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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착각 - 박영옥

2026-06-23 10:25:48

요즘 련희는 울분을 삭일수 없었다. 글쎄 남편 경호가 웬 젊은 녀자와 눈이 맞아 돌아간다는 소문이 자자했다.

헛소문일수도 있겠는데 하는쪽으로 마음의 초점을 맞추려고 하는데 그녀의 눈에 띄우기까지 했으니 사실이 확연했다.

그날 련희는 친구네 집에서 밤 9시까지 놀다가 돌아오는 길에 경호가 어떤 몸매가 날씬한 녀자와 어깨나란히 다정하게 속삭이며 거닐고 있는 것을 보았다. 순간 련희는 머리가 뗑해나고 피가 거꾸로 흐르는 것 같았다.

“너희들 무슨 지랄이야? 어디 한번 혼나봐라.”

련희의 욕담이 별하늘에 울려퍼졌다.

뜻밖에 안해한테 걸린 경호는 놀랐으나 인차 진정하고 말했다.

“여보, 길가에서 뭐요? 남들이 웃겠소.”

“흥! 웃는 게 무서우면 이 지랄해요? 저 화냥년을 두들겨놔야지 안되겠다.”

련희가 그녀한테 공격을 하자 그녀는 찍소리 못하고 경호뒤에 섰다.

가로등 불빛을 빌어 그녀를 보니 몸매가 고울뿐 이목구비는 수라장이였다.

“너 어디 한번 맞아봐라.”

련희는 기고만장하며 그녀한테 달려들었다. 경호가 급히 련희의 앞을 막아서며 그 녀인을 보고 어서 자리를 뜨라고 했다. 그 녀인은 지나가는 택시를 불러 타고 떠나갔다.

집으로 돌아온 련희는 한참이나 경호와 다투다가 자리에 누웠다. 그러나 잠들리 만무했다. 머리 속에 서리서리 파고드는 안타까운 생각으로 불안에 잠겨있었다. 그러나 경호는 잠에 푹 취했다.

(남편의 눈에 곰팡이가 꼈어. 제 안해 고운줄도 모르니 말이야. 그 녀자는 나이가 좀 어릴뿐 얼굴은 볼품없는데 뭐가 좋아서?)

이런 생각을 굴리는 련희는 리해가 되지 않았다. 그녀에 비하면 련희는 너무 아름다웠다. 말쑥한 얼굴에 반달같은 눈섭밑에 새물대는 두눈, 이미 오십에 들어서서 얼굴에 기미 몇개와 주름이 몇오리 있을뿐 미관은 흐리지 않았다.

“너 남편은 너의 용모에 반해서 다른 녀자한테 눈동자 굴리지 않을 거야.”

친구들이 늘 하는 소리에 련희는 동감이라는 듯 머리를 끄덕일 때가 많았다. 그런데 사태는 정반대로 되였다.

그때로부터 련희는 남편의 거동에 “무엇때문에?”라는 물음을 던졌지만 아퀴를 짓지 못하고 끊임없이 그 밑굽을 파내려가다가 드디여 머리가 확 틔여졌다.

(아. 이 옴폭하게 패인 눈이 사달이였구나.)

련희는 자기 눈을 툭툭 치며 이렇게 생각했다. 나이 들면서 살이 내린 탓인지 눈이 이전보다 눈에 띄게 옴폭해졌다.

그래서 소문높은 정형미용원에 가서 그 몇개의 기미와 몇오리 주름 을 제거하는 수술을 했고 또 옴폭하게 패인 눈도 교정했다. 주사기로 아래배의 지방을 빼 꺼진 눈등에 주입했는데 인제 그 지방이 분해되면 꺼져들어간 눈등이 평평해진다고 했다. 그런데 그 아픔이 여간하지 않았다. 그래도 남편을 지키내기 위해 참았다.

(이제는 남편을 내 곁에다 꽉 붙들어둘 수 있겠구나.)

그런데 눈등에 주입된 지방이 잘 분해되지 않아서 록두알만한 크기의 알맹이가 눈등에 도드라져 있어서 미관을 흐렸다. 그런데다가 경호가 여전히 그녀와 붙어다닌다는 소문이 돌았다. 련희는 어느날 부드러운 어조로 남편한테 물었다.

“어째 자꾸 그런 못난이를 좋아해요? 난 당신을 너무 사랑하기에 당신을 즐겁게 하려고 아픈 미용수술까지 했는데요. 그녀가 대체 뭐가 좋아요?”

그때야 경호는 자기의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솔직히 말해서 나도 당신을 사랑하오. 그러길래 로임을 몽땅 맡기고 또 이 가정을 위해 힘을 내서 일하는거요. 그런데 당신의 성격은 령점이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마구 내찌르는가 하면 녀자로서 갖추어야 할 몸가짐이 흐트러졌소. 내가 좋아한다는 그 녀자는 비록 용모는 그닥잖아도 얼마나 부드럽고 다감한지 모르오. 그래서 저도몰래 그 녀자가 자꾸 만나고 싶어지면서 당신한테서 못 느끼던 것을 그녀한테서 얻고 싶었소. 그러나 하늘에 향해 맹세하지만 당신한테 미안한 일은 절대 하지 않았소. 단지 편하고 기분좋은 여유를 가졌을뿐이요.”

남편의 말에 련희는 답변을 찾지 못하고 자신을 반성하게 되였다. 타고난 성미인지 련희는 생김새와는 달리 성격이 조폭하고 거칠었다. 몇번이나 남편의 친구들 앞에서 남편에게 퇴박을 주었고 흘깃흘깃 가로보기도 했다. 그런가하면 어느 장소에서나 련희는 조금만 비위에 안 맞으면 하늘땅이 진동하듯 고아치는 성미를 숨기지 않았다.

경호앞에서 련희의 머리는 점점 숙어졌다. 바로 자기의 성격으로 해서 차거운 벽이 생겨났음을 의식한 련희는 이 벽을 어서 허물고야 말겠다고 다짐했다. 그 벽 뒤면의 공기는 따스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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