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밖에 나가보니
비가 내리고 있었다
미풍과 손을 잡고
사뿐사뿐 걸어오는
온유한 마음 지닌 보슬비
세상을 다듬는
고마운 봄비가
무수한 생명들
갈증을 풀어주러
고운 주먹 불끈 쥐고
달려가고 있는데
나무와 들풀들이
눈물을 머금고 감격하여
손을 쳐들고 발돋움하며
하늘을 우러러 본다
내 마음도 사이다를 마신 듯
한없이 시원한데
희망을 경작하는
농부들의 가슴이야
더 말해 무엇하랴
달콤한 감로수가 흐르리라
상서로운 우유빛 구름사이로
새 희망이 보인다
단풍의 넉두리
어디서온 길손이기에
이다지 무정하신가
박자 맞지 않는 노래나마
그토록 신나게 불러주던 새들도
다 쫓아버리고
풀벌레 우는 들판만 남겨놓은 가을
부서질 것 같은
푸른 하늘 쳐다 보아도
자꾸 슬퍼지는 이 마음
불러봐도 물어봐도
텅 빈 메아리만 돌아오는 계절
우리의 작은 상처에도
노란 가을을 덧칠하자
단풍구경 나선 사람들 발걸음이
비단결처럼 가볍게
그런 어느 오후쯤
세상이 다 낮잠에 빠지면
어느 시인의 시노트에
데려다 달라고
가을바람한테 떼질이라도 써봐야겠다
단풍잎
손녀야
밤새 별놀이를 했구나
뜰안 가득
별 점점점
노을은 무색해서
슬그머니 숨어 버리고
흘러가던 구름은
넋을 버린지 오래다
뼈 속까지 빨갛게 불태우는
그 사랑
가을비 맞아도
꺼질 줄 모르는
사랑불 점점점
유리벽
서로의 마음을 주고 받으며
십여년 우정의 나무를
함께 키워 왔건만
언제부터 인지
너와 나 사이에는
두꺼운 유리벽이 생겼다
네가 하는 짓은
빤히 보이는데
너의 말소리
내 귀에 들리지 않고
담벽에 던진 탁구공 마냥
내 말만 되돌아 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