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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소와 큰아버지 (외 2수) - 맹영수

2026-07-22 15:16:13

소는 말이 없다

늘쩡늘쩡 걷는다

소는 애교도 없다
등을 두드려도 응석을 모른다

가끔 소는 먼 곳을 응시한다
우묵한 눈에 이슬도 반짝인다

소는 욕심이 없다
청초와 두병이면 만족을 느낀다

소는 운명을 모른다
가는 날까지 소명을 다한다

소를 보면 큰아버지가 떠오른다
침묵으로 평생을 살아온 큰아버지

아리랑 고개 넘어 두만강을 건너온 큰아버지

힘들면 담배연기로 시름을 풀고
아프면 술 한잔에 이를 윽문 큰아버지

우직한 성미로 바람따라
드바삐 제 길만 걸어온 큰아버지

외로운 큰아버지에겐 소는 언제나 친구였다
가끔 술 한잔 하고 나면 큰아버지는
소에게 넋두리를 하며 눈물젖은 두만강을 부르기도 했다

그때면 소는 말귀를 안듯 살살 꼬리를 저으며
큰아버지와 눈을 맞추기도 했다

그렇게 큰아버지와 소는 떨어질 줄 몰랐다

큰아버지는 늘 소에게 여물을 주고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리고 소귀에 대고 뭐라고 중얼거렸다

소는 음메- 길게 소리 지르며
웅글진 눈에 큰아버지를 담았다

노을빛 아래 큰아버지와 소

큰아버지는 소였다
소는 큰아버지였다

립춘

별빛이
초롱불 밝히니
바람의 치마폭 잡고
세월이 대문을 연다

희망이 싹터 올라
저만치 꿈들이
손짓하고
해빛이 몸 푸니
저만치
까치소리 정겹다

설한풍 빨래줄에 널며
엄마가 젖가슴 푼다
한동안 고팠던 ‘자식들’
오구구 해살을 물고
포동포동 젖살 키운다

봄은

봄은 온풍에서 온다
동지달 울음 걸러내고
하늘땅 양기 가득 안고
솔솔 살살 해쭉이며

봄은 휘바람 불며 온다
파아란 초롱불 들고
알록달록 꽃송이 들고
빨간 노란 리봉 매고

봄은 녀인들한테서 온다
사뿐사뿐 그 걸음에서
쌔물쌔물 눈망울에서
하늘하늘 치마자락에서

봄은 긍지감에서 온다
찬바람 이긴 자부심에서
오늘에 대한 감사함에서
래일이란 부푼 기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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