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상시조선족고급중학교 리련화 교사
“ㄱ,ㄴ,ㄷ,ㄹ,ㅁ,ㅂ,ㅅ...”...
고사리같은 손으로 집안 바람벽에 붙혀놓은 《우리글 자모표》를 가리키며 재잘재잘하던 딸 승연이가 “엄마, 화장실에서 오빠는 왜 서서 쉬~하지?”라고 또 엉뚱한 질문을 시작한다. 35개월에 접어든 천진란만한 승연이는 세상의 모든 어린애들처럼 귀엽다. 동글납작한 얼굴에 초롱초롱 빛나는 커다란 두눈, 앵두같은 입술, 큼직한 귀...
우리 부부가 맞벌이 하다보니 승연이는 외할머니손에서 곱디곱게 례절 바르게 자랐다. 우리 말로 식구들과 간단한 대화도 하고 집안 벽마다 옹기종기 붙혀놓은《우리 글 자모표》, 《교통도구 익히기》, 《과일, 야채 익히기》, 《일용품 익히기》, 《색갈과 도형》... 등 우리글, 그림과 ‘친구’하며 뛰놀고 있다.
큰일은 유치원 소반에 갈 나이가 꼬박꼬박 다가오면서 우리 말, 글을 훌륭하게 익혀갈 수 있을가 걱정이 앞서기 때문이다. 여러가지 객관적인 원인으로 승연이는 집 밑에 있는 한족 유치원에 보냈다. 그후부터 승연이는 “엄마”대신 “妈妈”를 쓰기 시작했고 언어대화가 한어로 되였다. 실로 조선말 위기가 다가왔다.
‘언제부터 이렇게 된것인가?’맏이 키울때는 내가 정말 신경을 써서 내가 스스로 먼저 조선말로 인도하고, 배워주었는데... 둘째 때는 매일 나의 고중수업에 눈코 뜰새없이 보내다나니 이끌어주지 못했구나. 엄마로서의 큰 실책이구나, 조바심이 앞섰고 죄책감이 머리를 들었다. 조선족 어린이로서 우리 말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너무 힘든 일로 된 것에 대해 심히 안타까왔다. 현재 산재지구에 사는 조선족 어린이들은 조선족 학교, 유치원이 있다고 하지만 주로 한어로 대화하기에 우리 말 사용이 뜸해졌다. 이때 가정교육에서의 모어 사용을 견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후로 집에서 나는 딸한테 가능하게 우리 말을 사용하였고 도서도 읽어주면서 우리 말을 익혀줬다.
“엄마, 금방 한 말씀 무슨 뜻이에요?”조선어를 잘 알아듣지 못하는 승연이를 바라보면 사색이 재작년 고3졸업반 때로 날아간다. 그때 매일 밤자습때 학생들의 학습열정은 식지 않았다. 각 과목 과임들이 한 사무실에 앉아 학생들의 의혹을 깨우쳐 주었다. 나의 조선어문 과목을 물어보는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그래서 항상 임무를 내주고 검사하고, 저녁마다 애들을 불러와 공부를 시키군 했다. 그중 승민이만은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와서 조선어 공부를 했다.
하루, 이틀, 사흘... 시간이 어느덧 두달넘게 지났다. ‘이 승민이가 정말 조선어공부에 열정이 있는 애구나!’스스로 감탄이 나왔다. 매일 와서 오늘 배운 내용에서 모르는 것을 먼저 해결하고 자신이 읽은 작문에서의 모르는 표현들을 물어보고... 그것도 성에 차지 않아 과외로 문제집을 나한테 가져와서 풀군했다. “승민아, 너가 매일 이렇게 조선어 공부를 견지할 수 있는 원인은 뭐야? 선생은 너가 매일 이렇게 공부해서 넘 기특해!” “아~ 우선 전에 선생께 문제 물어봤을 때 선생님이 차근차근 열심히 설명해 주시는 모습이 하도 친절해서 누나처럼 느꼈어요. 그리고 조선어에 흥취가 계속 있었어요. 앞으로 저의 자식한테도 조선어는 배워주고 싶어요. 선생님의 <단군신화>, <주몽전설>이야기, 그리고 선생님께서 빌려주신 대학때의 교과서——《조선문학사》 이 책도 너무 재미있어요. 그리고 저처럼 후진생이 고중 공부를 마지막까지 견지할 수 있는 것도 다 선생님의 응원과 관심 덕분이예요. 저 몇번이나 고중 공부를 중퇴하려하다가 그래도 학교가면 조선어선생이랑 조선어공부라도 할 수 있어서 참 다행이고 행복이라고 생각했어요.”... 그 순간 나는 무한한 감동을 받았다. 십년동안 조선어를 가르치면서 이렇듯 일편단심으로 배우는 학생을 만났기 때문이다. 졸업때 책들을 정리하면서 마지막에 다른 과목들은 다 처리하고 조선어에 관한 모든 재료만은 남긴 승민이다. 공구사전들은 책궤에 꽂아 놓았고 교과서, 련습집, 재료들은 반듯한 박스안에 고스란히 담아 테이프로 몇겹 붙이고 또 붙였다. 위챗으로 보내온 사진, 조선어 도서로 꽉찬 박스... 이것은 한 학생이 조선어에 대한 사랑이고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 대한 견지의 의지가 아니겠는가?
한번은 학생들의 습작훈련을 진행한다고 <내가 좋아하는…>의 제목으로 글 한편을 써오라고 했다. 그중 한 학생의 글이 유난히 눈에 띄였다. 제목은 <내가 좋아하는 조선어>였다. “어렸을 적 <붕어빵>이라는 예능을 즐겨보면서 조선어에 흥취를 가졌다. 그 프로그램은 출연한 스타와 대화를 통해 그들의 못다한 마음속 이야기를 나누고, 무미건조하게 퀴즈만 맞추는 것이 아니라 각종 게임을 통해 퀴즈도 맞추고 서로가 한 마음이되는 프로를 보면서 조선어 사랑을 키워왔다... 그때의 나는 조선어 공부를 아주 사랑했다. 하지만 현재 고중생인 나는 내가 제일 신심이 있었던 조선어도 남보다 뒤떨어졌고 흥취도 없어졌다...” 이런 내용을 읽으면서 나는 ‘조선어가 제일 좋았고 책도 아주 즐겨본 학생이 지금은 어느 순간 조선어시간에 한어로 교류하는 게 더 편하다고 하다니! 이럴수가?...’ 이런 생각을 했다.
그 이후로 나는 조선어선생으로서 어떻게 수업내용을 배치하고 교수환절을 어떻게 다루면 학생들이 더 쉽게 리해할 수 있는가를 고민했다. 그림을 보고 속담 맞추기, 잠을 자면 즉시 벌칙, 문제를 옳게 대답하면 2점 추가, 한달을 단위로 결산해서 우승소조 상주기, 패자부활전 등 여러가지 형식으로 학생들의 적극성과 참여도를 높여 즐거움 속에서 조선어를 공부하게 했다.
비록 지금은 교육개혁의 물결속에서 조선어가 지방과목으로 넘어가게 되였지만 나의 조선어 사랑은 식지 않으련다. 앞으로도 언제 어디서나 나는 누군가에게 나의 조선어이야기를 같이 공유하고 싶다. 조선어여, 영원히 우리 곁에 머물러있기를 간절히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