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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가을 노래 (외 5수) 최어금

2025-11-28 14:51:08

오곡백과 무르익는 소리
하늘 끝에서 울려오고
단풍향기 코끝을 희롱하네


백일홍은 왕나비의 곁눈질에 수줍게 불타올라
노을처럼 얼굴 붉히네


황금 해살의 손길에
처녀 얼굴 사과알로 무르익고
바람의 반주곡에
농부의 낫가락이 춤을 추네


귀뚜라미 쓰르람 쓰르람
벼포기에 올라앉아
계절이 떠나간다 소리치네


가을의 끝자락


바람에 날이 서고
마른 가지우로
마지막 단풍 한쪼각
떨어지는 소리


해는 기울고
그림자는 길어져
모든 것을 덮을
서늘한 침묵이 온다


가을의 끝자락에 서서
나는 붉은 잎 한줌을 쥐고
스러진 날들의 온기를 기억한다


아름다웠던 모든 것은
이토록 희미한 빛이 되여
겨울의 문턱에서
조용히 작별을 고한다


가랑비 (1)


주룩주룩
가랑잎 적시네
구슬픈 이 마음


장미나무도 흠뻑 젖고
단풍나무도 흠뻑 젖고


파란 잎 노란 잎
슬픈 사연 뚝뚝…


가랑비 가랑가랑
파란 하늘이 얼굴을 내미네


내 맘 속 파란 하늘에 물드네
아픈 마음이 녹네


가랑비 (2)


속삭이는 비방울이
실바람에 날려 마음의 유리창에
새 그림 그리네
그리움에 젖은 눈물인가봐
그대 손길이 내 몸을 스칠 때
세상도 금세 따스해지고
둘이 함께 부른 노래는
봄날을 깨우는 메아리가 되였지


난 몰라요 보슬보슬 내리는
저 가랑비가
누구의 마음인지…


미쳐


차량 정체가
나도 미치고 길도 미치게 하였네


두시까지 만나기로 한 약속
미쳐 지키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다가
약속 시간 지나서 그와 만났네


그 사람 불그락 울그락
미쳐 날뛰는 모습이
마치 어린아이 보채는 모습같아
나는 그만 죄송하다는 말 대신
웃고 말았네


나의 웃음이 그 사람에게
이쁘게 미쳤는지
그 사람 입 딱 벌리고 웃네


입 벌린 모습
어이없다는 웃음임을
나는 모르고


계속 그 사람을 향해
웃고 있었더니
그 사람 나를 향해
버럭 소리 지르네



너 미쳤냐


혼술


그리움
달래는 혼술
빛에 따라 맛도 다르고
천만가지 꿈 품게 하네


고독한
마음 달래여
청포도 영글어 담근
와인 한잔 쭈욱 쭈욱


두볼에
발그므레 진달래 돋쳐주고
코끝에도 불그므레
홍매화 그려주네


장미빛
홍조 어린 와인잔에
청실홍실 드리운
사랑의 그림자


황혼을
붉게붉게 물들이며
꿈 속에서 내 령혼을
아름답게 피워주는
혼술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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