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항전' 력사가 담긴 교과서를 보며 리민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할빈시 남강구 안산가 23호, 력사의 무게를 지닌 한 작은 마당이 조용히 자리 잡고 있다. 이곳은 동북항일련군 로전사인 진뢰와 리민의 옛집이다. 그들의 손녀 진신(陈晨)이 낡은 축음기를 가볍게 다루자 강렬하고 열정적인 항일련군의 노래가 흘러나왔다. "...용사들이여, 단합분발하여 눈강평원을 쓸어버리자! 위대한 뜻이여! 어떻게 사라질 수 있으랴, 온 민족, 각 계급이 단결하여 우리의 강산을 되찾자." 먼곳에서 들려오는 듯한 노래 소리는 순간 80여년 전 눈보라가 휘몰아치던 격정적인 항일련군의 세월로 사람들을 이끌었다.
"우리 할머니 리민은 동북항일련군에서 가장 어린 녀전사 중 한 분이였어요." 진신은 깊은 감정을 담아 할머니의 이야기를 전했다.
1924년, 리민은 흑룡강성 탕원현 오동하촌의 조선족 가정에서 태여났다. '9·18사변' 이후 겨우 7살이였던 그녀는 현지 항일아동단에 가입했다. 8살 때 그녀는 불행히도 어머니를 잃었고 아버지와 오빠는 차례로 동북항일련군에 참가하여 나라 지키기에 나섰다. 1936년 겨울, 항일련군의 련락원 리성의 도움으로 어린 리민은 항일련군 6군 4사의 비밀 주둔지에 도착했다.
이렇게 해서 겨우 12살의 어린 리민은 항일련군 대렬에 합류했고 그녀는 곧 끈기와 성실함으로 부대 지도자와 전우들의 높은 평가를 받았다. 1939년 설날 밤, 15살의 리민은 영광스럽게 중국공산당 당원이 되였다.
"할머니는 종종 '침략자들을 몰아내야만 우리에게 집이 있다'고 말씀하셨어요." 진신은 목메어 이야기했다.
이 깊은 나라에 대한 사랑, 원수에 대한 증오 및 확고한 혁명신념은 리민이 14년의 전화속을 헤쳐나가는 힘이 되였다. 더 나아가 그녀의 후반생에서 꺼지지 않는 불꽃이 되여 동북항일련군 정신 전승의 길을 밝혔다.
리민의 후반생은 그녀가 '8년항전'을 동북 군민의 피와 눈물이 담긴 '14년항전'으로 바꾸고 이를 전국 중소학교 교과서에 포함시켜 백산흑수(白山黑水) 사이의 그 고난의 세월을 전 국민이 기억하도록 하는데 힘쓴 시간이였다.
"리민의 손녀로서 저는 항일련군의 이야기와 노래를 들으며 자랐어요. 할머니는 어린 나를 데리고 항일련군의 비밀 주둔지와 전투 유적지를 찾아다니셨는데 그 경험은 저의 마음에 깊이 각인되였습니다. 산길은 험하고 비탈져서 우리는 록색 렬차와 트랙터 우에서 한번에 6~7시간을 앉아있었어요. 고된 길이였지만 년세가 많으신 할머니는 결코 피곤하다고 말씀하지 않았어요." 진신은 회상했다. "그때 나는 막 소학교에 들어간 어린 아이였는데 어리숙한 나는 이렇게 유적지를 찾아다니며 조상들의 책임과 희생을 조금씩 리해하게 되였어요. 그들은 교과서에 나오는 멀고도 접하기 어려운 영웅들이 아니라 혈육이 련결되고 목소리와 모습이 생생한 가족이였죠. 이렇게 붉은 씨앗이 내 마음속에 조용히 심어졌어요."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시기 전 저에게 '얘야, 동북항일련군 정신을 전하는 일은 네게 달렸다'고 당부하셨죠." 이 무거운 계주는 진신의 인생 선택을 이끌었다. 그녀는 음악을 공부했고 대학에서 근무하며 항일련군 노래를 성악수업에 접목시켰으며 각 학년에 맞는 항일련군 노래집을 편찬했다. 리민이 평생을 바쳐 수집하고 정리한 100여곡의 동북항일련군의 소중한 선률은 마침내 손녀의 손을 통해 세대를 초월한 젊은이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원천이 되였다.
진신은 아들과 함께 연단에 올라 동북항련 정신을 홍보했다.
"이제 이 전승의 불꽃은 다음 세대의 마음에도 타오르고 있어요. 제 아들은 이제 소학생이 되였는데 그 역시 연단에 서서 외증조모와 항일련군 선배님들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어요. 그가 손에 쥔 교과서는 바로 그의 외증조모가 평생의 힘을 다해 수정을 추진한 '14년항전' 력사가 담긴 교과서예요. 제 많은 학생들도 졸업 후 교단에 섰고 동북항일련군 정신의 확고한 전승자가 되였죠. 혈맥의 연속과 정신의 전승이 이렇게까지 선명하고 강력할 수 있구나 싶었어요." 진신은 흐뭇하게 말했다.
"혁명 선배님들의 투쟁정신은 바로 우리가 쉬지 않고 전진하는 힘의 원천이에요." 진신은 단호하게 말했다.
"이 불꽃은 반드시 더 많은 젊은이들의 마음속에 새로운 불꽃을 지필 것이며 영원히 우리가 나아가는 방향을 밝혀줄 거예요."
/흑룡강일보
편역 라춘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