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의 추석은 어김없이 찾아왔다. 어릴 때 그리고 성년이 되여서도 명절이 오면 항상 반갑고 기대했었다. 추석은 중국에서는 월병이나 먹고 직장인들이 하루 정도 휴무하는 작은 명절인 반면 한국에서는 민족의 대명절이란 별칭에 걸맞게 설날과 동등한 일년중 최대의 명절이다.
2013년 초에 한국에서 일하던 안해가 불치병에 걸려 1~2개월 정도 남았다는 소식을 접하고 더는 중국에서 회사생활이 불가해 사직하고 한국에 왔는데 안해는 그해 추석전에 하늘나라로 떠났다. 그해부터 이번까지 열세번의 추석명절을 한국에서 보냈는데 별로 기억에 남을만한 화려함은 없었던 같다.
금년 추석은 지방에 있는 회사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나로서는 서울로 추석을 보내러 가는 차 안에서 마음이 착잡해지며 “내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거지?”라는 생각이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그도 그럴 것이 서울에 임대해 놓은 세집에 한 달에 한번 정도만 다녀오는 터라 이번에도 오래전부터 회사 동료들에게 하찮은 자존심 때문에 “추석에는 서울에 있는 집에서 명절을 보낸다”고 자랑처럼 얘기해 왔기 때문이다.
갈 데 없는 외국 국적 동료들의 부러운 눈빛은 나로 하여금 어깨가 으쓱해지게 했다. 회사에서 출발할 때는 멋지게 환한 모습으로 동료들과 추석인사를 나누고 떠났지만 얼마 못가고 착잡함이 머리 속에 맴돌았다. 회사에서 두툼한 명절 보너스와 묵직한 선물을 챙겼지만 빛바랜 감이 든다. 만약에 나에게 안해가 있고 가족이 있다면 따뜻한 저녁상을 차려놓고 기다릴 것이고 나는 선물과 보너스를 폼나게 내놓고 명절의 분위기 속에서 가정의 따뜻함을 만끽하면서 직장에서 힘들게 일하던 피로를 깨끗이 해소할 수 있지 않겠나…
꿈은 꿈일뿐이다. 현실은 무정하다. 한달에 한번씩 오는 차가운 월세방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나마 나를 기다리고 있는 곳은 내가 다니는 교회이다. 마음의 대화를 나눌 수 있고 익숙한 얼굴들이 반갑게 가족처럼 맞아주었다. 일상에서의 힘든 번뇌를 해소하고 서로 교제하고 격려하면서 충분한 정신적인 에너지를 충전하며 몸에 엔돌핀을 활성화하여 륙십대 초반의 나이에도 회사에서 젊은이들 못지 않게 일할 수 있다는게 항상 감사할 뿐이다. 외동딸은 이번 추석에 중국에서 사정상 못오고 형과 녀동생은 중국에서 살고있으니 명절날 아침은 동생네 집에서 해결했다. 동생네는 갓 돌이 지난 손주가 있으니 더군다나 세배돈을 줘야 하기에 갔다와야 했다.
아침밥을 먹고 고향 어른들과 지인들게 전화로 명절인사를 드리고 아침에 마신 두잔의 막걸리에 취기가 올라 곧장 집으로 향했다. 잠을 청하려고 누웠는네 잠은 오지 않고 약간의 공허감이 들었다. 빈집에 누워 깊은 생각에 잠겼다. 명절에는 친척들이나 지인들이 모여 덕담과 오락으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반면 천정만 바라보는 신세가 됐으니 좀 서글프구나. 그래도 일할 수 있는 건강이 있고 좋은 직장이 있고 경제적 어려움이 없으니 항상 감사할 따름이다. 이젠 륙십대 초반이니 이대로 가다가 나이가 들고 혹시 어느 때 회사에서 퇴사하고 적합한 일자리 못 찾고 질병이라도 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외동딸도 중국에 있고 형과 동생네와 사촌들이 중국 고향에 와서 함께 살자고 하는데 나는 한국에 정이 들어 떠나고 싶은 생각이 별로 없다.
발생하지도 않은 일들로 왜 잡생각에 빠져드는 거야? 그것도 명절날에. 밖에 나가 공원에서 산책이나 하자. 창의적인 활동이나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외로움을 해소할 수 있고 성취감을 느낄수 있다. 산책이나 취미활동 등을 통해 밖으로 나가며 기분 전환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미래에 대한 불안에서 벗어나 지금 이 순간에 온전히 머물면서 기쁨을 누리는 것이 바람직한 선택이다.
안해가 떠나가고 2년간 방황하면서 모든 것을 잊고 힘든 마음을 진정하려고 현장일을 선택했었다. 현장일에 적응 못하고 회사에 입사한지도 어느덧 십년이 됐다. 외로움을 달래려고 배우자도 만났었지만 최종적으로 실패하고 수년간의 싱글의 삶에 적응하고 있다.
인생의 황혼기는 혼자 살기보다 금실좋은 부부가 서로 의지하면서 건강과 정서적 안정, 심리적 지지는 로후 삶에 큰 도움이 된다. 반면에 화목하지 못한 부부는 때때로 잡음이 발생하고 심할 때는 정상적인 생활에 브레이크 같은 작용을 한다. 개인적인 욕심을 포기하고 가정 위주로 상대방을 믿으며 배려하고 존중해야만 행복한 가정을 이룰 수 있고 량질의 삶을 살수 있다. 배우자와 마음이 통하고 함께 있을 때 마음이 편안하고 서로의 기쁨과 성장을 응원하는 깊은 관계를 통해 아름다운 삶을 즐길 수 있다.
로후에 본인에 적합한 좋은 배우자와 동행한다면 긍정적인 영향으로 건강, 정서적 안정, 심리적 지지 그리고 사회적 기능, 공통 관심사, 적극적인 가사 참여, 서로에게 힘이 되는 등 다양한 측면에서 유익한 점이 많다고 여겨진다. 소중한 것은 로후의 삶은 많은 사람들보다 단 배우자 한사람과 동행하면서 이 세상을 떠날 때까지 손잡아줄 수 있는 그런 길동무가 있다면 진정한 행복이다.
반면에 나에게 이런 복이 찾아오지 않는다면 운명이라 받아드리고 묵묵히 나만의 행복을 추구하면서 걸맞는 방식대로 로후를 설계하고 틀안에서 아름다운 삶을 꿈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