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 77주년을 맞아 연길해란강민속원에서 열린 민족식씨름대회 현장
10월의 첫날, 흰구름이 도시상공을 감도는 부르하통하 강반의 연길의 하늘은 유난히 아름다웠다. 연길조선족민속원 씨름경기장에는 아침 일찍부터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건국 77주년을 맞아 열린 2026년 연변주 '사이프 천우컵' 민족식씨름대회—그 현장은 경기를 보러 온 관중들로 북적였고 모래판 우에는 설렘과 긴장이 함께 흘렀다.
이번 대회는 연길성주청소년체육클럽이 주최하고 길림천우그룹 사이프천우생물과학기술(연변)유한회사에서 협찬했다. 연변 8개 현시를 대표하는 성인 선수들과 중소학교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참가했으며 여섯살 어린이부터 스물다섯살 청년까지 남녀 선수들이 17개 체급으로 나뉘여 기량을 겨루었다. 다섯살 아이의 작은 어깨와 스물다섯 청년의 든든한 등이 같은 모래판에 서는 모습은 그 자체로 뭉클한 풍경이였다.
경기장에 울려퍼지는 함성 속에서 모래판 우의 발자국 하나하나가 이야기를 남겼다.


소학교 남자부 -30kg 결승에서는 훈춘의 최정빈과 기운호가 맞붙었다. 작은 체구였지만 눈빛만은 누구보다 진지했다. 관중석에서는 관중들이 손에 땀을 쥐고 응원의 목소리를 높였다. 최정빈이 상대의 허리를 감아 돌려 모래판에 메치는 순간, 해살에 비친 모래먼지가 금빛으로 흩날렸다. 이어 -35kg 전광철, -40kg 리지성, -45kg 경지강, -50kg 김지훈, +50kg 김승현이 각각 1위에 올랐다. 훈춘과 룡정, 연길, 화룡을 대표하는 선수들 이름이 하나씩 불릴 때마다 관중석은 뜨거운 박수로 화답했다.
소학교 녀자부 -40kg에서는 안도현의 최민정이, -50kg에서는 기가은이 정상에 섰다. 안도에서 온 두 소녀는 시상대 위에서 서로를 꼭 안아주었다. 그 모습을 지며보며 어른들은 환호하며 박수를 보냈다.
중학교 녀자부 -50kg 신지원, -62kg 박수지, +62kg 리한나. 중학교 남자부 -62kg 전현근, -74kg 박준호, +74kg 김하진. 이름 하나하나가 모래판 위에서 또렷하게 빛났다. 넘어지고, 일어나고, 다시 맞잡는 그 과정 속에는 상대를 넘어뜨리면서도 서로를 존중하는 마음이 담겨 있었다.
성인부 -74kg에서는 연길시의 리지훈이, -87kg에서는 리지성이 각각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이날 가장 많은 시선이 쏠린 경기는 단연 87kg급이였다. 룡정시의 박성환, 연길시의 방유성, 두 선수의 맞대결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명승부였다.

결승에서 박성환은 방유성을 상대로 완벽에 가까운 기술을 선보이며 우승을 거머쥐였고 방유성은 준우승, 김덕운은 3위에 올랐다. 모래판에 무릎을 꿇고 잠시 하늘을 올려다보던 박성환의 등에는 땀과 모래가 뒤섞여 흘렀다. 그 등에는 수많은 훈련의 시간이 고스란히 배여있었다.

길림천우그룹 전규상 회장이 87킬로그램급 이상 우승자 박성환(왼쪽) 선수에게 황소고삐를 넘기고 있다.
이윽고 길림천우그룹 전규상 회장이 우승자 박성환에게 황소고삐를 넘겨주었다. 황소고삐는 단순한 끈이 아니라 오랜 세월 이어온 전통과 명예의 무게를 담은 상징이였다. 박성환이 그 고삐를 받아드는 순간, 관중석에서는 우뢰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 어르신들은 조용히 신뢰의 눈길을 보냈고 아이들은 두 주먹을 불끈 쥐였다.
이번 대회를 후원한 길림천우건설그룹주식유한회사 산하 사이프천우생 내물과학기술(연변)유한회사는 사이프생물과학기술(장춘)유한회사와 협력해 줄기세포 기술과 재생의학 분야에 주력하는 첨단 생물기술 기업이다. 이 회사는 1기 대상으로 4000만원을 투입, 4000평방미터에 달하는 면적에 줄기세포 연구개발중심, 의료미용, 고급 건강양생 및 비즈니스를 일체화한 현대화 산업기지를 건설하며 완전한 줄기세포 산업사슬, 고급 재생의학 로화방지중심을 구축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줄기세포가 생명의 활력을 되살리듯 씨름은 오랜 전통의 맥을 이어간다. 한쪽은 세포를 되살리고 다른 한쪽은 정신을 이어간다. 첨단 과학과 전통 문화가 연길해란강민속원에서 나란히 어우러지는 모습은 연변의 오늘과 래일을 함께 보여주는 듯했다.
씨름은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다. 그것은 오랜 전통의 기억이고 세대를 잇는 끈이며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는 삶의 지혜로 길이 전해지고 있다.
정오의 태양이 내리쬐는 연길해란강민속원 씨름경기장의 열기는 좀처럼 식을 줄 몰랐다. 모래판우에는 수많은 발자국이 남았고 그 발자국마다 넘어진 자의 아쉬움과 일어선 자의 기쁨 그리고 이를 지켜본 관중의 감동이 차분히 깔려 있었다. 부르하통하의 물결이 그날의 함성을 싣고 흐르듯이 모래판우에 새겨진 이야기들은 오래도록 사람들의 마음속에 남아 다음 세대로 이어질 것이다.
/강빈 길림성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