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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나를 두고- 최만흥

2026-10-21 14:20:53

1

나는 나다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그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자기의 존재와 가치를
잊지 않고 가슴속에 새기는 나다


2

나는 나다
우거진 수풀속에
드팀없이 지구를 딛고 서서
도담히 머리를 살구는 개나리처럼
자신의 독특한 빛을 뿌리는 나다


3

나는 나다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는지
무엇을 하고
어째서 하는지
알고도 모르는 나다


4

나는
몸은 비록 늦가을 언덕에 서있지만
꿈을 심으며 숙망을 꽃피우는
봄의 자락을 부여잡고
희망의 대문을 두드리는 나다


5

매일마다 새롭게 나타나는 일상
반갑게 즐겁게 받아들이며
벽두부터 심금을 다잡아
말없이 이 몸을 이바지하면서
힘들어도 쾌락을 맛보는 나다


6

사랑으로 만들어진 이 세상에서
뜨거은 사랑을 알알이 모아
사랑에 굶주린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고달픈 마음을 쓰다듬어 주면서
끝없는 행복을 느끼는 나다


7

오르지 못할 나무는 바라지 않고
내길이 아니며는 걷지를 않고
내 것이 아니며는 가지지를 않으며
생긴 그대로
있는 그대로
생활의 절주에 발을 맞추며
삶의 궤도따라 달리는 나다


8

머리는 늦가을 갈꽃처럼 희여져도
마음은 봄날의 잔디처럼 파랗커니
늙은 몸을 뒤에 두고
젊은 몸을 이고
당당하게 래일 향해
자기표현의 연장을 계속하는 나다


9

서산에 걸린 해 몇발 남지 않았지만
정열은 여전히 뜨겁거니
그 열기를 굴절시켜
소중한 오늘을 그 초점에 모으고 불태워
아름다운 저녁노을을 지펴올리는 나다


10

험악한 운명의 가시밭길에서
몰아치는 비바람에 부대끼며 살면서도
언제나 웃음부터 배우는 나다
마음의 터전을 풍요롭게 가꾸는 나다


11

세월은 피부에 주름살을 펴주고
피와 살을 조금씩 갈라 먹어도
나는 성 쌓고 남은 돌이 아니다
인생의 해빛을 고이 안고
뜻깊은 삶을
생할의 가지마다 늘여놓는 나다


12

세월이 흘러도
나이가 늘어나도
늦가을 들녁에서
만년의 삶을 뜨겁게 달구며
인생의 씨나리오를 선률에다 적는
랑만에 사는 나다
이름 석자 부끄럼없이
활개치며 사는 나다


13

애시적 고향에서 키운 꿈
모교에서 싹을 틔운 나의 령혼
량심의 향기 그윽한
생의 길에 뿌려놓은 땀방울
부푸는 가슴에
감탄표로 세우는 나다


14

비록 이름없는 보통의 늙은이지만
삶에 대한 충성은 변함이 없어
내 손으로 가꾼 생활의 열매
마가을 서리 아래 더더욱 달거니
금빛 가을을 무르익히는
단풍속에서 웃고있는 나다


15

늙었다고 생활의 관중이 되는 것이 아니라
생활무대의 떳떳한 주인공이 되여
스스로 인생을 연기하고
스스로 그 연기를 감상하면서
인생의 재미를 느끼는 나다
자기 빛을 기꺼이 맛보는 나다


16

비수같은 예지와 반석같은 의지로
생활의 일체 난관을 이겨나와
성공의 향기에 취하는 나다
담담하고 평범한 속에서
성공없던 실망을 묻어버릴줄도 아는 나다


17

추억의 개울물 바라보며
생의 길의 평범한 개척자로
인생의 초행길을 열어제낀
뜻깊은 나의 인생
즐거웠던 나의 삶
력사의 한페지에 남기는 나다


18

사람을 놀래우는 큰 일은 못했어도
가슴에 꽃묶음이 안겨지지 않아도
나의 삶을 위해 바친 그 노력 위해
축복의 술잔을 높이드는 나다


19

자연이 보내는 향기에 취해
인간들이 보내는 사랑에 취해
생활이 보내는 웃음에 취해
감격과 행복으로 목메이는 나다


20

나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나다
나는
내가 가장 증오하는 나다
나의 가장 큰 적수는 바로 나다
나는
사랑과 증오의 칼부림 속에서
내가 나를 이긴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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