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ㄱ,ㄴ,ㄷ,ㄹ,ㅁ,ㅂ,ㅅ...”...
고사리같은 손으로 집안 바람벽에 붙혀놓은 《우리글 자모표》를 가리키며 재잘재잘하던 딸 승연이가 “엄마, 화장실에서 오빠는 왜 서서 쉬~하지?”라고 또 엉뚱한 질문을 시작한다. 35개월에 접어든 천진란만한 승연이는 세상의 모든 어린애들처럼 귀엽다. 동글납작한 얼굴에 초롱초롱 빛나는 커다란 두눈, 앵두같은 입술, 큼직한 귀...
우리 부부가 맞벌이 하다보니 승연이는 외할머니손에서 곱디곱게 례절 바르게 자랐다. 우리 말로 식구들과 간단한 대화도 하고 집안 벽마다 옹기종기 붙혀놓은《우리 글 자모표》, 《교통도구 익히기》, 《과일, 야채 익히기》, 《일용품 익히기》, 《색갈과 도형》... 등 우리글, 그림과 ‘친구’하며 뛰놀고 있다.
큰일은 유치원 소반에 갈 나이가 꼬박꼬박 다가오면서 우리 말, 글을 훌륭하게 익혀갈 수 있을가 걱정이 앞서기 때문이다. 여러가지 객관적인 원인으로 승연이는 집 밑에 있는 한족 유치원에 보냈다. 그후부터 승연이는 “엄마”대신 “妈妈”를 쓰기 시작했고 언어대화가 한어로 되였다. 실로 조선말 위기가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