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영향으로 연기되였던 강서촌 류두절(江西村流头节)민속축제가 3년만에 제자리로 돌아왔다.
7월 13일 (음력 6월 15일) 흑룡강성 녕안시 발해진 강서촌에서 주최한 류두절 민속축제가 성황리에 개최되였다. 녕안시 주변의 2000여명 관중들이 몰려들면서 100년의 력사를 자랑하는 강서촌이 오랜만에 기쁨과 축제로 들썩였다.
개막식은 이날 오전 8시 30분 강서촌 학교운동장에서 서춘자 강서촌 부녀주임의 사회하에 열렸다. 발해진, 녕안시 및 흑룡강성 관계자들이 참가한 가운데 김문길 강서촌 촌장 겸 당지부서기가 축제의 개막을 선언하였다.
김문길 강서촌 촌장 겸 당지부서기가 축제의 개막을 선언하고 있다.
녕안시조선족소학교와 녕안시조선족중학교 학생들 그리고 강서촌 및 린근의 향수, 상경, 폭포, 합달, 우창, 동강, 봉화, 강동, 삼령, 녕안가무단, 목단강가무단, 동경성 신성무용팀, 동경성림업국, 발해가두판사처 등 촌과 단체로 무어진 16개 대표팀이 입장하였다.
각 촌 사람들이 입장하고 있다.
녕안시조선족중학교에서 파견한 학생 4명이 흰 셔츠차림으로 씩씩하게 입장하여 국기를 게양하였다.
개막식에 참여한 500여명의 인원들이 운동장에서 흥겨운 노래에 맞춰 춤을 추면서 몸풀기가 끝난후 농신에 제사를 지내는 의식이 이어졌다.
입장식에서 흥겹게 춤을 추고 있는 장면.
류두절(流头节)은 고대 농경사회로부터 기원하여 동북지역에 이어져온 우리 민족의 전통 명절이다. 고 천수산선생의 지도하에 2005년에 이 명절은 강서촌에서 드디어 재다시 발굴, 맥을 이어오게 되였다.
류두절은 매년 음력 6월 15일에 거행되는데 류두(流头)는 "동쪽으로 흐르는 물에 머리를 감고 목욕한다(东流水头沐浴)"는 의미의 간칭이다.
조선족 녀성들은 맑은 물이 흘러들어오는 마을 입구 내가에서 동쪽으로 흐르는 물에 머리를 감고 목욕을 한다. 이렇게 정갈해진 몸으로 농신(农神)에 제를 지내며 잡귀를 몰아내고 풍년과 건강을 기원하는 제사를 지낸다.
2007년도에 강서촌 류두절은 흑룡강성급 무형문화재(非物质文化遗产)로 지정되였다. 당시 강서촌 지부서기직을 맡았던 오철수씨가 이 무형문화재 전승인(传承人)으로 지정되였다.
운동장 정중앙에 배치된 제사상 배경에는 "농자천하지대본(农者天下之大本)"이라는 조선어와 한문으로 쓴 기발이 펄럭이고 있었다.
"초헌(初献) ㅡ 배(拜)ㅡ , 아헌ㅡ 배ㅡ, 종헌ㅡ 배ㅡ"
이날 의식 사회로 나선 오철수 전승인의 구령에 맞추어 흰색 민족전통복장을 한 마을 어르신들이 차례로 제사상에 올라 술을 붓고 절을 했다. 어르신들 뒤를 따라 기다랗게 늘어선 제사대오에 가입한 조선족 녀성들도 한복을 입고 례식에 참여하여 눈길을 끌었다.
제사가 끝나고 드디어 이날 축제의 하이라이트인 머리 감기 행사가 진행되였다. 구름같이 모여온 구경군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화려한 한복을 입은 20여명의 녀성들이 강서촌 운동장 남쪽을 감돌아 흐르는 깨끗한 목단강물에 머리를 감기 시작했다. 조잘조잘 흘러가는 맑은 개울물과 화려한 한복, 머리 감는 녀성들의 웃음소리, 그리고 그 배경뒤면에 푸르싱싱 자라는 벼 파도, 높은 하늘에 두둥실 흘러가는 흰구름이 하나의 수려한 수채화폭을 연출하였다.
한복차림의 강서촌 녀성들이 동쪽으로 흐르는 맑은 개울물에 머리를 감고 있다.
흐르는 개울물과 이어진 곳에는 류두천(流头泉)이라는 맑은 샘물이 흘러나오는데 한때는 이 마을 학생들의 주요 수원지로 되기도 했다. 오철수 다음으로 당선된 리금춘 지부서기가 이 우물을 재 정비하여 오늘도 감미로운 샘물이 콸콸 흐르는 관광명지로 만들어 놓았다. 현장에서 샘물을 맛본 관객들은 물맛이 너무나 시원하고 달다면서 너도나도 그릇에 담아가기도 하였다.
관객들은 푸르른 벼판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기도 하고 벼짚으로 엮은 소와 밭갈이 기구들을 체험해보기도 하였다. 어린아이들은 벌써부터 도랑에 뛰어들어 물놀이에 신난 모습들이다.
1920년도에 세워진 강서촌은 80년대 초에 480여호에 근 2000명이 살고 있는 규모가 큰 조선족 촌이였다. 경박호에서 발원한 목단강물을 가로지른 다리와 이웃하고 있는 향수촌과 함께 강서소학교를 꾸렸었는데 소학교 학생수가 200여명에 달하는 전성기를 구가하기도 하였다. 그 아이들이 웃고 떠들던 운동장에서 오늘 류두절 축제가 열린 것이다. 강서촌은 이웃인 향수촌과 함께 천하제일 공미(贡米)로 불리우는 향수입쌀(响水大米)의 원산지로도 유명세를 타고 있다.
지난해 말에 강서촌 신임 당지부서기로 당선된 김문길(1980년도생)씨는 "강서촌의 그제날 영광을 되찾고 고향을 떠난 사람들의 고향방문을 언제든지 환영하는 차원에서 류두절을 개최하게 되였다"면서 "강남갔던 제비들은 해마다 봄철이면 꼭꼭 돌아오는데 고향 떠난 사람들은 대부분 돌아오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류두절 민속축제를 일회성으로 끝내는 행사가 아닌 고향탐방, 농사일 체험, 고향음식 맛보기, 자연관광 및 민박체험 등 민속관광명소로 꾸려나갈 것"이라고 야심찬 계획을 털어놓았다.
현재 운동장에는 몇십개의 텐트가 설치되여 있었으며 조선가마 10여개룰 걸어놓은 부뚜막이 완성되여 있었다. 이날 행사를 위해 촌에서는 개 10마리, 돼지 한마리를 잡아 오는 손님들에게 접대했다고 한다.
이어 찰떡치기 체험 및 윷놀이, 그네, 씨름경기표현이 이어졌다.
찰떡치기 체험 현장.
씽씽 날아올라라, 그네 뛰는 녀성들.
잔치날에 춤과 노래가 어찌 빠질소냐.
운동장 남쪽켠에서는 벌써부터 문예공연이 이어졌다. 아름드리 비술나무, 백양나무, 느티나무 그늘 아래에 돗자리를 깔고 빼곡히 앉은 관중석을 배경으로 각 촌과 단위들에서 정성들여 준비한 문예절목을 선보였다.
다채로운 문예공연 장면.
강서로년협회 로인들의 '옹헤야'를 시작으로 석길운 회장을 위수로 하는 향수촌 로년협회 문예공연은 행사 분위기를 고조로 끌어올렸다. 이어 각 촌에서 준비한 다채로운 절목들이 하나하나 등장했다. 흥겨운 노래소리가 흘러나올 때마다 관중석에서 자발적으로 춤추는 이들이 달려나와 무대와 관중석이 어우러진 흥겨운 춤판이 벌어졌다.
대부분의 젊은이들이 떠난 조선족촌에서 로년협회는 현재 '권위적'인 존재로 부상하였다. 마을의 거의 모든 일에 있어서 이제는 로인들이 주력이 되였다. 나이가 60세만 되여도 이제는 마을에서 젊은이축에 속한다. 그러나 로인들의 열정 하나는 누구도 말리지 못한다. 대부분 고향마을 초창기 건설에 참여하였고 또 가슴벅찬 격정의 시대를 거쳐왔기때문에 고향땅을 지켜가는 자호감과 자부심은 누구보다 강하다.
이날 공연에는 녕안, 목단강시 심지어 할빈의 예술단체들까지 참여하여 우리민족 축제의 의미를 더해 주었다.
강서촌 김송남 회계의 소개에 따르면 이날 행사에 2000여명이 참여했다고 한다. 행사 전날까지 외지에서 참여하겠다는 팀들을 거절하느라 애를 먹었다고 한다. 촌에서 준비한 음식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이날 강서촌에는 10여대의 대형관광버스가 들이닥쳤으며 강서촌과 향수촌에서 운영하는 식당마다 빈자리가 없을 지경이였다. 강서촌민 리순옥씨가 가정집에서 빚은 막걸리는 이날 300근이 모두 동이 나기도 했다고 한다.
즐거워 하는 관객들.
이번 행사를 위하여 연길에서 달려온 연변조선족민속학회 허휘훈 회장은 "흑룡강성 강서촌에서 이런 우리 민족의 전통명절을 10여년째 이어오고 있다는 것에 감탄"하면서 "민속축제행사를 새 농촌 걸설 향촌진흥 등 국가 지원사업과 결부시키고 또 고향 떠난 유지인사들과 인맥관계를 십분 활용하여 우리 민족의 전통마을을 주거, 체험, 관광명소로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강서촌 출신의 북경커시안그룹의 박걸회장이 수년전 민속축제행사 때 이 촌에 수십만원을 지원하여 실내 문구장 3개를 건설해 어르신들의 인정을 받기도 하였다. 촌의 로인들이 하루하루 년세가 많아지고 하나둘씩 이 세상을 떠나는 시점에 '있을때 잘해'라는 노래와 같이 젊고 능력이 있을때 어르신들께 효도를 해야 하는 절박감이 더욱 진실하게 안겨오는 느낌이였다.
점심때가 다가오자 운동장에 수십개의 로천 밥상이 차려졌다. 류두연(流头宴)이 시작된 것이다. 우리 민족 민요 '달타령'에 이런 가사가 있다. '...6월에 뜨는 저 달은 류두밀떡 먹는 달 ...' 조상들이 류두절날에 햇보리를 찧어 만든 밀떡을 먹었다는 말이다. 지금의 류두연에는 밀떡 이외에도 찰떡, 순대, 김치, 막걸리 등 민족음식이 풍부해지고 다양화되였다.
수백명이 운동장에서 잔치상을 펼치는 광경을 바라보다나면 어느새 뇌리에는 타임머신을 타고 어릴때 조선족 촌들에서 운동대회때 온 동네잔치를 벌이던 그때 그 시절로 되돌아간듯한 느낌까지 들기도 하였다.
2005년부터 17년째 이어져온 강서촌 류두절 민속축제, 농신에 대한 기원행사를 통하여 올해에도 조선족 농촌마다에 풍년이 깃들고 행복하고 건강한 기운이 넘쳐흐르기를 축원해본다.
/박영만 기자
사진: 김성휘 기자 리대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