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매운탕- 남옥란
방정맞게도 친구와 만나기로 한 약속 당일은 마가을 궂은비가 질척거리는 날이였다. 정자가 정한 장소는 해란강판점 일층, 경사진 올라막을 넘어 위생실 앞 46호 자리였다. 문에 들어서서 목을 늘려 보니 꼬불머리 둘이 나와 등지고 앉아있었다. 한명은 정자일테고, 다른 한명은 누구지? 의문이 머리를 맴돌며 그들 앞으로 다가섰다.
정자는 동행한 숙이를 가리키며 미리 알리지 못한 점을 언급했다. 역시나 전부터 둘은 마을에서나 학교에서나 그림자처럽 붙어다니던 짝꿍이였으니 함께 오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한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인사치레가 끝난후 숙이의 첫마디는 나를 놀라게 했다.
“너는 좋겠다. 남편이 건재하고 달마다 생활 보장금도 받으니 늘으막에 생활이 걱정 없겠지. 우리는 이 나이에 남편을 잃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후…”
정자도 “우리 팔자는 왜 이렇게 뒤틀렸을까?”라며 한숨을 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