黑龙江日报朝文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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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문학

  • 해 질 무렵 붉은 노을 바라보면 문득 고향이 떠오른다 북방의 작은 시골 마을 어릴 적 뛰놀던 골목길 어머니의 구수한 밥 냄새 낡은 대문 너머로 들리던 정겨운 목소리
  • 긴 직장생활을 마치고 퇴직의 문턱에 들어서니 시간은 느리고 무료하며 또 한편으로는 새롭게 자신을 돌아볼 여유가 생긴다. 수십년간 직장과 가정을 위해 쉼없이 달려온 날들이 지나고 나면 이제는 자신의 몸과 마음을 돌보고 동년배들과 어울려 소소한 즐거움을 찾고 싶은 마음이 깊게 자리 잡는다. 우리 룡드레 등산팀은 바로 그렇게 직장생활을 마친 중년과 로년의 팀원들로 이루어진 모임이다. 우리는 매주 일요일마다 등산을 하며 스트레스를 털어내고 삶의 여유를 되찾는다.
  • 여름이 깊어갈수록 고향의 산에 가득 피여나던 여러가지 야생꽃이 그리워난다. 생활이 유족하지 않던 세월에도 산은 가난을 몰랐다. 가장 기억에 남는 꽃은 껌꽃이라고 이름지어 부르던 주황색 꽃이다. 군데군데 모둠을 이루며 많이도 피여났다. 한여름의 어느 날 엄마가 기음 매러 갔다가 저녁에 돌아와서 말씀하셨다. “얘, 앞산 등성이에서 꽃잔치가 한창이더라. 래일 엄마같이 꽃구경 가지 않겠니?”
  • 가두려 할 때 사랑은 날개를 접고 놓아줄 때 하늘이 열린다 잡으려 할 때 자유는 그림자가 되고 손을 펼 때 빛이 스며든다 사랑은 날개를 꺾지 않고 자유는 하늘을 함께 보는 것
  • 검수원이 압력용기 안으로 몸을 숙였다. 작업장을 가득 메우던 그라인더 소리와 망치 소리가 멎었다. 토치를 내려놓은 사람들의 시선이 하나같이 그의 손끝으로 향했다. 손전등 불빛 하나가 어둑한 용기 안을 천천히 훑어내려갔다. 빛은 용접선을 따라 더디게 움직였다. 겉으로는 흠잡을 데가 없었다. 비드는 고르게 이어졌고 표면도 매끄러웠다. 그러나 검수원이 보는 것은 겉만이 아니다. 압력용기는 내부까지 충분히 용입되여야 한다. 리면에 형성된 비드, 현장에서는 그것을 ‘백비드’라고 부른다. 겉은 얼마든지 다듬을 수 있지만 압력이 걸리는 순간 가장 먼저 드러나는 것은 언제나 보이지 않는 그 한점이다.
  • 어둠이 주위를 포근히 품은 초저녁이다. 자전거를 타고 현성에 들어서던 나는 어느 가로등 아래에 있는 돌이, 철이, 학이를 발견하였다. 이 세 아이는 내가 가르치는 현 조선족소학교 5학년 1반 학생들이였다. –너희들 무슨 수박을 이렇게나?… 애들 앞에는 머리통만한 수박이 여러개 있었고 그중에는 수박을 마구 깨서 속을 아무렇게나 파먹다 버린 수박 쪼각들이 여기저기 널려있었다. –호호 선생님도 마침 컬컬하던 참이였어… 나한테도 좀 주렴아.
  • 수많은 푸른 혀들이 빛을 핥아 허공에 연두빛 웃음을 길어올린다 움켜쥐였던 그 무성한 웃음들 이제 어느 바람의 갈피 속으로 흩어졌는가 풍상을 견디던 수피(树皮)는 마른 비늘이 된 제 몸을 뼈처럼 하얗게 돋치리라 멀지 않아 수평의 고요로 돌아눕는 날
  • 개구쟁이 시절 추억도 많다. 봄이면 구렁이 기여간 듯한 우불구불한 뒤동산 언덕길을 따라 진달래꽃 한묶음 그러안고 뛰여내리다가 조약돌에 걸려 넘어져 코방아를 찧으면 흙투성이가 된 온몸을 털어주시며 “우리 룡이 용쿠나, ‘령’을 넘었구나” 하며 칭찬하시던 어머니의 사랑의 바램길, 여름이면 버들치 잡아 생선국 끓여먹으려 줄풀에 벌겋게 종알이 긁히면서 희미하게 그어진 풀속길을 헤매다가 제자리에 원을 그었던 수풀길, 가을이면 아버지를 따라 머루, 다래 따러 다니던 뒤동산 오솔길, 겨울이면 바지엉치가 황소눈이 되도록 얼음지치기를 하던 동구밖 내리막길… 그것도 한번 두번이 아니라 수십번, 수천만번 가로세로 종횡무진하듯 오갔으니 때론 아름다운 삿갓을 엮은 길은 아니였을가고 우습게도 생각을 굴려보았었다.
  • ​오늘 나는 한영남의 시 ‘무깍지 동네’의 배경이 된 곳을 찾아나서기로 했다. 연길시 철남에 위치한 30, 36, 42번 버스 종점으로 가기 위해 먼저 모아산행 21번 버스에 올라 명신역에서 내렸다. 모아산 기슭마다 앵두나무에는 빨간 앵두가 터질 듯 탐스럽게 익어가고 살구와 돌배들은 가지가 휘여질 정도로 주렁주렁 달려 내 마음을 흐뭇하게 했다. 한영남의 시에 드문드문 등장하는 그곳은 도대체 어떤 곳일가. 31년이 지난 지금, 그 무깍지 동네는 아직 남아 있을가. 도착해보니 그곳은 철남 명신촌 동쪽 민속촌을 지나 공룡박물관을 건너 철남시장으로 가기 전 주기상국 위쪽 골목이였다. 그때의 일반 농촌 주택들은 모두 허물어지고 오래 전에 아파트 단지가 숲처럼 우뚝 솟아 무깍지 동네는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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