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앞 동구밖에
울퉁불퉁한 살갗
할배의 모습으로 서있는 로목
돌아보면 구비구비 인생길
풍상에 새긴 흔적 선명하네
철부지 손주들 배 곯을까
허기진 창자 달래시며
메마른 자갈밭 일구어
감자 심고 수수 심느라
잔등에 맺힌 소금꽃
모진 세월에 부대끼여
삐뚤어진 척추
튕겨나온 뼈마디
그 육신의 고통 어이 견디셨을가
거센 광풍, 휘몰아치는 폭우에
로목이 사정없이 흔들린다
궁핍했던 세월을 몰아세우는
할배의 몸부림이런가
삶에 대한
꺾이지 않는 령혼의 갈망
세월이 흐를수록
로목에 머리 숙여진다
리정표로 서 있는
할배가 일궈낸 삶의 터전
이토록 향기로운데…
솜이불
저 높은 하늘에
둥둥 뜬 할머니의 하얀 미소
여전히 천사처럼 고우시네
손주가 얼마나 끔찍했으면
눈에 넣어도 안 아플
금쪽같은 내새끼라 하셨을가
복덩이 손주에게 줄
이불 누비느라
어두운 눈 부비시며
바느질로 하얗게 밤을 밝히셨네
할머니 사랑만큼
부푼 목화송이 곱게 곱게
꽃이불 되여
하늘에 활짝 펼쳐졌네
엄마의 김치 항아리
새콤 달콤 매콤한
엄마표 배추김치
동네방네 별맛이라 소문났네
모진 세월 매서운 바람에
터실터실 갈라 터진 손
따스한 그 손으로 만든 배추김치
겨울철 추위 녹여준다네
색갈 곱고 빛갈 고운
빨간 배추김치
아삭아삭하고 쨍한 맛 일품이라네
한겨울에도 땀방울 머금은
김치움에 동그리 모여 앉은
엄마의 모습 닮은
둥글둥글한 김치 항아리
그 속에서 우려내는 엄마 향기
아, 세월이 흐를수록
기억 속에 진하게 안겨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