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질 무렵
붉은 노을 바라보면
문득 고향이 떠오른다
북방의 작은 시골 마을
어릴 적 뛰놀던 골목길
어머니의 구수한 밥 냄새
낡은 대문 너머로 들리던
정겨운 목소리
세월은 멀리 흘러갔지만
마음 한켠 그곳에는
아직 어린 내가 서 있다
돌아갈 수 없어서 더 그리운 곳
눈을 감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
고향은 내 마음이 쉬여가는
영원한 안식처이다
눈사람
밤새 하늘이
하얀 편지를 써 내려오면
아침마당에
눈사람 하나 서 있다
동그란 얼굴에
바람으로 당근 코를 세우고
작은 돌 두개로
세상을 바라본다
해살이 오면
조금씩 작아질 걸 알면서도
오늘만큼은
아이들의 웃음 속에
환하게 서 있다
눈은 녹아도
함께 웃던 추억은
마음 한켠에
조용히 남는다
추석의 밤, 둥근 달
가을 바람이 들녘을 스치면
벼이삭은 황금빛 미소를 짓고
들판마다 곡식 향기가 익어간다
그우로 한가위 달이 둥글게 솟는다
고향의 지붕 위에도
도시의 빌딩숲에도
그 달빛은 고요히 내려 앉아
서로 다른 삶을 하나로 감싼다
멀리 타향살이 하는 이도
오랜만에 모인 가족도
달빛 아래선 모두 웃는 얼굴
밥상우 송편의 달콤함
웃음 속 술잔의 온기
그 속엔 한해의 로고와 감사가 녹아 있다
달을 보며 빌던 소망이
오늘은 좀 더 가까워진 듯
바람결에 흩날리는 웃음이
별빛처럼 반짝인다
추석의 밤 둥근 달
달은 단지 하늘에 뜬 빛이 아니다
그건 우리가 나누는 마음의 모양
서로를 잊지 않고 사랑하는 둥근 약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