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아침 6시, 연집하 강변에는 아직 가벼운 안개가 흐르고 있었다. 삼꽃거리 서쪽 끝자락에 우뚝 선 그 건물은 전통 한옥의 처마선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모습으로 해살에 젖어 은은한 윤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지난 7월 19일 새롭게 문을 연 연길 수상시장, 벌써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그 열기는 식을 줄 모르고 이날 아침도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가장 먼저 다가온 것은 '냄새'였다. 순대를 굽는 고소한 냄새, 전통으로 치는 찰떡에서 피여오르는 촉촉한 단내, 얼큰한 국밥의 김이 모락모락 피여오르는 풍경. 그 냄새들은 낯설지 않았다. 오히려 반가웠다. 변한 것은 건물과 동선뿐, 그 속에 깃든 정취는 여전히 구수했다.
시장 구석에서 만난 시민 김씨는 두 아들의 손을 잡고 2층 전망대로 향하고 있었다. "예전엔 사람들이 북적거려서 아이 데리고 오기가 힘들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천장도 높아지고 통로도 넓어져서 전혀 불편함이 없네요." 그의 말에는 기쁨이 묻어 있었다. "1층에서 간식 사들고 2층으로 올라가 강바람 쐬면서 먹으면 그 맛이 배가 돼요. 우리 연길 사람들이 이제 제일 자랑스러워하는 곳이 됐어요."
2층 테라스에 도착하니 강바람이 산뜻하게 얼굴을 스쳤다. 멀리 연집하의 물결이 아침 해살에 반짝이고 그 우로 펼쳐지는 도시의 풍경이 한폭의 수채화처럼 고즈넉했다. 바로 그 자리에서 나는 항주에서 온 관광객 천씨를 만났다. 그는 스마트폰으로 풍경을 열심히 담고 있었다.
"연길에 오기 전부터 수상시장은 꼭 가봐야 할 곳이라고 들었어요." 그의 눈빛은 호기심으로 반짝였다. "그런데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멋집니다. 이 건물 자체가 조선족의 정서를 잘 살렸고 순대와 떡은 정말 정통 맛이예요. 특히 이렇게 강변 풍경을 보며 먹으니까 려행의 랑만이 배가 되는 기분이에요." 그는 떡 한 조각을 입에 넣으며 해맑게 웃었다.

그의 옆에는 상해에서 온 일행이 함께 있었다. 한 젊은 녀성 관광객이 신나서 말을 보탰다. "저는 아침 일찍 일어나기가 너무 싫은 사람인데 이곳에 오기 위해선 아침 일곱 시에라도 기꺼이 일어날 수 있어요. 이렇게 활기찬 시장 분위기를 보면서 아침밥을 먹는 경험은 중국 다른 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는 특별함이예요. 특히 이 막걸리는 정말 부드럽고 고소해서 저도 모르게 자꾸 손이 가네요."
북경에서 온 관광객 리씨는 옆에서 진지하게 순대를 맛보고 있었다. "저는 전국 각지의 시장을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는데 이곳은 정말 독특해요. 깨끗하면서도 인위적이지 않고 현대적이면서도 전통의 숨결이 살아있어요. 상인분들도 다 친절하시고 음식 하나하나에 정성이 느껴져요." 그는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이런 맛은 기계로 만들 수 없는 사람의 손길과 온기가 담긴 맛이예요."

과연 그랬다. 1층의 각 점포마다 상인들은 정성스럽게 음식을 준비하고 있었다. 한 아주머니는 찰떡을 빚으며 "새로 지은 시장이 이렇게 예쁘니까 장사하는 내 기분도 좋아져요. 손님들도 더 많이 오고 우리 연변의 맛을 알릴 수 있어서 자랑스러워요."라며 미소 지었다. 그의 손끝에서 만들어진 찰떡은 동글동글 정겨운 모습 그대로였다.
이곳의 변화는 눈에 띄게 달라졌다. 850여개의 점포가 층별로 체계적으로 배치되였고 1층은 연변의 향토 먹거리, 2층은 특산물과 전망대, 3층은 아직 설계 단계이지만 앞으로 독서와 휴식 비즈니스 상담이 가능한 복합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할 예정이라고 한다. 단순한 시장을 넘어 삶의 여유와 문화를 더하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특히 눈에 띈 것은 교통 편의성의 향상이였다. 과거 차량 접근이 어려워 불편했던 기억이 무색하게 750여개의 주차 공간과 두곳의 버스 정류장이 새롭게 생겨났다. 광주에서 가족과 함께 온 관광객 천씨는 "자가용으로 왔는데 주차 걱정을 전혀 안 해도 돼서 정말 편했어요. 이런 배려가 려행의 만족도를 훨씬 높여주네요."라며 만족해했다.


아침 시간이 흐를수록 시장은 더욱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점포마다 줄이 서고 사람들은 저마다의 접시에 음식을 담으며 이리저리 오갔다. 나는 한쪽 구석에서 아버지와 함께 온 어린 아이를 보았다. 아이는 순대를 한 입 베여 물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버지는 "맛있지?"라고 물었고 아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순대로 입을 채웠다. 그 순간 이곳이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살아있는 일상의 공간임을 깨달았다.
북경에서 온 또 다른 관광객 장씨는 2층 테라스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강변 풍경을 감상하고 있었다. "저는 커피를 좋아하는데 이곳에서 판매하는 연변 특산 커피가 정말 일품이예요. 강변 풍경과 함께 마시니 도시의 바쁨을 잠시 잊게 됩니다." 그는 여유롭게 말했다. "이런 공간은 중국 어디에서도 흔치 않아요. 전통과 현대가 이렇게 조화롭게 어우러진 곳 연길이 정말 매력적인 도시라는 걸 새삼 느꼈어요."
시장 관계자에 따르면 앞으로 3층이 완성되면 야간 경관 조명까지 더해져 강변의 밤 풍경을 배경으로 한 또 다른 매력이 펼쳐질 것이라고 한다. 이 소식을 들은 심수에서 온 관광객 황씨는 "앞으로 저녁에도 다시 와봐야겠네요. 아침 풍경이 이렇게 아름다운데 밤에는 또 얼마나 멋질지 정말 기대돼요."라며 벌써 다음 방문을 계획했다.
새로워진 수상시장은 변한 것이 많다. 넓고 깨끗해진 공간, 체계화된 동선, 다양한 편의시설. 그러나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면 그것은 이곳에 깃든 삶의 온기와 사람 냄새다. 상인들의 정성스러운 손길, 시민들의 정겨운 대화, 관광객들의 감탄하는 눈빛... 그 모든 것들이 어우러져 연길의 구수한 정취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해가 대지 상공에 밝게 뜰 무렵 나는 다시 한번 아직도 인파가 식지 않은 시장을 바라보았다. 이곳을 찾은 이들은 저마다의 리유로 저마다의 추억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북경에서 온 리씨가 말했듯 이곳은 분명 기계로 만들 수 없는 사람의 손길과 온기가 담긴 맛이 있는 곳이였다.
연길 수상시장, 변한 것은 환경이지만 변하지 않은 것은 그곳에서 피여나는 따뜻한 일상의 온기와 구수한 사람 냄새다. 어쩌면 그것이 바로 이곳이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리유가 아닐까. 앞으로 3층이 완성되고 밤의 풍경이 더해지면 이곳은 또 어떤 매력으로 우리를 맞이할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오늘도 이곳에서는 삶의 향기가 구수하게 피여오르고 있다.
/강빈 길림성 특파원, 박경남(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