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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마음의 뿌리- 김학송

2023-06-09 14:41:03

얼마 전에 가졌던 어느 모임에서 고향친구가 하던 말이 늘 머리 속에 맴돈다.

그는 한국에 가서 10여년간 힘든 일을 하며 돈도 벌만큼 벌었다고 한다. 하여 2년 전에 고향에 돌아왔는데 정작 와서보니 가깝던 이웃들은 대부분 도시나 외국으로 빠져나가고 남아있는 건 몸이 편찮은 몇몇 로인들 뿐이여서 사는 재미가 시들해지자 가까운 도시로 삶의 터전을 옮겼다고 한다. 그러나 도시도 적막하긴 마찬가지란다. 온통 낯선 사람들 뿐인 도회에 살자니 심한 단절감과 소외감을 느끼며 참 곤혹스럽다고 한다. 할 일도 없고 교제할 사람도 없는 게 문제란다. 하여 부득불 다시 한국에 나갈 수 밖에 없다고 말하며 길게 한숨을 토해내는 친구. 그의 주름진 얼굴에는 진한 우수가 먹구름처럼 비껴있었다.

어찌 그 친구 뿐이겠는가? 수많은 사람들이 고향을 등지고 여기저기 뜬 구름처럼 오락가락한다. 어디에도 정착하기 힘들어하는 특이한 존재가 되고 만 것이다. 급기야 그것은 일종 마음의 병으로 되여 야금야금 누군가를 괴롭힌다.

일찍 90년대 중반에 필자도 이상한 병에 걸렸던 경험이 있다. 2년간 한국살이를 하다가 돌아왔는데 한국의 생활문화에 푹 젖었던 내 몸은 여러가지 이상증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공연히 마음이 허전해지며 이것도 저것도 탐탁치 않았고 산도 물도 사람도 모두 설원하게 느껴졌다. 게다가 막연한 고독감이 엄습하면서 마음은 중심을 잃고 허둥거리기 시작했다. 형언할 수 없는 허탈감에 숨이 꽉 막히는 느낌마저 들었다. 막 죽을 것만 같았다. 염병과도 같은 그 증세는 후에 내가 산행에 빠지면서 조용히 물러갔는데 지금 생각해도 끔찍한 증세였다. 그때 나는 이중문화의 온도차이에서 오는 심리적질환이 사람을 얼마나 힘들게 하는가를 절감했다.

고작 2년의 한국살이에 그토록 심각한 증세를 경험했으니 10년 이상씩 지낸 분들이 겪는 방황이나 심적 고통은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요즘 보니 한국에서 8년간 체류한 딸애도 무척 곤혹스러워하는 눈치다. 머무는 것과 떠나는 것의 경계에서 아슬아슬 헤염치며 헤여나오기 어려운 미로에 빠져 가끔 신음소리를 토해낸다.

허다한 사람들이 겪어야 하는 이 야릇한 증세는 따져보면 마음의 뿌리가 뽑힌데서 기인된다. 뿌리 뽑힌 마음은 어디에도 정착하기 어려워 한다. 자그마한 바람이 불어도 짐을 꿍져가지고 떠나갈 채비를 한다. 고향이 따로 없고 가닿는 곳이 고향이 된다. 좋게 말하면 글로벌한 신인류가 된셈이고 안 좋게 말하면 집시족이 된셈이다. 여기 저기 휘돌며 넓은 세상을 살아보는 것도 물론 좋지만 어디에 가도 그 고장 문화의 중심권에 들어가지 못하고 늘 변두리에서 서성이며 아까운 세월만 축내는게 문제다.

큰 말이 필요없다. 사실 연변에서 산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조선족을 아끼고 사랑하는 가장 실질적인 표현이 된다. 내가 서있는 자리가 세상의 중심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흔들리는 마음에 묵직한 바위를 얹어놓고 살 일이다.

집 떠난 사람들이 모두 돌아와 마음의 뿌리를 고향땅에 다시 박고 참나무처럼 싱싱하게 살아갈 날은 과연 언제일가?

나는 오늘도 이런 생각을 하며 물끄러미 먼 하늘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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