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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문학

[수필] 아버지 손은 약손 - 김순옥
[수필] 아버지 손은 약손 - 김순옥
아버지는 2017년 11월 28일 96세에 인생을 마감하고 하늘나라로 가셨다. 남들은 아버지가 건강하게 장수하시고 복하게 돌아가셨으니 너무 상심하지 말라며 나를 위로했다. 엄마보다 십년 넘게 우리와 함께 지낸 아버지는 우리한데 짐이 되지 않았으며 돌아가실 때까지 나라에서 주는 우대금으로 생활을 하셨다. 아버지는 항상 허약한 나를 어루만져 주셨으며 남보다 힘이 약하면 꾸준한 견지력을 갖추고 공부를 열심히 하여 지혜가 있어야 살아남는다고 가르쳤다. 나는 아버지의 바다같은 사랑을 잊을 수가 없다. 아버지는 키는 180cm이고 부리부리한 쌍거풀 눈, 덩실한 코마루에 어깨가 쫙 펴진 체격이 반듯한 아주 멋진 남자였다. 마음도 아주 착하여 다른 사람을 잘 돌보고 대범하며 운동도 잘하셨다. 달리기는 따를 사람이 없으며 경기에 나가면 무조건 일등을 하셨고 축구도 아주 잘 찼다. 특히 아버지는 힘장수였다. 내가 여덟살 때 룡수공사와 투도공사가 합하여 운동대회를 하였다. 씨름에 나선 아버지는 만나는 상대마다 쉽게 이기고 결승전까지 진출하셨다. 그때 아버지 년세가 마흔셋이였다. 비록 년세는 많아도 모든 적수들을 이기고 끝내 일등이란 영예로 황소 한마리를 상으로 탔다. 온 마을에서는 경사가 났다고 축하하며 난리났다.
  • 비는 단순한 자연현상이지만 때로는 사람의 마음에 막연한 우울을 내려 앉히고 때로는 모든 존재에게 생기를 불어넣는 단비가 된다. 나의 첫사랑도 그랬다. 하늘의 뜻이였을까, 공교롭게도 나는 쏟아지는 비속에서 실련의 쓴맛과 사랑의 황홀을 모두 맛보았고 또 그 비속에서 그녀와 재회하였다. 대학시절 여름의 어느 날이였다. 제비가 낮게 날아다니는 것을 보니 비가 올 듯 싶었다. 강의실에서 우산을 들고 나오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비가 쏟아졌다.
  • 정년퇴직 후에도 병원 일을 이어가던 어느 날, 도쿄의 아들딸이 보내는 전화와 메시지가 이어졌다. “아버지, 이제 그만 쉬시고 일본에 오세요.” 시간이 흐를수록 그 부탁은 마음 속에 그리움으로 자라났다. 마침내 2018년 설날, 아들의 초청을 받아들였다. 나리타공항을 나서자 낯선 공간 속에서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버지, 나 여기에 있어요.” 고개를 돌리니 어릴 적 토끼처럼 뛰여놀던 딸이 달려오고 있었다. 그녀는 내 가방을 빼앗아 메더니 짐수레마저 밀려 했다. “아버진 정말 젊은이같은 패기가 넘치시네요.” 그 말에 나도 모르게 빙그레 웃음이 떠올랐다. 일본에서 아르바이트하며 지낸 세월이 그녀를 어엿한 어른으로 성장시켰다. 딸과 사위는 나를 데리고 도쿄 구석구석을 보여주었다. 도쿄타워의 전망, 아사쿠사의 고즈넉함, 시부야의 활기, 긴자의 화려함까지. 그 모든 풍경 속에서 딸의 성장한 모습이 더욱 반가웠다.
  • ​대련시 모 기업소에 출근하는 고향친구가 기계 새 제품 생산에서 성공했다면서 축하연을 베풀고 나를 청하였다. 내가 이름있는 음식점에 도착했을 때는 10여명 되는 기업인들과 친구들이 한창 술잔을 들기 시작했다. 한 기업인이 와인술잔을 들고 한모금 들이켜더니 “와– 이 와인이 진짜 맛이 좋소. 여보, 김사장, 이 와인이 어디에서 생산한 것이요?”라고 물었다. 김친구는 “그야 두말할 것 없이 프랑스 로제와인이지. 자 우리 함께 즐거운 만남의 기회를 축하합시다”고 말하면서 선참으로 술잔을 굽냈다. 내가 조심스레 눈을 감고 코와 입을 열어 조심스레 분홍액체를 입에 대니 그냥 마시던 로제 와인과는 달리 밍밍하고 드라이한 것이 완전히 딴맛이였다. 단맛을 기대하고 있던 목과 혀가 뭔가의 다름에 예민해져 김사장한테 묻기도 거북하여 나는 휴대폰을 꺼내 ‘로제와인’을 클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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