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지 않아도 우리 모두는 자신의 이야기로 삶이라는 책을 있다."
현청화의 장편소설 《파랑새》가 연변인민출판사에 의해 출간되였다. 저자의 말을 빌자면 "새벽의 고요함+쪼각난 시간의 힘"으로 10개월간의 집필을 거쳐 28만자의 장편소설이 완성되였다.
소설은 80년대 사회 초년생의 순수한 열정부터 좌절과 도피, 분투와 치유에 이르기까지, 황금빛 미래를 향한 그들의 치렬한 몸부림과 가치 추구의 려정을 생생하게 재현했다. 파랑새를 찾아 헤매는 현대인들의 령혼을 향한 위로와 공감이 서려있는 이 소설은 한 세대의 성장드라마를 통해 궁극적으로 '진정한 행복의 의미'에 대한 통찰을 독자들에게 선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파랑새》의 저자 현청화.
최근 온라인으로 진행된 인터뷰에서 현청화는 살아오면서 "'행복'이란 무엇인가, 왜 행복은 항상 미래나 과거에만 존재하는가?"에 대해 늘 사고해왔다고 서두를 뗐다.
현청화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인생의 목적은 행복"이라는 철학적 명제에 대한 재해석을 하고 싶었고, 우리의 인생에서 금전, 명예 같은 외적 성취보다 관조와 중용을 통한 내적 깨달음을 진정한 행복으로 정의하고 이를 탐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저를 비롯한 80년대생이 경제의 급속한 성장과 디지털 혁명을 겪으면서 느낀 꿈과 현실의 괴리를 '파랑새'라는 상징으로 승화시켜 한 세대의 성장통과 집단적 트라우마를 문학으로 치유하고 싶었습니다."
창작과정에 현청화는 개인적 체험에서 출발해 '행복의 본질'을 탐구하는 철학적 성찰, 상실감을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키는 문학적 실험을 시도했다.
소설중 저자의 고향, 생애 첫 직장, 최종 정착지인 광주 등 저자의 내적 체험으로 이뤄진 부분은 진도가 매끄럽게 잘 나아갔다. '파랑새'라는 상징을 발견한 순간도 가장 창의적으로 흘러갔다. 하지만 '행복'의 추상적 개념을 구체화하는 과정은 어려웠다고 한다. 초반에는 개인적 고민에 집중하다 보니 시대적·세대적 공감이 약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후반부에 80년대생의 일과 사랑, 그리고 부모세대와의 모순을 추가하며 개인과 시대의 련결고리를 의식적으로 강화하려고 노력하다 보니 본의 아니게 들어간 정서과잉이 작품의 완성도에 영향을 주기도 했다고 한다. 후에 다시 거둬내느라 다소 시간이 걸렸지만 이 과정에서 저자는 "행복에 대한 답을 주는 것"이 아닌 "독자 스스로 질문하게 만드는 것"이 진정한 문학의 역할임을 깨닫고 독자들이 스스로 자신의 파랑새를 발견하도록 유도하려 했다고 말했다.
"창작과정은 '행복'의 재발견을 위한 긴 려정이였습니다. 그리고 그 려정은 나로 하여금 초조함과 조급함을 버리고 '지금 여기'에 집중하는 과정 자체가 행복임을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파랑새》의 출간 이후 새롭게 준비하고 있는 차기작은 반려동물과 인간의 공생을 소재로 한 장편소설이라고 한다. 작품은 반려묘의 시선으로 바라본 한 가족 두 세대의 트라우마를 그려내게 된다.
"이번에는 제재의 경계를 허물고 새로운 쟝르와 다양한 풍격에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우리가 아무리 애써도 돌려세우지 못하는 삶의 비극들이 삶의 곳곳에 존재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이라는 한줄기 빛으로 어둠을 찢는 글, 일상의 비극 속에서도 인간의 존엄을 드러내는 서사를 목표로 창작을 하고 싶다고 한다.
"그러자면 상징적 이미지들을 통해 추상적 개념을 구체화하는 능력이거나 행복, 고독, 좌절, 해탈 등 살면서 반드시 겪어내야 하는 감정들을 독자가 체감하게 만드는 기술을 더 익혀야겠지요."
현청화는 개인의 작은 경험을 시대와 련결하거나, 한 사람의 좌절을 전체 세대의 무력감으로 확장하는 등 스토리텔링면에서의 장점을 살려 '일상의 비극성'과 '세대의 트라우마'라는 두 축을 깊게 파고들면서 상처를 다듬어 빛을 만드는 글쓰기를 계속 해볼 계획이라 내비쳤다.
오누이를 키우면서 사업과 문학창작을 병행하는 현청화는 모두 잠든 깊은 밤에 비로소 본격적으로 글을 쓴다.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시간대이기 때문이다. 또 출퇴근 길, 점심시간, 설거지와 청소중, 자녀 재우기 등 짜투리시간마다 스마트폰에 단상을 기록한 후 다시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방식으로 지금까지 글쓰기를 견지해왔다.
현청화는 '판도라'라는 필명으로도 활동하고 있으며 2003년 온라인 창작활동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소설과 수필 70여편을 발표했다.
연변작가협회 회원, 중국작가협회 회원이며 연변작가협회 청년문학상 금상 2회, 대상 1회 및 연변일보 해란강문학상을 수상했다.
"우리의 일상은 소설보다 극적입니다. 아침에 스치던 동네 조식가게 주인의 미소, 퇴근길에 스마트폰에 떨어진 비방울, 그 삶의 매 순간들의 작은 슬픔과 기쁨이 결국 우리 문학이 되는거죠."
누군가가 내뱉은 옅은 한숨, 퇴근길에서 주저앉은 무기력한 어깨, 이 모든 것이 어떤 이에게는 치유의 문장이 될 수 있다며, 글을 쓰지 않아도 우리 모두는 자신의 이야기로 삶이라는 책을 쓰고 있다고 현청화는 말한다.
"오늘의 당신도 누군가에게는 파랑새입니다."
출처: 연변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