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들이 눈 깜빡이는 밤
너의 하루를
반짝임으로 채우리
고요한 어둠 속에서도
네 곁엔 따뜻한 빛이 있음을
달이 창가에 머물며
오늘의 작은 기적을 그려낼제
한줄기 바람이 전하는 위로
수고했어 라는 밤의 속삭임
잠들기 전 이 마음을 닮아
꿈 속에서도
평화로움이 피여나기를
내일은 또
새롭게 빛날 너를 위해
지친 하루 끝에
찾아온 밤이
편안하게 감싸주리라
황혼 인생
저녁 노을이 산마루에 걸리면
발걸음은 느리지만
마음은 그리움으로
가득 차네
한잔의 차를 마시며
앉아 있노라니
지나온 길이
눈앞에 얼른거리네
흰 머리카락에 서린
세월의 무게
주름진 손에 쥐여진
따뜻한 기억들
바람에 흩날리는 락엽처럼
추억은 조용히 내려앉네
해는 지고 별이 뜨지만
아직도 가슴엔
밝은 빛이 남아 있어
황혼이 깊어갈수록
마음은 더욱 고요히 빛나네
저 멀리에서 들려오는
저녁 종소리
인생의 마지막 노래를
부르는 것 같아라
하지만 아름다운 이 순간
오히려 내 마음 속엔
고요한 미소가 흐르네
내 고향 진달래
산마루에 피여난 진달래
붉은 노을 머금고 서러운가
보라빛 안개 속에 흐드러진
고향의 봄은 언제나 그립구나
어릴적 발자국 새긴 골목 길
이슬 맺힌 풀섶에 핀 너를 보며
한아름 꺾어 들고는
엄마 품에 안기던 그날이
마른 잎새처럼
흩어져 가는구나
흙내음 가득한 들녘 우로
바람결에 흔들리는 네 모습은
아득한 옛날의 노래소리
할머니의 손톱에 물들던
보라빛 추억이여
멀리 떠나온 이 마음
저문 강가에
서러워도 네 향기에 취해
흐르는 이 눈물은
고향으로 가는
작은 배가 되리라
피고 지는 진달래야
봄이 오면
언제나 돌아오려나
흐르는 세월 속에서도
너와 나 영원히
이 땅에 피여있으리
별과 나
나는 별에 미친 녀자입니다
그래서 닉네임을
별꽃이라 달았습니다
별이 보이는 곳이라면
그 어디든지 달려가
별을 세여봅니다
천개를 세고
만개를 세면
당신이 돌아오실 것 같아
쉼없이 세고 있습니다
당신이 나에게 주려고
별 따러 하늘로 올라가신
10년 전 그날부터요
리별의 무게
하나를 잃는다는 건 그저
흔한 인연의
끊어짐이라 생각했는데
마음의 창고에 쌓인
모든 것들이 한꺼번에
무너지는 줄 몰랐다
식탁 우 밥알이
쓸쓸해지는 소리
베개에 스민
잠못 이루는 밤의 이슬
건강이라는 이름의
마지막 등불까지
너와 함께 사라지더라
내 삶의 가지 끝에서
잎새 하나 떨어질 때
온 숲이 울리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
리별은 창문 틈으로
새여드는 추운 바람처럼
내 몸 속 구석구석에
스며들더니
마지막으로 모든 것을
나에게서
빼앗아가더라
천사의 나팔꽃
하늘을 향해 부는
너의 흰 나팔소리
고요한 새벽을 가르며
은빛 이슬로 속삭이네
한송이 피여날 때마다
천사가 내려와
잠든 세상의 어깨 우에
밝은 노래를 묻어두고 가네
어둠 속에서도
네 곁을 스치는 바람은
깊은 슬픔을 안고서도
희망의 음을 터뜨리리라
오 순결한 나팔꽃이여
너의 목소리는
지친 령혼의 귀가에
부활의 종을 울리는구나
피여라 영원히 곱게 피여라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고요한 찬가로
모든 이의 가슴에
신의 숨결을 전하여다오
영원한 그리움
저 달빛에 흩어지는
당신의 그림자
발길 닿는 곳마다
향기로 남아
바람 속에 흐느끼는 밤에도
내 가슴은 아직도
그대를 부르네
비물에 젖은 창가에 앉아
흐르는 시간을 잡아보려 해도
당신 없는 계절
견딜수 없어
이밤도 한숨 지으며
그대 이름만 부르네
하늘 끝에서도
나를 보며 웃어주던 당신
이제는 별이 되여
내게 빛을 주나니
한줌의 추억으로
사는 날까지
그대여 내 안에
머물러 있어주오
당신은 내 삶의
영원한 빛이니깐
그대를 향한 이 내 마음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으리
그날의 바람처럼
작은 다리가 버텨내지 못했던
어느 가을 바람의 속삭임
그러나 그대 령혼은
굳은 살처럼
단단하게 자라났다
철편의 보조기는 차갑게
겨울을 닮았지만
그대의 미소는
봄날의 볕처럼 따사롭게
한걸음 한걸음이
산을 오르는 이에게
산정은 꿈이듯
그대의 길 또한 그러하리
지팡이가 땅을 두드릴 때마다
피여나는 국화꽃 향기
고개 숙인 세상이
그대의 발걸음에 고개 들며
<나는 나의 길을 간다>
메아리쳐 외치는 그 목소리
바람에 흔들리는
한그루 참나무처럼
장애는 그대를 감쌌던
해질녘 그림자일 뿐
이제 그대 령혼의 등불은
어둠을 가르고
홀로 서있네
그대 없는 아침
아침이 오면
나는 그대의 부재를
창문에 닿은 해살로 측량한다
이렇게 따뜻한데
어찌하여 이 빛은
그대의 손길 같지 않은가
세월은 참 잔인한 도공이여라
그렇게 빚은 정을 한점의 티 없이 깨뜨려 놓고서
나는 그 조각을 주워 평생을 품고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