黑龙江日报朝文版
国内统一刊号: CN23-0019  邮发代号: 13-26
흑룡강신문 > 문화·문학

[시] 고목 (외 1수) - 남태일

2026-08-06 08:27:46

수많은 푸른 혀들이 빛을 핥아
허공에 연두빛 웃음을 길어올린다
움켜쥐였던 그 무성한 웃음들
이제 어느 바람의 갈피 속으로 흩어졌는가


풍상을 견디던 수피(树皮)는
마른 비늘이 된 제 몸을
뼈처럼 하얗게 돋치리라
멀지 않아
수평의 고요로 돌아눕는 날


그 품에 기대여 살던 풀들이
비로소 빛의 세례를 입으리
저마다 하늘을 향해
푸른 기개를 올리던 락엽들
부식의 깊이를 딛고 일어서
다시 숲의 전설을 밀어올리리


언젠가는 제 속의 모든
무늬를 풀어헤치고
바닥부터 유언의 닻을
깊숙이 내릴 것이리라


다시 찾은 항주시 77호 건물


항주시에서 볼일을 마치고
삼십년 전 청춘이 남겨 둔
77호 건물을 찾아갔다


한때 내가 운영하던 노래방
녹 쓴 문고리 하나가
세월보다 먼저 나를 알아보았다
건물 벽을 타고 번진 실금들
어쩌면 내 얼굴에 깊이 파인
삶의 지문이 아니였던가


세차게 고동치는 가슴을 누르며
문을 살짝 두드리자
삼십년이라는 시간이 서서히 열렸다
밭고랑마다 흰 서리가 내려앉은
녀주인의 얼굴
한때 내 마음 속에서
노란 꽃으로 피여나던 그 고운 얼굴
이제는 저문 산마루에 걸린
한편의 재빛 노을로 서 있구나
정적을 가르는 긴 휘파람 소리처럼
불쑥 나타난 나를 얼싸안는 그녀
“아저씨……”
야윈 가슴이 맞닿는 그 순간
봄꽃은 몇번이나 지고 피였던가
물음표만 가득 걸린 두 얼굴에서
네방울의 눈물만 익어 떨어지네


아, 창틀에 겹겹이 굳어버린 푸른 페인트여
너는 아직도 나를 기억하느냐
젊은 날의 서툰 붓끝으로
이 방에 칠해두었던 푸른 마음을


흐린 유리창 너머 이안산은 여전히 푸른데
노래방의 번쩍이는 불빛 아래
청춘을 흔들며 노래하던 아가씨들
어느 안개 속에서 주름살과 다투고 있느냐?


못다 한 사연은 식은 차잔 속에 가라앉고
돌아갈 시간이란 놈이 문밖에서 말없이 서 있구나
노을의 잔향 속에서 작별인사를 나누며
두손을 다시 포개는 순간
빛바랜 벽에 걸린 동그란 거울 속에
흰 털 성긴 할미꽃 두송이가 우리를 바라보고 있네


아, 삼십년 흐른 뒤
저 뿌연 거울 속에 무슨 꽃이 다시 비추고 있을까?

관련 기사
版权所有黑龙江日报报业集团 黑ICP备11001326-2号,未经允许不得镜像、复制、下载
黑龙江日报报业集团地址:黑龙江省哈尔滨市道里区地段街1号
许可证编号:23120170002   黑网公安备 23010202010023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