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가 길어지기 시작한 가을밤
북두칠성도 서쪽으로 기운다
밤하늘 은하수 밀도가
서서히 기울어짐을
흐릿한 눈으로 본다
도시의 황홀한 불빛 사이로
별 하나가 떨어진다
그것은 내 소원이 아니다
우주가 잃어버린 말 한마디
가을하늘은 투명해지고
먼 별들의 빛이 맨눈에 닿는다
나는 서서
내 늙음을 접어 날린다
그것이 내 소원이다
우주가 잠시 내려놓은 말 한마디
다시 주어 하늘에 걸기를
백내장처럼 뿌옇게 무너지는
내 로안아
잠시 멈추어라
이 가을 앞에서
아직 볼 것이 남았다
내 소원이 별에 닿는 날
그 별은 이미 잠든 별일지라도
태초의 불꽃으로 깨여나
다시 돌아오는 빛으로
내 로안속 먼지 하나 하나에
영원한 불을 밝혀주리
떠나본적 없는 곳
이 몸은 수없이 낯선 땅을 밟아왔어도
마음만은 한결같이 그 자리에 있었다
바람에 실려오는 흙냄새
저 멀리 아득히-
보이지 않은 실 하나
언제나 나를 그 곳으로 끌어 당긴다
떠난줄 알았던 그 순간에도
령혼은 그 곳에 머물러있고
보이지 않은 손가락이
등을 밀어붙인다
결코 떠날수 없는 그 자리
뼈는 타향에 묻힐지라도
령혼만은 고향의
어머니 숨결 속에
붉은 태줄로 묶여있네
추석달을 바라보며
추석달이 떠오르면
흩어졌던 마음 하나 둘 고향으로 향한다
지붕위로 번지는 은빛은
어머니 손처럼 부드럽고
오랜만에 활짝 열린 대문 저켠
삼촌의 웃음소리가 먼저 굴러들어온다
하늘의 별들도 오늘 만큼은
둥굴게 모여 원을 짓는다
달빛도 유난히 낮게 기울어
아버지 술잔에 반쯤 잠기고
할머니 주름사이로 둥근 웃음 피운다
어머니 모은 두손
달은 어느새 그 소원을
금빛으로 받아 적는다
달빛아래 펼쳐지는 이 작은 잔치
한가위 보름달 아래
식어가는 정을 다시 태우며
가족의 숨결을 한데 묶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