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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옛집 뜰안 (외 5수) - 성송권

2026-08-03 11:04:06

녹슨 자물쇠 잠 자고
처마밑 거미줄 집 지키네
찬 바람 새벽안개 몰고와
풀잎에 은방울 맺치는데
매미 울음소리 끊어지고
락엽만 문앞에 쌓여가네


추억(归忆)


해가 뉘엿뉘엿 서산에 지고
어둠이 산에 들에 내리는데
부엌엔 귀뚜라미 울음소리에
옛집 굴뚝은 숨소리 없네


색 바랜 마루의 돗자리
달빛에 수다 떨고
지나가는 저녁 찬바람이
흘러간 옛 이야기만 남겼네


갈대에 흰서리 내리고
어머니 머리에도 눈 내렸는데
귀향의 발걸음은 안들리고
문앞에 락엽 뒹구는 소리만 들리네


고향의 쑥향기


또 한해 쑥향기 풍기는 명절
대문엔 쑥 달아줄 사람 없구나
쑥 베던 낫이 사랑채에 걸려있고
흘러간 세월은 한숨만 남겼네


개구쟁이 단오절 기억은
터밭의 쑥잎에 묻혀 있고
저 멀리 밤개구리 울음소리
먼 추억을 불러오네


어제날 쑥떡 먹던 소년은
이 떡 쓰겁다 안 먹는
어린 손자를 바라보며
깊은 한숨소리 서럽다


삶은 계란은 아직 따스한데
누군가는 여전히 머리 들어
흘러가는 찬 달빛 속에서
고향의 쑥향기를 그리네


단오


첫 새벽 이슬 머금은 쑥
대문에 매놓는 아버지
흰김 속 쑥떡 빗는 어머니


굴원과 천문의 구절은 몰라도
가장 푸른 잎새에 정성 넣고
소박한 가족의 소망을 빈다


힘겹던 보리고개에도
다락논에 벼모가 푸르고
일밭에서 훔쳐온 여유 시간
쑥떡향이 밥상에 꽃핀다


쑥향은 바람에 날려가고
오색끈은 손목에 손주 소망 묶는다
쫀득한 쑥떡에 내 입이 호강한데
어머니 이마엔 피곤이 고인다


흰 뜬김 어머니 머리칼 물들이고
피곤한 몸매 갈대가 기억한다


문틀에 매놓는 쑥향기
주린배 달래주던 쑥떡
삶에 지친 가녀린 몸매
초생달처럼 휘여진 등


단오절은 어머니
어머니는 단오 명절이다


귀향길


구름도 만져보는 빌딩에 살아도
남의 집 빌려사는 듯 옛집 그립고


하아얀 셔츠 입고 넥타이 조여도
흙냄새 나는 이 몸 어쩔 수 없네


타향의 추운밤 버텨낸 것도
꿈결에 본 고향의 품이였네


돌아가리라 벌써 몇해냐
물거품처럼 사라진 맹세


내 등 굽어보니 알겠더라
왜소한 부모님 뒤모습


하늘에는 고개길 없다 하는데
못 닿은 귀향길 언덕만 높아간다


하얀 감자꽃밭


텅비여 있는 자투리 밭뙈기
바람이 불면 바람을 심고
해살이 내리면 해살을 심고
밤이면 쏟아지는 별무리도 심고


새벽엔 별을 이고
저녁엔 달을 지고
어머니 정성 손길에
감자꽃이 하얗게 웃던 밭


류월의 좋은 해살에
범이 새끼를 칠 풀밭
호미날 소리는 들리지 않고
인기척도 없는 주인 잃은 밭


바람에 고운 꼬리 흔들며
밭주인 행세하는 강아지풀
그는 알고 있을가
저세상 간 어머니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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