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수한 광음이 엉겨붙어
한점 수석이 되였다
태초의 혼돈을 헤치고
신성한 빛으로 온 몸을 휘감고
은하강의 물결 건너온 너는
바람의 언덕 넘어온 너는
최초의 언약을 반짝이면서
견고한 정신으로 거기 서 있다
너의 무늬는 지구의 손금
너의 색깔은 시간의 발자취
그런 네가 어찌 나의 사랑이 아니겠는가
나는 뜨락에 돌을 키운다
시 랑송 1
령혼의 하늘 높이
흰 깃 펼치는
소리의 새들
날개짓마다
튕기는
하얀
꿈방울
방울방울
튕겨오르는
아리랑
스리랑
맑은 소리
저 소리 소리마다
미래의 하늘에
별이 되여
반짝이다
시 랑송 2
비암산 솔바람 소리
해란강반 벼꽃이 웃는 소리
모아산 사과배나무
별 튕기는 소리
자음과 모음이
손 잡고 걸어오는 소리
내가 가는 길에
새벽 이슬 살며시 속삭이는 소리
말복
태풍도 장마도 지나가고
시원한 바람이 더위를 거둬간다
낮게 드리운 구름들이
잠자리 날개를 스치고
오얏나무는 붉은 웃음으로
시절을 갈무리한다
매미 울음소리도 한풀 꺾이니
뜨겁던 여름도 이젠
그리움 한줄기로 사라지나봐
여름밤
옥수수 초리에 걸린 달님은
땀의 무게 재이느라 여념이 없다
산데리야 불 밝은 도시의 카페에선
월궁 항아 내려와 커피잔 기울인다
휴먼 로봇 슬슬 부채질 하니
무더위도 깜짝 놀라 도망친다
외통길
바람이 갈마치면
나는 외통길로
몸을 피한다
도탑게 쌓인 눈을
언 손으로 헤치며
얼뜬 길잡이 따라
물여울 건너면
외통길은 사라지고
절망의 골짜기도 사라지고
드디여
외통길은
꿈이 된다
산나물과 인간
산나물은
낫낫해야
제맛이 난다
나릿나릿한
여린 머위가
먹기 좋듯이
인간도
성미가 낫낫한 사람이
대하기 편하고
만나면 기분도 좋아진다
거뜰거리지 말고
난탕부리지 말고
항상 낫낫하게
살고 볼 일이다
자신을 낮추면 하늘의 소리 들린다
늘 자신의 내면을 살펴볼 일이다
혹시 잡초가 성했는지
혹시 왕가물이 들었는지
혹시 벌레가 꼬이지 않았는지…
나를 알면 세상이 보이고
겸손의 문턱이 높아야 삶도 높아진다
거두가 되려면 개미가 되는 연습부터 해야 한다
조금이라도 거뜰거려서는 안 된다
하심을 배우고 몸을 낮추어야 한다
더 이상 낮아질데 없을 때까지 낮춰야 한다
진심으로 낮아지고
진심으로 참회하고 반성하고…
자신을 낮추면 하늘의 소리 들린다
이상 기후
지구는 불가마가 된듯
벌겋게 달아올랐다
씩씩 단김 뿜으며
병든 황소처럼 헐떡거린다
무더위를 잡아보자고
태풍이 큰 입 벌리며 달려오지만
그놈도 사악하긴 마찬가지
쏟아지는 물폭탄에
항아리도 꿈도 떠내려가니
어허, 하늘을 탓해야 할지
인간을 탓해야 할지
바이 알길이 없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