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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고향의 풀처럼 (외 3수) - 김영화

2026-06-12 10:43:52

흙 속에서 뒹굴며
흙 속에서 잔뼈 굳던 날
흙은 나의 요람지였지


엄마 치마자락에 매달린 아이처럼
흙냄새 그리워
한줌 흙에 취하는 내 마음


그 흙에 뿌리내린 풀처럼
노루골 정든 땅
파란 손으로 매만지며


대를 이어 흙과 함께
한 오백년 살고 싶구나


엄마의 겨울


설한풍이 윙윙 휘몰아치는 날
추위에 떠는 어린 것들 바라보며
엄마의 속근심은 태산같았다


시골의 겨울나기는 언제나
아궁이에 불 지피는
화목에서 시작되였다


빨리 오너라 눈이여!
하늘도 엄마의 소원을 들어주는가


주먹같은 눈송이가
팡팡 쏟아지면
엄마의 마음에도
하얀 기쁨이 내린다


둥글 황소에 나무파리 메우고
산더미같은 화목을 만재하니
소가 끄는지
엄마가 끄는지


숲이 그대로 집으로 옮겨지면
부엌에선 빨갛게 사랑이 피여나고


따끈따끈한 온돌에서 뒹구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에 놀라
겨울이 슬그머니 도망친다


동년은 영원한 청춘이다


겨울 흑한의 잔여가 뛰염뛰염
구석진 곳에 해 숨어있는 계절


청보리 밭엔 우리 엄마의 굳센 손으로
바람을 밀쳐내고 꿈을 심던 그 모습
오늘도 력력하구나


그래도 엄마의 땀냄새가
뜨락의 살구나무 밑에
고스란히 묻쳐 있어서 다행이네


세월이 스쳐지나간
엄마의 얼굴에 피여난 얼룩진 자리에
영원히 나의 마음 속의 잊을 수 없는
도안을 찍어주었구나


쉼없이 굴러가는 계절속에서
색바랜 고향의 채색화폭엔
엄마는 흰머리 수건 흔들며 걸어
나오시네


하늘


더없이 높고 푸른 하늘
넓은 어머니 흉금마냥
파란 보자기로
미운정 고운정 가리지 않고
만물을 한품에 포근히 안아주고


자유롭게 바람에 날려다니는
흰 구름마저 품에 안고 보살피며
부모님마냥 사랑을 듬뿍 쏟았으며
대가정의 일초일목도 찬란한
해빛사랑으로 보듬어주고 키웠거늘


그냥 그렇게
마음으로만 담아본 하늘의
넓고 공평함을 내마음 한자리에
깊이 자리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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