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3일, 광주 평행선미술관에서 ‘경유(境喻) — 김철향 개인전’이 막을 올렸다. 몽환적인 화면과 우주의 장엄함, 생명의 온기를 동시에 품은 작품들은 개막과 동시에 대만구(大湾区) 현대미술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번 전시는 김철향 화가가 최근 수년간 몰두해온 감정 인식, 정신 공간, 잠재의식의 표현을 중심으로 구성되였으며 현실과 꿈의 경계 사이에 존재하는 독창적 예술세계를 관객들에게 선보였다.

김철향(71세. 사진)은 중국 조선족 출신의 대표적인 현대 유화가이자 귀국 화가로 평가받는다. 그는 동양 문화의 깊은 뿌리를 바탕으로 서양 회화의 조형 언어를 흡수하며 자신만의 독자적 회화 미학을 구축해왔다. 수십년간 이어온 창작 려정속에서 그는 전통적 동양 정신성과 현대적 미감을 자연스럽게 융합하며 생명과 우주 그리고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사유를 화폭 우에 담아내고 있다.


1955년 길림성 연변조선족자치주에서 태여난 김철향은 어린 시절부터 다문화적 환경속에서 예술적 감수성을 키워왔다. 북방 특유의 광활한 자연과 조선족문화의 따뜻한 정서는 그의 미적 정서 형성에 깊은 영향을 주었다. 그는 일찍 색채와 선, 공간의 분위기에 남다른 감각을 보였으며 자연과 일상속의 아름다움을 화폭에 담아내기 시작했다.
개혁개방 이후 그는 보다 넓은 예술 세계를 향한 열망으로 해외에 진출했다. 동남아시아와 유럽, 미국 등지에서 18년간 활동하며 서양 유화 기법과 인상주의, 표현주의의 조형 언어를 깊이 연구했다. 그러나 그는 단순히 서구 회화를 모방하는 데 머물지 않고 동양적 정신성과 미학적 뿌리를 끝까지 지켜냈다. 이러한 과정속에서 동서양 예술이 교차하는 자신만의 창작 방향을 확립하게 되였다.



해외 활동 기간 김철향은 총 17회의 개인전을 개최했고 100회가 넘는 국제 단체전에 참가했다. 또한 200여점 이상의 작품이 세계 각국의 미술관과 국제기관, 국가 지도자들에게 소장되였으며 아시아 미술대상과 세계화인예술대전 국제금상 등 다수의 권위 있는 상을 수상했다. 2009년 귀국 후 남경과 북경을 중심으로 창작 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김철향 예술의 가장 큰 특징은 동서양 예술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융합적 미학에 있다. 그는 유화를 기반으로 하면서도 서양 회화의 사실주의 틀에 머물지 않았다. 대신 중국 전통 회화의 여백과 사의(写意) 정신, 당송 시대 회화의 기운생동, 송대 도자기와 원대 청화자의 질감을 작품속에 녹여냈다. 여기에 서양 회화 특유의 색채와 빛의 표현을 결합함으로써 몽환적이고도 깊은 정신세계를 구축했다.



특히 대표작인 ‘청월(清月) 시리즈’는 이러한 미학이 가장 잘 드러나는 작품군이다. 그는 전통 동양화 속 고전 녀인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했다. 달빛 아래 거문고를 타거나 고요히 앉아 있는 녀인들의 모습은 단아하면서도 섬세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배경에는 청아한 달빛과 우주적 공간감이 펼쳐지고 송자기 특유의 은은한 질감과 원청화의 빙렬 문양이 어우러져 깊은 시간성을 형성한다. 인상주의적 붓질과 절제된 색채는 화면 전체에 고요하고도 서정적인 정서를 부여한다.

이번 광주 전시에서 공개된 ‘우주 생령’과 ‘몽환’ 시리즈는 그의 예술 세계가 더욱 확장되였음을 보여준다. 두 시리즈 모두 녀성 형상을 중심 이미지로 삼고 있으나 단순한 인물 표현을 넘어 우주와 자연, 생명의 근원적 에너지를 탐구한다. 거대한 화면속에서 녀성은 생명의 상징이자 우주적 존재로 등장하며 흐르는 듯한 색채와 류동적인 선들은 만물의 공존과 생성의 질서를 암시한다.


‘우주 생령’ 시리즈는 강렬한 생명력과 우주의 에너지를 표현한다. 작가는 우주가 만물을 잉태하듯 녀성 역시 생명을 탄생시키는 존재라는 점에 주목하며 인간과 자연, 우주의 관계를 깊이 있게 사유한다. 반면 ‘몽환’ 시리즈는 보다 부드럽고 감성적인 분위기를 지닌다. 현실과 환상의 경계에서 떠오르는 녀성의 형상들은 꿈과 기억, 감정의 흔적을 은유적으로 드러낸다. 이 두 시리즈는 강인함과 부드러움, 리성과 감성이 공존하는 독특한 균형을 이룬다.
광동국제예술주간 학술위원회 주임이자 평행선미술관 관장인 임사걸은 “김철향의 작품은 생명에 대한 한편의 서정시와 같다”며 “론리적으로 리해하려 하기보다 작품이 전하는 감정과 정신적 에너지를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또한 광주 개라미술관 관장 부길부 역시 “그의 작품은 색채와 공간, 빛과 허실의 처리에서 매우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며 예술적 가치가 뛰여나다”고 밝혔다.
김철향은 단지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는데 머물지 않는다. 그는 예술이 인간의 감정과 정신을 위로하고 사회적 가치를 전달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의 작품에는 늘 따뜻한 생명 의식과 인간에 대한 애정이 담겨 있으며 관객 스스로 자신의 감정과 기억을 투영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또한 그는 예술가로서의 사회적 책임 역시 꾸준히 실천해왔다. 빈곤 지역 어린이들을 위한 미술교육 지원과 공익 활동에 적극 참여해왔으며 예술을 통해 사람들에게 희망과 위로를 전하고 있다. 동시에 해외 활동 경험을 바탕으로 동서양 문화예술 교류에도 힘쓰며 동양적 미학의 깊이와 아름다움을 세계 무대에 알리고 있다.
이번 ‘경유 — 김철향 개인전’은 그의 작품이 중국 남부와 대만구 지역에서 처음으로 대규모 소개된 전시라는 점에서도 큰 의미를 가진다. 전시 개막 이후 현장에는 수많은 컬렉터와 예술기관 관계자들이 몰렸으며 작품 수집과 향후 협업에 대한 관심도 이어지고 있다. 이는 단순한 시장 반응을 넘어 오늘날 동양적 정신성과 감성적 치유의 가치를 담은 예술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세월은 그의 붓끝을 더욱 깊고 단단하게 만들었다. 연변의 소년에서 국제무대의 예술가로 성장하기까지 김철향은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를 잇는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구축해왔다. 그의 그림은 단순한 시각적 아름다움을 넘어 삶과 우주, 인간 존재를 성찰하게 하는 정신적 풍경이다.
현재도 그는 남경과 북경을 중심으로 활발한 창작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오랜 시간 축적된 동양적 사유와 세계적 시야를 바탕으로 김철향은 앞으로도 현대 회화속에서 새로운 정신적 언어를 끊임없이 탐구해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그의 작품속에 흐르는 생명의 온기와 동양적 철학은 앞으로도 많은 이들의 마음속에 깊은 울림으로 남게 될 것이다.
/함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