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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시골 소년의 낮은 비행- 김동활

2026-10-19 10:03:41

1
논두렁에 앉아
손톱만큼 깎아 둔
오후를 기다린다
남의 수레는 먼저 가는데
내 맘 닿는
길손만 늦는지
검버섯 핀 들국화가 웃고
바람은 내내,
내 뒤통수를 훑는다


2
개울가 모래밭에 누워
구름의 그림자를 세여본다
새들은 가고 싶을 때 가는데
내 방학은 늘 이리도 짧은지
개구리 한마리
멀뚱히 쳐다본다
눈꺼풀 우에 해살이 떨린다


3
달밤에 엄마 품에 안겨
별허리가 긴 강을 건넌다
나는 왜 꿈속에서 늘
엄마 찾아
다른 나루터를 헤매는지
강물만 출렁이며 내 볼을 적신다
잠결에,
강물이 내 숨결이 된다


4
대문 밖 빨래줄에
솔가지 하나,
붉은 고추를 매달았다
개울에 발 담그면 안 되는지
참새둥지에 손을 대면 안 되는지
바람이 불면
빨래 목숨만큼 줄이 흔들린다
그 끝에서, 고추가 작게 울었다


5
메뚜기가 뛰여넘은
뙈기밭을 본다
바람은 어디로 가는지 묻지 않는다
내 마음은
왜 많은 가고 싶은 길에
못 가는 길만 가르치는지
메뚜기가 후딱 뛰여 사라진다
허공에, 내 그림자만 남는다


6
아궁이에 불을 지피며
숯검댕이 코를 그린다
해는 매일 서산에 지는데
내 마음의 해는
아예 질 생각이 없다
가마솥 뚜껑 우에 이슬이 맺힌다
그 서늘함이, 내 이를 간다


7
이불을 뒤집어쓰고
달님에게
귀속말을 건넨다
어른이 되면
모든 걸 알게 될 건가요
구름 뒤에서
달님의 하품소리 들린다
어둠 속, 내 키가 한 뼘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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