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독서, 운동, 커피 한잔의 여유 아니면 료리 만들기… 여러분에게 잠시 쉬여가는 힐링타임은 어떤 시간인가? 아래 책들은 문학보가 추천한 올해내 읽기 좋은 5권의 새 책이다.
◆ '자녀풍운록'
이는 왕안억의 최신 장편소설이다. 소설은 상해의 '나리삼촌'으로 된 슬의 일생을 둘러싸고 펼쳐진다. 그의 인생은 보통 상해인의 평범한 일생일 뿐만 아니라 평범하지 않은 세월에 서로 다른 신세와 운명을 가진 수많은 소시민들의 축소판이기도 하다. 주인공 슬의 몸에는 깊은 시간의 흔적이 있다. 소년시절 부유했던 가정이 쇠퇴하기 시작하고 중년 때는 처자식이 뿔뿔이 흩어진다. 국내에서 반평생을 보낸 후 또 멀리 외국으로 건너가 떠돌이하며 외롭게 보낸다…
소설을 읽다 보면 인물의 그림자, 이야기의 그림자, 건축의 그림자, 도시의 그림자 등 많은 그림자를 만나볼 수 있다. 과거의 그림자와 현재의 그림자가 겹치지만 합쳐지지는 않고 겹겹이 시간의 두께를 만들어낸다.
◆ '조가도 동화'
'조가도 동화'는 '서사의 마법사'인 채준의 최신 소설집이다. 마치 화가 베르메르가 작은 도시 델프트의 화려한 풍경을 되살려냈듯이 현실은 더욱 기억된다. 이 책에 수록된 6편의 소설에서도 역시 채준의 출생지인 상해 조가도를 무대로 자신의 성장 기억을 담아낸다.
특히 1988년부터 1992년 사이에 상해 서부의 사회 풍토에 초점을 두고 오각장, 삼관당과 중산공원 뒤문에 있는 농산물 시장, 손으로 그린 포스터가 붙어있는 상해 서부의 영화관, 작은 골목에서 속삭이는 비밀, 소주하 수면 우의 파도빛과 수면 아래의 진흙 그리고 소년의 모험과 꿈이 그려져있다. 이런 이야기들은 진실하고 환상적이다. 하나하나가 작가의 생활 기억에 대한 재현이며 미래에 대한 자기 격려이다.
◆ '내 주변의 세계'
공공의 첫 장편소설인 '내 주변의 세계'는 첫페지를 펼치는 순간부터 촘촘한 세부묘사, 기이한 비유로 묘사된 생활모습으로 독자들의 눈길을 모은다. 당신과 어머니와의 관계가 당신과 주변 세계와의 관계를 결정한다? 소설은 이 질문에서 출발해 한 소녀의 성장 경력을 그려낸다. 이 소설을 읽다 보면 왜 한 아이의 성장이 이토록 길며 마음을 아프게 하는지 하는 생각이 든다.
"엄마가 되면 알게 될 거야."
"너는 아무리 커도 내 눈에는 어린애야."
"나는 할 수 있었는데…"라는 어머니 진향란의 여러가지 입버릇이 딸 주위의 생활을 가득 채운다. 이 모녀간의 끈적끈적한 사랑 속에는 오히려 늘 상처와 아픔이 섞여있다. 주위조혜, 고민 이들은 세월의 부대낌 속에서 평온해지기 어려운 운명이다. 그녀의 시각에서 본 모녀관계외에도 어린시절 기거식 생활과 함께 또 가족군상을 함께 그려낸다. 그 섬세한 감정은 독자의 마음을 울리며 감탄하게 한다.
◆ '비속에서 련못을 거닐다'
미국의 작가 조지 샌더스의 평론집인 이 책에서 샌더스는 체호브, 투르게네브, 톨스토이, 고골리의 7편의 고전단편을 깊이있게 분석하고 있다. 특히 소박한 어투로 이야기를 서술하면서 독자로 하여금 소설의 구조를 탐색하게 하고 작품 속의 교묘한 설계와 무의식간에 번뜩 떠오르는 령감을 분석하도록 인도한다. 저자는 체호브가 모든 일에 흥미진진하며 종래로 그 어떤 기존 신념체계에 구애되지 않고 정보에 따라 움직인다고 칭찬한다.
"그는 '의사'이며 소설을 애정 어린 진단에 근사한 방식으로 다룬다." 샌더스가 이런 거장 작가들의 작품을 다루는 방식도 사실 애정 어린 진단에 근접한다. 책을 읽다 보면 그의 차근차근 가르침에 어느새 소설이 구축한 기묘한 세계, 비속에서 련못을 거니는 묘한 기분에 젖어든다.
◆ '사계절 정취'
이는 영국의 작가 에밀리 토머스의 작품이다. '자연을 안아주는 110가지 작은 일'이란 부제에서 인간과 자연에 관한 책임을 잘 보여준다. 어떻게 자연을 껴안을가? 꽃구경, 새구경, 바다나들이, 일몰 관찰, 걷기, 별하늘 보기, 썰매 타기… 사계절에는 사람이 자연에 스며드는 방식이 천연적으로 새겨져있으며 단지 개체인 매 사람이 다가가기를 원하는지에 달려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마음이 가볍고 편안해진다. 책에는 자연으로 사람을 치유하려는 저자의 초심과 의지가 담겨있다. 자연과 인간의 관계는 분명 진화하고 있으며 갈수록 더 복잡해진다. 한해의 끝자락에 서서 자연이 주는 순수한 정취로 돌아가는 것도 일종 위로가 될 수 있다.
/문학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