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사심없이 함께 하고있답니다
가진 것이 하나도 없어도
우리는 자신의 몸으로
사랑에 생기를 불어준답니다

메마른 가슴들이 사랑에 목마를 때 우리가
순결한 참이슬로 촉촉히 내리여
움을 틔우고 싹도 틔우고 꽃을 피우면
파란 꿈들이 푸른 하늘에 피여난답니다

우울한 기분들이 허공에 허덕일 때 우리는
자기 몸을 털어 커피잔에 마음을 풀어놓고
불처럼 뜨거운 심장으로 보듬어주고
행복한 이야기로 삶의 에너지 충전시켜준답니다

어두운 삶의 길에 오염이 꽉 차면 우리는
비가 되여 깨끗이 씻어주고
강이 되여 깨끗이 흘러보내고
바다 되여 깨끗이 정화시키며
자신은 짜거운 눈물을 삼키기도 한답니다

때로는 맑고 깨끗한 내물이 되여
가면에 가리운 얼굴들을 씻어주고
때로는 맑고 고요한 호수가 되여
방황하는 삶들에 쪽배를 띄워
불꽃이 타오르는 기슭으로 보내주기도 한답니다

때로는 냄새도 없고 보이지도 않게 남모르게
항상 곁에서 마음을 열어놓고 있다가
고민과 번뇌에 가슴이 눌리운 사람들에게
구천에서 떨어지는 줄기찬 폭포가 되여
막힌 가슴을 총알처럼 뚫어주기도 한답니다

때로는 부드러운 안개가 되여
사람들의 고통을 보듬어
마음이 편하게 하다가
바람처럼 사라지며 흐린 머리를 맑게 해주고는
솜처럼 피여오르는 구름이 되여
눈부신 해살을 한 아름 실어내려
꿈같은 선경의 서정속에 잠기게도 한답니다

고요한 방에서 옛 사랑을 그리워할 때면 우리는
넓은 창문에 결백한 서리꽃으로 내려
나란히 손잡고 걷던 오솔길도 그려놓고
다정히 앉아 속삭이던 공원속 벤치도 그려놓는답니다

찬바람 칼바람 불어오면 우리는
두터운 얼음으로 되여 방화벽 만들어 주고
듣고싶은 말 하고싶은 말로 잠못 이룰 때면
티없이 맑고 깨끗한 하얀 눈으로 되여
산도 들도 사랑의 서정으로 덮어준답니다

우리가 남인가요
우리는 하나의 족속이 랍니다
형태는 서로 달라도 근본이 같은
우리는 서로 같은 족속이랍니다

사랑을 위하여
이 좋은 세상에 내려온
우리는 같은 족속이랍니다
우리는 서로 같은 하나의 족속이랍니다

산의 고백

어떤 사람들은 나를 보고
침묵을 지키기에 무겁다고 한답니다
또 어떤 사람들은 나를 보고
비교하지 않고 질투하지도 않으며
자신의 길을 가기에 듬직하다고 한답니다

사실 나는 침묵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속으로 말을 하고 있답니다
슬프고 외롭고 쓸쓸해도 묵묵히
속으로 이겨내야 한답니다

원래부터 무겁게 태여난 나는
가벼운 구름이 부러울 때가 적지 않답니다
가벼운 몸으로 높이 떠올라서
천만가지 자태를 자랑하며
가고싶은 곳 마음대로 가고싶답니다

새처럼 이곳저곳 자유롭게 오가며
다정히 속심말도 나누고 싶고
강물처럼 멀고먼 곳 유유히 흘러
넓은 바다의 품에서 실컷 만끽하며
넘치는 격정에 잠기고도 싶답니다

때로는 그저 바라만 보아야 하던
높은 것들이 한없이 부럽고 질투하다가
본분을 잃고 다가서려고 무척 애를 쓰다가
팔다리에 금이 가고 척추를 상한 적도 있고
피를 토하며 쓰러진적도 있답니다

고요한 밤하늘에 어둠이 내리면
짐승과 새들을 품어 잠재우고
반짝이는 밤하늘을 한없이 바라보며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며 속으로 흘린
뜨거운 눈물이 얼마인지 모른답니다

그렇다고 어떻게 할 수도 없답니다
부모님을 선택할 권리가 없는 것이
복잡한 이 세상의 법칙이 아닙니까
그리고 또 어쩔수 없이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위하여
후손들은 또 나의 길을 걸어야 하고…

그렇게 한해 또 한해
번뇌와 고독을 친구 삼아
마음을 정화해 가노라면
따사로운 해빛을 볼 수 있어 감사하고
청신한 공기를 마실 수 있어 감사해하며
가슴은 향기로운 과일처럼 익어간답니다

곁눈질 팔지 않고 조용히 앞만 보며
오래 오래 숙성해 가다보며는
그런 인생과 삶은
천만년 세월이 흘러도 언제나 젊어있어
늙지 않는 것이 아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