黑龙江日报朝文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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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문학

  • 하늘에서는 마치 밑창빠진 듯이 비줄기가 내려와 땅에 살처럼 꽂힌다. 창밖에서 주룩주룩 내리는 비소리에 내 마음이 부산하다. 눈이 오면 친구가 그립고 비가 오면 왜서인지 고인이 그리워난다. 오늘따라 엄마가 유별나게 그리워진다. 나의 손에는 색 바랜 엄마 사진 한장이 쥐어져 있다. 볼수록 정답고 자애롭고 착한 어머니이다. 어머니의 피부색은 눈같이 희고 쌍겹진 두 눈에서는 항상 광채가 돌고 예지로 빛났다. 우리 동네 사람들은 우리 엄마를 두고 러시아 미녀같다고도 했고 또 외국 영화배우같다고 칭찬들이 자자했다. 엄마는 시부모를 잘 공대했고 시동생들을 극진히 사랑해 주었으며 올망졸망한 우리 6남매를 애지중지 잘 키워냈다.
  • 눈은 마음의 창문이라는 말이 있듯이 눈이 어디에 집중되면 그 마음은 어디에 있는 것이다. 교육사업에 38년간 종사해오면서 나는 학생들의 눈빛만 보아도 그 학생이 집중하는지 안 하는지 대뜸 알 수 있다. 눈에 정기가 없으면 십중팔구는 병에 걸렸거나 간밤에 유희나 노느라고 잠을 자지 않은 것이다. 눈을 두리번두리번하면 장난을 치려고 선생님의 눈을 훔쳐보는 것이 뻔한 것이다. 학부모회의 때에도 학부모님들의 눈을 보면 대부분 그 상황을 알 수 있다. 천둥벽력에도 깨날 수 없을만치 깊이 잠든 산모가 아이의 모기소리만한 신음에는 깨여나는 것을 우리는 놀랍게 발견할 수 있다. 어떤 일에 대한 깊은 애호나 마음씀씀이가 있으면 이렇게 된다고 본다. 자식에 대한 부모님의 사랑은 우리가 태여난 그 순간부터였다는 것을 나이 60을 바라보는 이때에야 깨닫게 된다. 특히 어머니의 자식에 대한 사랑은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사랑이라는 말이 과언은 아니다.
  • 비는 단순한 자연현상이지만 때로는 사람의 마음에 막연한 우울을 내려 앉히고 때로는 모든 존재에게 생기를 불어넣는 단비가 된다. 나의 첫사랑도 그랬다. 하늘의 뜻이였을까, 공교롭게도 나는 쏟아지는 비속에서 실련의 쓴맛과 사랑의 황홀을 모두 맛보았고 또 그 비속에서 그녀와 재회하였다. 대학시절 여름의 어느 날이였다. 제비가 낮게 날아다니는 것을 보니 비가 올 듯 싶었다. 강의실에서 우산을 들고 나오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비가 쏟아졌다.
  • 정년퇴직 후에도 병원 일을 이어가던 어느 날, 도쿄의 아들딸이 보내는 전화와 메시지가 이어졌다. “아버지, 이제 그만 쉬시고 일본에 오세요.” 시간이 흐를수록 그 부탁은 마음 속에 그리움으로 자라났다. 마침내 2018년 설날, 아들의 초청을 받아들였다. 나리타공항을 나서자 낯선 공간 속에서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버지, 나 여기에 있어요.” 고개를 돌리니 어릴 적 토끼처럼 뛰여놀던 딸이 달려오고 있었다. 그녀는 내 가방을 빼앗아 메더니 짐수레마저 밀려 했다. “아버진 정말 젊은이같은 패기가 넘치시네요.” 그 말에 나도 모르게 빙그레 웃음이 떠올랐다. 일본에서 아르바이트하며 지낸 세월이 그녀를 어엿한 어른으로 성장시켰다. 딸과 사위는 나를 데리고 도쿄 구석구석을 보여주었다. 도쿄타워의 전망, 아사쿠사의 고즈넉함, 시부야의 활기, 긴자의 화려함까지. 그 모든 풍경 속에서 딸의 성장한 모습이 더욱 반가웠다.
  • ​대련시 모 기업소에 출근하는 고향친구가 기계 새 제품 생산에서 성공했다면서 축하연을 베풀고 나를 청하였다. 내가 이름있는 음식점에 도착했을 때는 10여명 되는 기업인들과 친구들이 한창 술잔을 들기 시작했다. 한 기업인이 와인술잔을 들고 한모금 들이켜더니 “와– 이 와인이 진짜 맛이 좋소. 여보, 김사장, 이 와인이 어디에서 생산한 것이요?”라고 물었다. 김친구는 “그야 두말할 것 없이 프랑스 로제와인이지. 자 우리 함께 즐거운 만남의 기회를 축하합시다”고 말하면서 선참으로 술잔을 굽냈다. 내가 조심스레 눈을 감고 코와 입을 열어 조심스레 분홍액체를 입에 대니 그냥 마시던 로제 와인과는 달리 밍밍하고 드라이한 것이 완전히 딴맛이였다. 단맛을 기대하고 있던 목과 혀가 뭔가의 다름에 예민해져 김사장한테 묻기도 거북하여 나는 휴대폰을 꺼내 ‘로제와인’을 클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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