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갈무리하고 초여름이 바야흐로 시작하며 계절이 바뀌여가는 어느날 나는 상해 청포구 대관원을 찾아보았다.
검은 기와와 처마가 맑은 하늘에 비끼고 6월의 붉은 단풍나무 그림자가 련못에 비껴 가을로 착각하기 쉬운 풍경이 펼쳐졌다.
대관원 공원의 산책길은 걸음마다 풍경인데 모두 ‘홍루몽’ 옛 이야기가 현실로 다가와 구현되는 것 같다.
이 정원 나들이는 단순히 고전 소설의 실물 정원 탐방을 넘어 고전 문헌, 남북 원조문맥과 현대 생태 철학의 시공간 려정이기도 하다.
상해 청포구 진상로 701번지에 자리한 이 대관원은 1988년에 정식으로 준공되였다고 한다. 국내 최초로 ‘홍루몽’ 전권 묘사를 바탕으로 복원한 실물 대관원으로 1000여평방미터의 부지 면적에 정산호(淀山湖)의 수계를 따라 강남식 정원 조성의 기풍을 세웠고 북경대관원과 남북으로 마주서며 홍루 문화가 현실에 뿌리내린 이 두 곳이 정신적 좌표를 형성했다.
아버지가 가신지도 60년이 넘었구나. 오래될수록 내 마음에 앙금이 남아 나를 괴롭히고 씻을 수 없는 자책감에 눈물이 난다. 아버지는 심성이 여리고 정직하며 착하여 수양이 있는 사람이다. 아버지는 성질이 온순한 편이라 말이 적은 사람이다. 묻는 말만 대답하고 자식들만 보면 환한 웃음으로 화답한다.
그때 시절 드물게 중국글도 볼 줄 알고 우리글도 읽을 줄 알았다. 그래서 우리에게 매사마다 도리로 교육하면서 매를 댈 때는 본인이 회초리를 갖고 오게 해서 장단지를 치면서 훈육했다. 거지가 오면 거저 보내지 않았다. 그때는 동냥을 다니는 사람도 많았는데 아버지는 서슴없이 백미 한사발씩 퍼주었다. 내가 “아버지는 바보야, 우리도 살기 힘든데!”라고 하면, “얘야, 오죽하면 동냥하겠니? 우리는 그래도 집이 있고 가족이 있잖니”라고 타일렀다.
주말이다.
창밖에는 늦가을 해빛이 엷게 내려앉고 골목은 유난히 고요하다.
나는 따뜻한 커피잔을 두 손으로 감싸 쥔 채 소파에 기대 소설을 읽고 있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종이 스치는 소리만이 방안을 맴돈다.
그때 휴대전화 벨소리가 고요를 갈랐다. 화면에 떠오른 이름, ‘선자’.
“아, 선자야? 이게 몇달만이야?”
반가움이 채 가시기도 전에 수화기 너머로 낮고 가라앉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애화야… 래일 가을다방에서 열 시에 만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