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년이 넘는 세월이 흘러 머리칼은 희끗희끗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기억의 창고에도 먼지가 소복이 쌓인다.
그런데도 어쩌면 이렇게 선명한가. 그 옷, 내가 가장 아끼고 사랑하며 나들이 때마다 애지중지 입었던 그 예쁜 진달래꽃 블라우스가 문득문득 떠오르곤 한다.
첫날 함 속에서 유난히 빛을 발하던 2호 사이즈의 앙증맞은 그 블라우스는 동서가 연길백화점에서 구매한 최고급 질감으로 만들어진 옷이다. 연분홍빛 진달래꽃이 옷감 가득 정겹게 피여나던 그 옷,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두근거린다.
시집간 날 저녁에 식구들이 함을 열자 눈이 부셨다. 여러 혼수품 중에서도 내 눈을 사로잡은 것은 단연 그 블라우스였다.
파란 하늘에 흰구름이 뭉게뭉게 피여나고 따뜻한 해볕이 소구역 구석구석을 따사롭게 비추는 9월의 어느날 우리 소구역에 엄마 고양이와 새끼고양이 두마리가 나타났다.
두달 전에도 엄마고양이는 가끔씩 새끼 두마리를 데리고 우리 소구역에 나타나 사람들의 주목을 끌었다. 고양이 엄마는 나무에도 오르내리며 자기의 재간을 새끼들한테 배워주고 귀여운 새끼고양이들은 엄마를 따라 기술을 련마하느라 나무를 오르고 내리면서 무척 귀엽게 놀았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나는 새끼고양이를 붙잡아 안아보고 싶었다. 내가 새끼고양이한테 접근하면 엄마 고양이는 무섭게 소리내며 털을 곧두세우고 눈알을 굴리며 어찌나 사납게 달려드는지 새끼 언저리에도 가지못했다. 나는 만져볼 생각을 아예 버리고 먼 발치에서 고양이 가족이 즐겁게 뛰노는 전경을 보면서 세상에서 모성애만큼 큰 사랑은 없다며 고양이 엄마를 자랑스러운 눈길로 물끄러미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