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깊어가며 그윽한 정취가 흐르는 매력적인 황금수확의 계절, 조선족 문학의 새로운 결실을 축하하는 뜻깊은 자리가 마련됐다. 《송화강》잡지사가 주최하는 제10회 계림문학상 시상식이 10월 24일 할빈에서 성대하게 열렸다. 올해로 10회를 맞는 계림문학상은 단순한 작품 시상의 장을 넘어 민족 문학의 현재와 미래를 함께 조망하는 축제의 장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시상식 참가자들이 단체사진을 남기고 있다.
할빈시 도리구 안승가에 위치한 할빈시조선민족예술관에서 진행된 시상식은 《송화강》잡지의 림연춘 편집의 사회로 진행됐다. 림연춘 편집은 “올해로 제10회를 맞이한 계림문학상은 단순한 작품 심사의 장이 아니라 다양한 이야기와 열정이 모인 값진 자리”라며 “참가자들이 쏟아낸 창의력과 진심 어린 작품들은 저희 잡지에 새 숨결을 불어넣었고 많은 독자들에게 깊은 감동과 따뜻한 위로를 안겨주었다”고 말했다.

《송화강》잡지의 림연춘 편집이 사회를 하고 있다.
시상식에는 여러 래빈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북경오성과학기술유한회사 허춘광 사장, 천진의과대학 기초의학원 서철룡 원장, 할빈시조선민족사업촉진회 서학동 회장, 전 흑룡강일보그룹 한광천 부총편집, 중앙민족대학 김현철 교수, 흑룡강조선족작가협회 리홍규 회장, 전 흑룡강대학 조선어학과 리태복 교수, 할빈리공대학 조선어학과 김은자 선생님, 흑룡강신문 진달래문학부간 리인선 책임편집, 할빈시조선족제1중학교 장련춘 교사 등이 자리를 함께 했다. 문단에서는 장수철, 류정남, 김정권, 리홍숙, 모동필, 김해, 황해금, 림춘화 등 작가가 참석했다.

할빈시조선민족예술관 리춘실 관장.
할빈시조선민족예술관 리춘실 관장은 환영사에서 “어려운 시기에 계림문학상을 지원해주신 허춘광 사장의 결단에 감사를 드린다. 두터운 신뢰를 바탕으로 송화강잡지사는 허춘광 사장과 함께 3회째 계림문학상을 꾸려오고 있다. 허춘광 사장은 단지 상 하나를 후원한것이 아니라 우리민족문학이 숨을 이어갈수 있는 든든한 디딤돌을 놓아주었다”라고 높이 평가했다.

행사를 후원한 허춘광 사장이 축사하고 있다.
후원회사인 북경오성과학기술유한회사 허춘광 사장과 할빈시조선민족사업촉진회 서학동 회장의 축사가 있었다. 전 흑룡강일보그룹 부총편집인 한광천 평론가의 조선족 문학작품 생태계에 대한 특강도 있었다. 《송화강》잡지 최미령 주필이 수상 명단을 발표했고 심사위원장을 맡은 중앙민족대학 김현철 교수의 심사평이 발표됐다.

서학동 회장이 축사하고 있다.

한광천 평론가가 조선족 문학작품 생태계와 관련한 특강을 하고 있다.
영예의 대상은 장수철 작가의 수필 <아버지의 흰 머리수건>이 차지했다. 심사위원장 김현철 교수는 “탄탄한 구조에 감동적인 이야기들이 탑재되여 그동안 익숙히 접해온 모범 수필의 모습을 한단계 업그레이드시킨 작품”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특히 ‘아버지’, ‘흰색’, ‘머리수건’이라는 익숙한 이미지를 통해 한 사람의 인생과 인격을 구성하는 무게있는 화두들을 정선해 냈고 아버지가 흰 수건을 매게 된 계기가 마을 벼농사 추진 과정에서 생긴 사고의 상처를 가리기 위한 것이라는 새로운 의미 부여가 돋보인다고 분석했다. 또한 글 속에 담긴 저자의 성장 과정과 반성, 후회, 실제 효도 행위들이 잔잔한 서술 속에서 인상적으로 안겨온다고 덧붙였다.


금상에는 류정남 작가의 <어미 거미처럼 살다간 울 엄마>와 리홍숙 작가의 <삶의 무늬>가 선정됐다. 류정남 작품에 대해 심사위원장은 “시간적·공간적·의식적 차원을 넘나드는 촘촘한 거미줄 구조로 어머니의 헌신적 형상을 그려냈다”고 평했다. 리홍숙 작품에 대해서는 “식물의 결에서 삶의 결핍을 읽어내는 창의적 의미 부여와 단계적 사유, 철학적 깊이가 돋보인다”고 밝혔다.
은상은 김정권 작가의 <가을>, 모동필 작가의 <사람에게 사람 있어 극락이라>, 김해 작가의 <우산>이 수상했다. 김정권 작품에 대해서는 “단락마다 한수의 시로 읽힐 만큼 진한 감수성과 시적인 언어가 결합됐고 가을 풍경 밑에 삶에 대한 관조와 인생의 가을에 대한 짙은 사색을 깔아놓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모동필 작품은 “인간 감정의 상대성과 관념의 역설에서 출발해 기술문명 시대 삶의 불확실성을 비판적이면서도 아이러니한 시선으로 그려냈다”는 평을 받았다. 김해 작품에 대해서는 “소박한 언어와 문체로 진솔한 감정을 자연스럽게 담아낸 ‘무기교의 기교’를 연상시키는 작품”이라는 찬사가 이어졌다.

중앙민족대학 김현철 교수가 심사평을 발표하고 있다.
우수상은 김동진 작가의 <울어라, 숫매야>, 황해금 작가의 <안녕, 나의 은빛 돌고래>, 김단 작가의 <6.3인치를 벗어난 삶>, 림춘화 작가의 <정성과 인내 그리고 사랑>이 차지했다. 80고령의 김동진 작가와 김단 작가는 부득이한 사정으로 대리 수상을 진행했다.

최미령 주필이 수상자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이날 시상은 허춘광 사장, 김현철 교수, 서학동 회장, 리춘실 관장, 리홍규 회장 등이 맡았다.
수상소감 시간에는 대상 수상자 장수철 작가를 비롯해 리홍숙, 류정남, 김정권, 김해, 모동필, 황해금, 림춘화 작가가 차례로 무대에 올라 진심 어린 마음을 전했다.

대상 수상자 장수철 작가.
대상 수상자 장수철 작가는 “장백의 폭포 높이가 68미터인데 북방문단의 문지기 역할을 해온 송화강잡지사가 68년이 된다. 전에는 조선족문단에 크고작은 상들이 많았지만 현재는 송화강잡지사가 거의 유일하게 10년 문학상을 지켜오고 있다. 연변에서 38년 민족잡지 편집생활을 지난해에 마감하고 퇴직하여 쓴 첫 원고가 대상을 받게 되여 격동되고 감개무량하다”고 소감을 털어놓았다.

금상 수상자 류정남 작가의 눈물의 수상소감.
리홍숙 작가는 “오늘 이 자리에 서니 너무나도 감동이 밀려온다. 이 상을 설치할 때까지 엄청 어려운 상황을 겪었을 거라 생각한다. 저도 청도작가협회에서 사무국 일을 맡고 있어 행사를 진행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안다”며 “어려운 상황에서도 문자를 지키기 위해 애쓰고 계신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2018년 부족한 소설 ‘뻐꾸기둥지’를 받아준 덕분에 8년이 흐른 지금까지 성장해 올 수 있었다. 제 성장의 모든 전환점에 항상 송화강 잡지사가 함께 있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또한 “어떤 글이 마음을 울릴가 생각해 봤는데 진정성이 있는 글, 삶의 진실한 현장을 기록한 글이 아닐가 싶다. 착실하게 차곡차곡 조선족의 삶의 현장을 기록해 나가는 글쟁이가 되고 싶다”고 다짐했다. 그는 “청도작가협회에 8090세대 후배들을 키우는 ‘7번방’이 있는데 그 후배들에게 본이 되고자 응모한 글이 수상까지 하게 되여 영광”이라고 덧붙였다.

금상 수상자 리홍숙 작가.
류정남 작가는 “며칠 전 수상 소식을 접하고 기쁘면서도 한편으로 가슴 아팠다. 이미 세상을 떠난 엄마를 글로 쓴 것이 수상을 하게 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엄마를 양로원에 보냈던 지난날이 평생 후회와 죄책감으로 남아 있다. 그 사연을 글로 썼는데 오늘 수상의 영예를 안아 감회가 새롭다”며 “이번 수상을 고무와 편달로 생각하고 더 좋은 작품을 쓰겠다”고 전했다.
모동필 작가는 수상소감에서 자신의 문학적 뿌리를 소개하며 “우리 민족의 애환이 서린 ‘눈물 젖은 두만강’이 창작된 도문에서 나고 자랐고 연변대학에서 문학을 배웠다”고 말했다. 할빈에 오래만에 방문했다는 그는 “일제강점기라는 칠흑 같은 암흑기 속에서도 이상, 김소월, 윤동주, 한용운 같은 시인들은 민족어로 명작을 남겼다. 시대의 기류와 환경은 작가에게 핑계거리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인공지능 시대가 도래하면서 ‘작가’나 ‘창작’의 정의도 변해가고 있다. 문학이 변두리로 밀려나고 독자도 작가도 줄어드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며 “시대와 역사를 열광케 하는 명작을 써낼 수 있는 진정한 정예 작가가 필요한 시대”라고 말했다. 그는 “수상의 영예를 명작을 써내라는 당부로 받들고 겸손히 조용히 창작하겠다”고 밝히고 수상작 <사람에게 사람 있어 극락이라>의 한 대목을 인용해 “기계가 점점 더 잘 만들어 낸다면 인간 창작을 수요하는 독자들은 얼마나 될지, 작가도 무형문화재로 등극할 날이 올 것”이라는 문장을 소개하며 시대에 대한 날카로운 성찰을 전했다. 또한 “우리 모두의 작은 가슴 속에 희미하면서 선명하게, 모호하면서 명료하게 사랑의 노래를 나지막이 불러야 한다”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은상 수상자 모동필 작가.

은상 수상자 김정권 작가.
김해 작가는 멀리 한국에서 참석해 수상소감을 전했다. 그는 <우산>이라는 작품에 대해 “세상에서 가장 두텁고 무거운 엄마의 사랑을 우산이라는 이미지에 녹여냈다”고 설명하며 가족의 아픔과 엄마의 마지막 순간을 글로 재생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는 심경을 털어놓았다. 황해금 작가도 상해에서 참석해 “삶의 의미와 불확정성에 대비하는 경건한 자세를 작품에 담았다”고 밝혔다. 림춘화 작가는 어머니의 정성과 인내, 사랑이 담긴 유년의 기억을 글로 쓴 소회를 전했다.

은상 수상자 김해 작가.

우수상 황해금 작가.

우수상 림춘화 작가.
한편 김정권 작가는 <가을>의 창작 과정에서 가을 풍경 속에 삶에 대한 관조를 담으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는 “자연의 이미지 하나하나가 곧 인생의 은유”라고 강조하며 앞으로도 시적인 언어로 민족의 정서를 노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시상식 끝에 림연춘 편집은 “오늘의 영예는 단순한 결과가 아니라 여러분이 문학에 대해 품어온 깊은 애정이 피워낸 필연의 꽃”이라며 “수상자들이 앞으로도 독자들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가 함께 희로애락을 나눌 수 있는 작품을 많이 창작해 주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의 뜨거운 열기와 관심이 우리 민족 문학이 나아갈 래일을 함께 일구어갈 수 있는 굳건한 밑거름이 되어 주기를 간곡히 바란다”고 덧붙였다.




《송화강》잡지는 그동안 계림문학상을 통해 조선족 문학의 저변을 확대하고 새로운 작가를 발굴하며 민족 문학의 산실 역할을 해왔다. 제10회를 맞은 이번 시상식은 원로 작가부터 젊은 작가까지 세대를 아우르고 한국과 중국 각지에서 참석한 작가들이 함께한 자리로서 조선족 문학의 미래를 밝힌 뜻깊은 행사였다. 앞으로도 계림문학상이 민족 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든든한 디딤돌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박영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