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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의사의 할빈역에서의 총소리 잊지 않겠습니다”

2026-10-26 14:58:58

안중근의사 이토 히로부미 격사 117주년 기념식 할빈기차역에서 거행

1909년 10월 26일 아침, 할빈역 플랫폼에 울려 퍼진 세발의 총성. 그 총성은 단순한 한 인간의 생명을 앗아간 것이 아니라 일제의 침략에 맞서 조국의 독립과 동양의 평화를 외친 민족의 함성이였다. 안중근 의사가 조선 침략의 원흉 이토 히로부미를 격사한 지 117년이 되는 오늘, 그날의 숭고한 뜻을 기리는 기념식이 할빈기차역에서 엄숙하게 거행됐다.

가을정취에 젖은 할빈기차역에 위치한 안중근기념관내에 설치된 안중근 의사의 동상 앞에는 국화꽃이 가득 놓였고 추모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10월 25일 이날 기념식은 할빈한국인(상)회가 주최했으며 할빈리공대학 한국인 류학생 이소연 씨의 사회로 진행됐다. 

이소연씨는 개회사에서 “117년 전 바로 이 자리에서 안중근 의사는 총성으로 민족의 독립 의지를 세계에 알렸다”며 “우리는 그 숭고한 정신을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기념식이 단순한 추모에 그치지 않고 한중 량국 국민이 평화의 가치를 함께 나누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오전 10시, 참석자들이 하나둘 모여든 가운데 행사가 시작됐다. 할빈 한국인(상)회 박은규 회장은 인사말에서 “117년 전 안중근 의사께서 조국의 독립과 민족의 자존을 위해 목숨을 걸고 력사적인 의거를 결행하셨다”며 “그날의 용기와 희생은 우리 민족에게 독립을 향한 희망과 자긍심을 심어주었고 오늘날까지도 깊은 감동과 교훈으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박회장은 또 “안중근 의사는 조국의 독립뿐만 아니라 동양의 평화와 인류의 공존을 소중히 여겼다”며 “우리는 그분의 숭고한 애국정신과 평화사상을 기억하고 이를 다음 세대에 올바르게 전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할빈은 안중근 의사의 위대한 뜻이 실천된 력사적인 도시”라며 “이곳에서 살아가는 한국인 동포들에게 안중근 의사의 정신은 더욱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고 말했다. 그는 끝으로 “할빈한국인(상)회도 동포 사회의 화합과 발전, 한중 량국의 우호 증진과 민간 외교의 가교 역할을 충실히 해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안중근 의사의 숭고한 뜻을 기리기 위한 화환 전달이 진행됐다. 관계자들이 차례로 앞으로 나와 동상 앞에 흰 국화꽃을 올리며 깊은 존경과 추모의 마음을 전했다. 화환 전달이 끝난 뒤에는 전 참석자가 일동 묵념했다. 모두가 고개를 숙인 채 의사의 넋을 기리는 동안 행사장에는 바람 소리가 스쳐 지나가는 것만 같았다. 그 순간, 117년 전 그날의 총성이 다시 한번 모두의 가슴을 울렸다.

묵념을 마친 참석자들은 안중근 의사 기념관으로 이동해 참관 시간을 가졌다. 기념관에서는 할빈리공대학 한국인 류학생 이정환씨의 안내로 안중근 의사의 생애, 독립운동의 발자취, 그리고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그의 정신을 되새겨 보는 시간이 마련됐다. 

이정환씨는 “1909년 10월 26일 아침 7시경, 안중근 의사는 브라우닝 권총을 휴대하고 할빈역으로 향했습니다. 역 안의 차집에서 차를 마시며 이토히로부미가 탄 특별렬차가 도착하기를 기다렸습니다. 이곳은 단순한 기차역이 아니였습니다. 안중근 의사가 조국의 독립을 위해 거사를 실행한 력사적인 현장이였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정환 씨는 의거 현장에 대해서도 상세히 소개했다. “의거가 발생한 곳은 창문 너머로 보이는 할빈역 1번 승강장입니다. 현장 바닥에는 두 인물의 위치를 표시하는 표지가 설치되여 있습니다. 칠성 문양이 있는 삼각형 표지판은 안중근 의사의 위치를, 정사각형 표지판은 이토 히로부미의 위치를 나타냅니다. 1909년 10월 26일 오전 9시 30분경, 러시아 군인들의 대렬 뒤에 있던 안중근 의사는 이토 일행이 가까이 다가오자 앞으로 나아가 이토히로부미를 향해 세발을 발사했습니다. 거사를 마친 안중근 의사는 ‘코레아 우라!’를 세차례 외쳤습니다. 이는 대한 만세라는 의미입니다”라고 말했다.

기념관에는 안중근 의사가 체포와 심문 과정을 거쳐 일본 령사관으로 인도된 경위, 관동도독부 지방법원에서의 재판 과정, 그리고 그가 법정에서 밝힌 의거의 정당성에 대한 자료들이 전시돼 있었다. 특히 안중근 의사가 제출한 ‘한국인 안응칠 소회’와 ‘이토 히로부미 죄악 15개조’는 그의 의거가 단순한 개인적 복수가 아닌 조국의 독립과 동양의 평화를 위한 숭고한 행동이였음을 보여주는 핵심 자료로 꼽혔다.

이정환씨는 재판 과정에서 영국 기자 찰스 머리가 안중근 의사를 영웅적인 인물로 묘사했다는 보도도 소개했다. 그는 “안중근 의사의 재판은 당시 해외 언론의 관심도 받았습니다. 영국 기자 찰스 머리는 재판에서 안중근 의사가 보여준 태도와 발언을 높이 평가했으며, 그를 영웅적인 인물로 묘사했습니다”라고 전했다.

안중근 의사의 순국 과정을 소개할 때 이정환씨는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1910년 2월 14일, 안중근 의사는 여섯번째 공판에서 사형을 선고받았습니다. 그는 재판관에게 ‘사형보다 더 무거운 형벌은 없느냐’고 물었습니다. 죽음 앞에서도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았던 것입니다. 1910년 3월 26일, 안중근 의사는 어머니가 보내온 한복을 입고 려순감옥에서 순국했습니다. 향년 31세였습니다.”

특히 안중근 의사의 어머니 조마리아 녀사의 이야기는 참관객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아들이 사형을 선고받았다는 소식을 들은 조마리아 여사는 아들에게 목숨을 구걸하지 말고 나라를 위해 당당하게 죽으라는 뜻의 말을 전했다. 이 내용은 당시 ‘대한매일신보’에도 보도됐으며 일본 헌병들조차 조마리아 녀사를 특별한 인물로 평가했다는 기록이 전시 자료에 소개됐다. 아들의 죽음을 앞두고도 개인의 생명보다 조국의 독립이라는 대의를 강조했던 어머니의 모습은 한국 독립운동사에서 기억해야 할 중요한 장면으로 남아 있다.

참관객들은 안중근 의사가 순국 전 남긴 마지막 유언과 유해 문제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을 보였다. 안중근 의사는 자신이 죽은 뒤 유해를 할빈 공원(지금의 조린공원) 곁에 묻어 두었다가 한국의 국권이 회복되면 고국으로 옮겨 달라는 뜻을 남겼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동생들이 유해를 인도받아 유언을 실행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고 안중근 의사의 시신은 암매장되였다. 이후 한국과 중국 등 여러 관계자들이 유해를 찾기 위해 노력해 왔지만 안중근 의사의 유해는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한 참석자는 “교과서에서만 보던 안중근 의사, 그의 실제 의거 현장에 서니 가슴이 뭉클했다. 이 력사를 잊지 않고 후세에 반드시 전해야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다른 참석자는 “안중근 의사는 단순한 처단자가 아니라 독립 사상가이자 동양 평화를 꿈꾼 선각자였다. 그가 옥중에서 집필한 《동양평화론》에는 제국주의의 침략을 넘어 동아시아 각국이 서로 존중하고 평화롭게 공존해야 한다는 깊은 철학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참관을 마친 뒤 참석자들은 조린공원으로 자리를 옮겨 안중근 의사의 애국정신을 되새기며 서로의 안부를 나누는 훈훈한 시간을 가졌다.

이번 기념식이 열린 할빈기차역은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격사한 바로 그 현장이다. 117년 전 그날의 총소리는 짧았지만 그 울림은 오늘까지도 우리의 가슴속에 살아있다. 참석자들은 “력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다짐을 함께 나누며 안중근 의사의 애국정신과 평화사상을 다음 세대에 반드시 전할 것을 약속했다.

안중근 의사는 짧은 생애를 살았지만, 조국의 독립을 위해 자신의 삶을 바쳤다. 그의 죽음은 한 사람의 생애가 끝났다는 의미만을 갖지 않는다. 조국의 독립을 위해 행동하고 자신의 신념을 끝까지 지키려 했던 삶이 한국 독립운동의 력사에 깊이 남게 된 순간이였다. 반도의 독립과 동아시아 평화를 꿈꿨던 안중근 의사의 숭고한 정신은 민족과 국경을 초월해 오늘날까지도 우리 곁에 살아있다. 할빈역에 울린 그날의 총성,  안중근 의사의 숭고한 뜻은 117년의 시간을 넘어 오늘날 이 땅의 젊은 세대에게도 또렷하게 이어지고 있다.

/박영만 마국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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