진 작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가와 평론가,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문학적 열정과 지혜를 나누었다. 연변작가협회 부주석 리혜숙의 개회사를 통해 행사가 시작되였다. 이어서 《장백산》잡지사와 《길림신문》사 전임 사장이자 주필이였던 남영전 시인이 영상 메시지를 통해 축사를 전하면서 《장백산》의 력사와 조선족 문단에 기여한 바를 강조했다. 특히 소설가이자 《장백산》잡지사 전임 사장 겸 주필 리여천은 지난세기 80-90년대 《장백산》이 겪었던 풍상과 도전을 생생히 회상하며 현대 편집진에게 깊은 감동과 용기를 안겨주었다. 《길림신문》사 부총편 유창진은 형제 매체로서 축하의 말을 전하며 상호 발전을 다짐했다.
아침마다 코끝을 간질이는 따스한 숨결로 나를 깨우는 자가 있다.
까만 콩알만한 눈과 축 쳐진 귀, 하얀 털 사이로 보이는 분홍빛 살결을 가진 우리 집 막내‘초코’다.
그 이름을 부르면 어디서든 달려오는 발소리가 마치 작은 북을 두드리는 소리 같다. 톡톡톡. 마루를 가로지르는 그 소리는 우리 집에 생기를 불어넣는 아침의 교향곡이다.
처음 왔을 때의 초코는 손바닥만 했다. 어미 품을 떠나 온 종일 떨던 강아지는 이제 내 발등을 딛고 소파까지 뛰여오를 힘을 키웠다. 그 작은 발바닥으로 내 삶의 무게를 가볍게 만들어버리는 신기한 힘이 있다. 식탁 아래서 빛나는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는 그 모습에 나도 모르게 밥그릇에서 고기 한점을 덜어낸다.“이게 마지막이야”라는 내 말을 초코는 믿지 않는다. 37번째‘마지막’이였단 걸 그도 알 터이니. 어느새 우리는 이 거짓말같은 의식이 일상의 달콤한 속임수가 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