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의 초상(10대였더라면)
십 년만 젊었어도 나는 주저하지 않으리
남들의 시선 뒤에 숨어 울지 않으리
세상이 정해준 좁은 길을 걷기보다
내 가슴이 뛰는 곳으로 뛰어 갔으리라
사랑이 서둘러 상처를 남겼던 청춘을
더 뜨겁게 안아주고 솔직히 말했으리라
불안한 내일을 방황하며 앓던 열아홉
그 찬란했던 계절을 왜 그리 두려워 했더냐
30대의 무게(20대였더라면)
십 년만 젊었어도 나는 가볍게 달렸으리
현실이 무거워도 무릎 꿇지 않았으리
밤새워 꿈을 꿨던 청춘의 심장으로
실패를 훈장 삼아 다시 일어 섰으리라
밥벌이의 고단함에 영혼도 잃어 버렸지만
나의 스무 살에게 넓은 하늘을 보여 줬으리라
거울 속에도 비쳐지는 서른의 길목에서
푸른 날의 나를 애타게 불러본다
40대의 회한(30대였더라면)
십 년만 젊었어도 나는 나를 더 아꼈으리
뒤돌아 보지 않고 달리기만 하지 않았으리
아이들이 자라는 모습을 눈에 더 담고
부모의 주름살 박힌 손 한 번 더 잡았으리라
남들처럼 작은 집을 큰 집으로 바꾸고
내 식구들 부끄러울 것 없이 살았으리
마흔의 길목에서 문득 멈춰 서서보니
가장 뜨겁던 서른이 저만치 멀리있네
50대의 황혼(40대였더라면)
십 년만 젊었어도 나는 덜 망설였으리
지나간 미련에 잡혀 살지 않았으리라
아직은 건강하고 젊을 때 그 시절로 돌아가
가슴 속에 묻어둔 오랜 꿈을 펼쳤으리라
인생의 반 고개를 넘어 숨을 고르는 지금
사십대의 정열을 애타게 그리워하네
60대의 여유(50대였다면)
십 년만 젊었어도 나는 더 많이 웃었으리
꽉 쥐었던 두 손을 그 때처럼 가볍게 폈으리
지천명의 나이에 보여준 삶의 결을 따라
춘하추동 가릴 것 없이 나의 길을 걸어가리
남은 날을 손 꼽아 보면서 조바심 없이
오늘을 꽃보다 더 화사하게 지냈으리
등 뒤로 저무는 석양이 아름답다 해도
그 시절의 저녁 노을이 더 보고 싶구나
70대의 달관(60대였다면)
십 년만 젊었어도 나는 더 멀리 갔을 거고
보고 싶은 이들의 얼굴을 더 보았으리
다리에 힘 있고 눈이 밝던 그 시절이여
왜 그리 삶이 무겁다고 엄살을 부렸나
인생의 지도를 다 읽고 나니
모든 순간이 기적이 었고 축복이 었던 것을
백발을 슬어 넘기며 가만히 눈을 감고
그리운 예순의 봄날로 소풍이나 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