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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소설] 딸애의 남자친구- 박일

2026-09-30 10:06:42

어제 저녁, 할빈의과대학에서 박사공부를 하는 딸 미애한테서 전화가 왔다. 남자친구가 생겼다는 것이다. 나이는 자기보다 세살 우이고 할빈 어느 대학에서 부교수로 일한다고 했다. 그 소리에 마누라는 반가와서 밥을 먹다 말고 숫가락으로 국그릇을 땡~ 하고 두드렸다.

그런데 번개불에 콩 볶듯 딸애는 남친을 데리고 오늘 우리가 사는 현성으로 왔고 그것도 우리 부부가 새로 이사한 아파트 입구까지 도착했다는 것이다.

(계집애도 참, 뭐가 급해서 이렇게 보채는 거지?)

나는 속으로는 뛸 듯이 기뻤지만 겉으로는 안그런척 두덜거리며 다급히 아파트로 들어오는 입구쪽으로 나갔다.

멀리서부터 딸애의 모습이 보였는데 무엇이 그리도 좋은지 고개를 쳐들고 한바탕 웃음을 터뜨리고 있었다. 그런가 하면 딸애와 얼마쯤 거리를 둔 곳에는 웬 휴지 뭉치가 줄줄이 풀려 큰길에 흰 띠처럼 쫙 늘어져 있었는데 한 젊은 청년이 허리를 굽히고 그놈의 휴지를 아무렇게나 줏느라고 제정신이 아니였다. 보아하니 그 청년이 바로 내 딸 미애의 남자친구인 것 같았다.

-호호호 아…빠!

내가 다가가자 딸애는 눈짓 손짓 해가며 방금 있었던 일을 들려주었다.

그들 둘이 여기 입구까지 와서 택시에서 내리는데 자전거를 탄 웬 중년녀자가 그들의 옆을 지나가고 있었단다. 그런데 새노란 적삼을 입은 그녀의 등 한복판에는 수많은 발들에 털이 알락달락한 무서운 쏙새(송충이) 한마리가, 그것도 어린애 엄지손가락만큼이나 큰 놈이 떡하니 붙어있더라는 것이다.

-어머나~ 저 쏙새!… 저걸 어쩌지?

-여보세요! 아주머니?… 아주머니?

딸애는 무서워서 몸을 잔뜩 오그리는데 남친은 목을 빼들고 그 녀자를 향해 소리를 치며 팔을 흔들어댔다. 그렇게 부르는 소리에 그 녀자는 얼핏 고개를 돌리더니 곧바로 자전거를 멈춰 세우더라는 것이다.

-난 겁이나 못가, 오빠 얼른 가서 저 녀자 등에 붙은 끔찍한 쏙새를 떼줘!

-그러지, 휴지 좀 줘 봐!

딸은 가방안에서 돌돌 감은 휴지 한뭉치를 꺼내 남친에게 건넸다. 급해난 남친이 휴지를 통째로 들고 뛰여가다가 그만 휴지 끝부분만 손에 쥐고 큰 뭉치는 땅에 뚝 떨어뜨리는 통에 그때부터 뛰여가는 거리만큼 길바닥엔 휴지가 한줄로 쭉 풀려지고 말았던 것이다.

-웬 일이죠?

중년 녀자가 물었다.

-어서… 어서 등을 돌리세요!

-내 등을… 왜요?

-아주머니 등에는 지금 징그러운 벌거지 한마리가 붙어있거든요.

그 소리에 중년 녀성은 다급히 등을 돌렸다. 그런데 방금 전에 똑똑히 보았던 그 쏙새는 언제 어디서 도망을 갔는지, 아니면 더는 버티지 못하고 뚝 떨어졌는지 그녀의 등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어허 없네!…

-뭐라구? 자네 혹시 머리가 잘못된거 아니야?

눈을 흘기던 그녀는 머리를 홱 돌리더니 자전거를 타고 씽-하니 가버리고 말았다.

어쩌면 남을 도와주려다가 오히려 상대방의 오해만 받아 닭 쫓던 개 지붕을 쳐다보는 꼴이 된 남친을 보고 딸애는 그렇게 소리내여 웃음을 터뜨렸던 것이다.

-교장선생님 안녕하세요!

바로 이럴 때 방금 휴지를 한웅큼 주어 쓰레기통에 버린 젊은이가 곁으로 다가와 나에게 굽석 인사를 했다.

-아니 자네 나를 아는가?

-교장선생님은 저를 아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교장선생님이 퇴직하시기 전 사업하시던 그 중학교에서 6년이나 공부를 하다가 2015년에 졸업을 한 곽봉수입니다.

보매 딸 미애는 우리한테 깜짝쇼를 하려고 아예 그런 말들은 입밖으로 꺼내지도 않았던 것이다.

키가 조금은 작은 편인 그 청년의 얼굴을 찬찬히 뜯어보는 순간, 나는 가슴 한구석에서 웃음이 스물스물 고개를 쳐들고 있음을 기분좋게 느꼈다.

-곽-봉-수라? 그러면 그해 상해 복단대학에 입학했던…

-예 맞습니다. 허허 교장선생님께선 저를 기억하고 계시네요.

(이 자식아, 기억하다뿐이겠나? 난 자네가 어떤 학생이였는지… 지어는 별명이 뭐였는지까지도 속속들이 알고 있거든.)

하지만 나는 목에까지 올라오는 이런 말은 입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이 곽봉수란 학생이 초중을 다닐 때의 일이였다. 어느 날 오후 자습시간이였는데 교실의 제일 뒤줄에 앉은 한 남학생은 심심해서 그랬던지 두 볼이 미여지게 입에다 바람을 잔뜩 불어넣고는 자기 팔에다 그 입을 가져다 대고 붕-! 하고 방귀끼는 소리를 요란스레 냈다. 그 바람에 교실이 떠나갈듯 와! 하고 폭소가 터졌는데 그 남학생은 자기는 안 그런척 앞에 앉은 두 녀학생 중 어느 누가 방귀를 꼈을 거라고 했다. 그러자 앞에 앉은 녀학생 둘은 사람을 함부로 모함하지 말라고 발끈 성을 내며 남학생에 게 마구 대들었다. 그래서 앞에 있는 흑판곁에 앉아있던 선생님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제지를 시켰는데 그랬어도 술렁이는 교실안은 누그러들지 않았다. 바로 그럴 때 키가 작아 앞줄에 앉아있던 곽봉수가 선생님에게 손을 번쩍 쳐들었다.

-내꼈습니다!

그 소리에 학생들이 일제히 목을 빼들고 곽봉수를 쳐다보았다. 그 붕- 소리는 분명 교실 뒤쪽에서 났는데 네가 꼈다니 그건 또 무슨 말이냐? 하고 떠들면서…

그러자 곽봉수가 다시 입을 열었다.

-방금 저는 제가 꼈다고 말한 것이 아니라 그저 ‘내꼈다’고만 했습니다.

그러자 그게 그 소리가 아니냐고들 했다.

-아니지요. 누군가 고체도 액체도 아닌 기체를 속에서부터 밖으로 ‘내꼈다’는 말이거든요. 그 바람에 학생들은 기가 찬 소리라는 듯 저마다 고개를 설레설레 저어댔다. 그때부터 곽봉수의 별명은 ‘내꼈다’였다고 한다. 그뿐만이 아니였다. 그 반급의 체육선생님은 운동은 잘하지만 언변이 별로 없었는데 체육시간이 되자 운동장에 학생들을 줄세워놓고 한다는 말이 “이번 시간은 주요하게 체육시간입니다”였다고 한다. 그 다음 체육시간이 왔는데 곽봉수는 체육선생님을 보고 “선생님 이번 시간은 주요하게 뭡니까?”하고 물어서 그 체육선생을 말문이 꺽 막히게 했다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학교 동쪽엔 물이 흐르는 작은 도랑이 있었는데 어느 날 그 물도랑에서 오리 두마리가 놀고 있는걸 보고 곽봉수는 “허허 저 물우에 십리가 있네”라고 말했단다. 그래서 곁에 있던 친구들이 무엇이 십리냐고 물으니 “오리 둘이면 십리가 아니냐?”하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렇게 엉뚱하고 가끔은 기발한 생각을 하는 아이여서 학생들 사이에선 물론이고 이 학교의 1인자인 나의 귀에까지 그 말이 들어올 정도였으니 그 어느 선생님도 곽봉수란 학생을 모를리가 없었다. 그런 곽봉수가 또 언젠가는 한 숙소에 같이 있는 친구가 아침에 식당에 가서 물만두를 사다 놓고 잠깐 화장실로 간 사이 살그머니 젓가락으로 그 물만두를 모조리 뚜지며 속만 몽땅 파먹고는 도망을 가는 바람에 그날 온 학교엔 또 하나의 웃음거리가 생겼었다고 했다.

그렇게 온 몸이 웃음투성인 곽봉수학생은 머리가 총명하고 공부 또한 잘하여 반에서 1등을 놓쳐본적 없었는데 결국은 명문대학을 가게 되였고 지금은 의젓한 대학교 교수까지 되여 있었던 것이다. 아마도 그러한 젊은이였으니 언제 봐도 똑 부러지게 제노릇 온천하게 하는 딸 미애의 마음에도 웃음만 얹어주는 적임자로 자리매김을 했을 것이다.

나는 딸과 곽봉수를 데리고 아파트 골목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일여덟살쯤 되여 보이는 사내아이가 머리 하나는 작은 한 녀자애의 손에 들고있던 어떤 놀이감을 빼앗아가지고 도망을 치고있었다. 그 바람에 녀자애는 땅바닥에 퍼더버리고 앉아 울음을 터뜨렸다. 그러는 애를 딸 미애가 다가가서 눈물을 닦아주며 달래주었다.

-호호 오빤 어릴적에 방금 그 남자애 같은 불량소년이 아니였어요?

-불량소년? 노! 노! 난 어릴적부터 말 잘 듣고 점잖은 착한 소년이였거든.

딸과 제자가 주고 받는 말을 들을라니 나는 갑자기 웃음이 마렵고 코구멍이 벌렁거려 얼른 고개를 딴 곳으로 돌렸다.

-허허 방금 놀이감을 빼앗겨 울던 애를 보니 갑자기 미애 네가 어릴적 일이 떠오르는구나.

나는 젊은 한쌍을 데리고 아파트에 들어서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면서부터 이야기를 꺼냈다…

어느 휴일날, 나는 네살나는 너의 손목을 쥐고 부모님이 계시는 민족향으로 놀러갔었지… 당시 너의 할머니는 향 유치원 원장이셨는데 그날 점심때가 가까와 올 무렵, 너는 유치원 앞마당에 있는 어린이용 그네에 앉아 몸을 앞뒤로 흔들며 즐겁게 놀고 있었고 나는 너의 할머니를 도와 어느 아담한 교실벽에 고운 그림종이들을 붙이고 있었단다.

그런데 갑자기 밖에서 숨이 넘어갈듯한 너의 울음소리가 들려오지 않겠니… 그래서 우리가 정신없이 밖으로 달려나가 보니 너는 글쎄 그네 의자에서 허망 땅바닥에 떨어져있고 한 일여덟살 나는 사내애가 등을 돌리고 어디론가 급히 도망을 가고 있었어. 그러니 보나마나 그 애가 저지른 일이 분명했던 거야.

-저 녀석, 보신탕집 애가 아니야?!

너의 할머니가 눈을 부라리며 하시는 말씀이였다.

나는 딸과 제자한테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느라 정신을 팔다보니 우리가 오른 엘리베이터가 내려야 할 층을 지나 그냥 우로 올가가고 있는줄도 몰랐다.

-그런데 땅바닥에서 마구 딩구는 너의 곁으로 다가가는 순간, 우리는 까무러칠 지경으로 크게 놀랐지 뭐겠니… 너는 몽둥이같은 무엇에 머리를 얻어맞았는지 아니면 땅바닥에 머리를 세차게 박아 머리뼈가 깨졌는지 머리에서부터 온 얼굴이 피투성이 되여있었단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너를 안고 정신없이 향 위생소로 달려갔지… 저으기 놀란 의사와 간호사들도 너를 얼른 받아안고 급히 처치실로 들어갔고…

그런데 얼마쯤 지나자 흰 위생복을 입은 의사선생이 처치실에서 천천히 나오더니 입에다 담배부터 꼬나 물더구나.

-의사선생님 애 상황이 어떤가요? 엄중하면 급히 큰 병원으로 가야하지 않을가요?

-큰 병원으로요? 푸~

천천히 담배연기를 입에서 내뿜던 의사선생이 별안간 량쪽 어깨를 들썩이기 시작했다.

-핫 하하하

-?… …

-두분이 크게 놀라실 필요가 없어요.

-??… …

-애 머리와 얼굴의 피는 애가 흘린 피가 아니거든요.

-뭐라구요? 그럼 그 피는?…

-그건 개 피였어요. 누군가 애 머리와 얼굴에다 뿌려놓은 개 피!

-예? 개 피?!

나와 너의 할머니는 처음엔 어정쩡해 있다가 개 피라는 소리에 갑자기 시름이 활 풀려 입안의 흰 이를 다 드러내며 한바탕 소리내여 폭소를 터뜨렸던거야.

-허허허 교장선생님께선 아직도 그 일을 잊지 않고 계십니까?

딸애의 남자친구인 곽봉수가 하는 말에 나는 주먹으로 젊은이의 어깨를 한대 쿡 박아주었다.

-에끼, 이 사람아, 내가 어찌 그 일을 잊을수가 있겠는가?!… 기실 나는 말이야. 그때부터 곽봉수라는 자네를 기억하고 있었네 그려.

-뭐예요? 아빠!

딸 미애가 깜작 놀라서 두 눈이 동그래진다.

-아니 오빠! 그럼 그때 내 머리와 얼굴에 개피를 잔뜩 발라놓은 그 보신탕집 아이란 애가 바로 오빠였단 말인가요… 어마나~ 기가 차서 원!… 크윽~ 호호호 

미애는 갑자기 웃음주머니가 툭 터져 눈에서는 눈물까지 찔끔찔끔 나왔다.

-어쩜 악연도 이렇게 지독한 악연이 다 있죠?!

허허허허… 하하하하

내가 꺼내는 희한한 이야기에 장단을 맞추듯 세 사람이 같이 웃고 떠들다 보니 우리를 태운 엘리베이터는 다시 아래 1층으로 내려가 뚝 멈춰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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