黑龙江日报朝文版
国内统一刊号: CN23-0019  邮发代号: 13-26
흑룡강신문 > 문화·문학

【시】 풀들의 리별 방식(외 4수)- 한경애

2023-06-06 09:56:32

호수공원 산책로에 들어서면

엔돌핀이 퐁퐁 솟구치도록

짙은 풀향기가 온 몸을 감싼다


원예사의 손길에 의해

산책로 량켠의 갖가지 풀들이

가푼히 스포츠머리를 하고 있다


목이 잘리고

허리가 동강 났다

약속이나 한 듯이

왈칵 토해내는 무성의 비명소리


하늘과 땅 사이에서

진동하는 푸른 비명에 아찔했다


그것은 풀들이

해와 바람과 비와 땅에

고하는 마지막 작별인사였다


꽃들은 만날 때 향기를 주고

풀들은 떠날 때 향기를 남기더라



그리움은 동면을 모른다

-겨울의 갈대



풀도 꽃대도 눈이불 덮고

겨울의 잠자리에 들었다

유독 눈 속에 발목을 묻은채

색바랜 꾀죄죄한 행색으로

강가에 우두커니 서있는 갈대


감자장 끓는 질화로에 둘러앉았던

향그런 가족의 냄새 그리워

날아가버린 자식들 기다림에

익숙해진 당신이였다


뼈속까지 시린 겨울

후후 입김으로 언 손 녹이고

솜옷 소매에 두손 찌른 채

흰 머리카락 휘날리며 바장이는

희우듬한 늙으신 아버지

눈보라 칼바람에 휘청이여도

기다림의 막강한 의지로 버티고섰다


마음 구석은 남극보다 차거운데

마디마디 그립고 서러워서

차마 떨어지지 않는 발길

기다리는 사람은 보이지 않고

해설피 우는 바람소리만

옷깃을 헤집고 가슴을 파고들었다



뭉게구름



쟁글쟁글 해볕에

보송보송 말린

솜뭉치

솔- 솔-

정히 곱게 펴서


울 엄마

동네 아낙들과

담소 나누며

장가 들 아들

8근짜리

솜이불 만드신다



단풍과 첫눈



가을과 겨울사이

붉게 타오르던 단풍이

미련 못 버리고 머뭇거리는데


성급한 첫눈이

하얗게 웃으며 안녕 하고

어깨를 다독인다


목메인듯 손끝에서 느껴지는

너의 가느다란 떨림

잠간이여 더없이 소중한 만남

꽃인듯 눈물인듯

보석처럼 반짝인다


흐르는 물 되돌리지 못하고

바람의 길 찾을 길 없거늘

구름이 날 데리고 오듯이

바람이 널 데리고 가겠지


세월 앞에 무너지는

젖은 마음 애써 감추며

흰 도화지에

명화 한폭 완성한다


사락~

사락……

단장리별곡 유유히 흐른다



지우의 겨울



매연이 짙어가는 세월 속에서도

그을지 않았지

험난한 가시밭길 속에서도

변함이 없었지

아픈 사람 보면 네가 더 아파하고

눈물 흘리는 사람 보면

네가 더 울어버리고

하나밖에 없으면서

둘 주고 싶어서 안달인

천사같은 내 동생 지우야


태여나서 10개월만에

태독으로 스러져가는 너를

큰 병원에서도 손 놓았을 때

아빠 친구 리의사가 수술해주어

덤으로 얻은 생명이라

리의사가 명애라 이름지어 주었지


인생길 고난의 연장이라 하지만

기차바곤처럼 줄레줄레 달려드는 고난들

네 이름탓인 것 같아

기명관에 가서 지우라 지어주었다

사주팔자에 맞게 지었으니

이젠 고난이 끝일거야

정말 끝이여야만 해


시련은 그저 오는거 아닐 거야

더 큰 행복을 그저 줄 수 없어

리허설을 연출한 것 뿐이야


아리랑고개 마다에

풍경 하나씩 걸어놓으마

그 풍경소리 들으며

아득한 설산도

적막한 사막도 버티다보면

드디여

겨울은 꼬리를 내리고

연분홍 진달래가 흐드러지고

노란 산수유 활짝 웃는

봄날은 오고야 말거야

행복은 오고야 말거야

정녕

오고야 말거야


관련 기사
版权所有黑龙江日报报业集团 黑ICP备11001326-2号,未经允许不得镜像、复制、下载
黑龙江日报报业集团地址:黑龙江省哈尔滨市道里区地段街1号
许可证编号:23120170002   黑网公安备 23010202010023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