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나의 고향에는
벽파가 출렁이는
푸른 보석 같은
흥개호가 있다.
반고가 천지를 개벽하고
그의 몸뚱이가 오악으로 변하고
그의 피가 굽이치는 하천으로 변할때
함께 태여난 흥개호
천만겁 기나긴 세월 내려 오며
청신하고 수려하고 결백한
대자연의 정기로 자라고
귀부(鬼斧)로 다듬고 다듬은취옥(翠玉)같은 아릿다운 몸매로얼마나 많은
유객(游客)들의 발길을 끌었고얼마나 많은
시객 (诗客)들의 심금을 울렸던가!
바다같이 넓고 넓은 흥개호
수심은 옅고 옅은데
호수엔 작은 섬 하나 없이
일색으로 파도 넘실거리는 수면 뿐
새벽
동쪽이 붉어질 때면
호수의 하늘도 ,
구름도 붉어지고
호수의 물도 붉어진다.
고기배들은
노을에 젖은 물결을 가르며
서서히 호심으로 사라진다.
백리 모래언덕
20 만년의 변천을 거치고 거치며
대자연의 섭리에 따라
설계되고 만들어진
백리 모래언덕
신기한 푸른 보석띠가 되여
흥개호를 남북으로 갈라 놓았다.
대흥개호와 소흥개호로
한몸이 갈라져 된 형제이건만
천지조화로
성격은 하늘 땅 차이로
그렇게 다르고 다르다.
대흥개호의 파도
솔,솔
얼굴을 부드럽게 어루쓰는
화풍이 불어온다.
호수는 간지러워
행복에 겨워 웃는다.
쏟아져 내리는 밝은 해살을
수많은 옥구술로 부시고 부시여
하늘하늘 웃는 수면위에
가득가득 뿌려 놓는다.
빤짝반짝
빤짝반짝
호수가 하나되여
해밝게 웃는다.
쏠,쏠
머리카락 날리는
썰렁바람이 불어오면
호수는 웃음을 거두고
설레인다.
거대한 몸뚱이를 움씰움씰
불안에 모대기며
거대한 물언덕을 만든다.
깊은 골짜기를 만든다.
물언덕은
높아졌다 낮아졌다를 반복하고
갈매기는
끼륵끼륵 물언덕위로 꼰진다.
윙,윙
모자를 날리는
세찬 바람이 불어 오면
호수는 얼굴이 흐려지고
갈린 소리로 표효한다.
집채같은 물갈기를 날리며
파도는 아귀를 벌리고
물방석을 굴리며
기슭을 향해
아우성치며 돌진한다.
기슭에 와서는
온 힘을 다해
몸을 힘껏 내친다.
거대한 파도는
형체도 없이
산산히 부서진다.
그리고는 언제 그랬더냐 하며
맑은 물이 되여
호수가 모래톱을 부드럽게 어루쓸며
스—르—르
맑은 소리를 내며 물러 간다.
뒤를 이어
또 다른 파도 마루가
커다란 아귀를 벌리고 달려온다
소흥개호
소흥개호
언제나 수려하고 부드럽고 고요하다.
호변의 쪽배가 그어놓은 수파는
저 멀리,저 멀리로
하늘 하늘 가고 있다.
호심으로, 모래언덕 숲속으로, 하늘가로.
물속에 수림도 있고
하늘도 있고
구름도 있다.
물속의 고기들도
숲속에서 놀아보려
구름타고 하늘을 날아보려
수면위로 뛰여 오른다.
흥개호의 무송(雾凇)
"황산에 갔다 와선
다시 산을 보지 않고
룡왕묘에 갔다 와선
다시 무송을 보지 않는다”
흥개호의 무송은
더 없이 아름답고 성결하다.
무송은
원래는 망망한 호수의 옥구슬이였다.
땅과 호수가 땅땅 얼어 터지는
령하 40 도의 혹한에
룡구의 명수구에서
가벼운 물안개로 변신해
바람타고 사뿐히 날아와
나무가지위에서
풀잎위에서
반짝이는 무송으로 현신한다.
존비귀천을 가리지 않고
티없이 깨끗한 몸으로
포근히 감싸준다.
가장 순결한 꽃을 수놓는다 .
바람이 잠자는
청명한 아침이면
무송은 햇살을 받아
반짝이며 더욱 눈부시다.
무송의 사랑을 담뿍 안은
나무와 풀들은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고
조용히 수줍음을 머금고
거울같은 맑은 물에
자기의 아릿다운 모습을 비추며
하얀 미소를 짓는다.
철새의 락원
룡왕묘의 령롱한
무송도 잊을 수 없지만
3,4 월 소택지와 호수가
두터운 눈에 덮혀
깊이 잠들고 있을 때
푸른 물결 찰랑이는
룡구의 명수구에서
수천수만 마리의 철새들이
함께 하늘을 날고
함께 물에서 노래하는 장관은
사람들을 더욱 경탄케 한다.
룡구는 매년 봄
남쪽에서 북쪽으로 날아가는
철새들이 휴식하는 “려관”이다.
새벽
“려관”에서 휴식하고 려독을 푼
철새들이 대 이동을 시작한다.
한무리의 백조가 “—” 자형으로
대렬을 지어 끼륵 끼륵 울면서
저 멀리 북쪽으로 날아 간다.
또 백마리 쯤 되는
백조 한 무리가
호면에서 솟아오른다.
흰날개로 수면을 힘차게 치며
하늘로 솟는다.
정오가 되면
기러기,오리들의 울음소리가 요란하다.
떠나야 할 때가 된것이다.
코기러기를 따라
30~50 마리, 혹은 백여 마리가
동시에 날아 오르며
“—”자 혹은 “人”자 대렬을 지어일사불란 정연하게
북쪽을 향해 날아간다.
다 떠나고 나면
여기에서 서식할 철새들만 남아
한가히 물에 떠서
새 손님들이 오기를 기다린다.
살구꽃 십리
5 월 중순
신개류 이동 십리
모래 언덕은
흰색, 분홍색 살구꽃으로
곱게 단장한다.
수령이 수백년이나 되는
아름드리 살구나무
꽃우산을 펼쳐들고
하늘을 찌르며
십리에 뻗어 있다.
한 그루의 꽃나무가
하나의 꽃동산이다.
백설같은 흰 꽃
노을 같은 붉은 꽃
향기 그윽한 꽃동산에서
벌과 나비들이
이 꽃에서 저 꽃으로
저 나무에서 이 나무로
분주히 넘나든다.
꽃나무 아래에 서서
남쪽을 바라보니
대흥개호엔
물연기를 날리며
파도가 출렁이고
북쪽을 바라보니
소흥개호의 물
맑고 고요해 거울 같다.
미인 단명이라 할가?
눈부시던 꽃도
얼마 못가서 진다.
훈풍이 불어 오고
봄비가 연연할 때
꽃잎은 꽃비가 되여
모래언덕을 포근히 덮는다.
백릉하와 백릉교
흥개호 서북방향에는
흥개호로 흘러드는 작디작은 강 ,
변계하 (边界河)ㅡ백릉하가 있다.
백릉하의 길이는 17 km,
제일 좁은 곳은 너비가 0,6m,
제일 옅은 곳은 깊이가 0,5m,
량안에는 관목,교목들이 우서지고
잡초들이 엉키여 수면을 덮고 있다.
백릉하 흥개호 입구와
송아찰하 흥개호 출구를
지도에서 곧게 이어 놓으면
바로 흥개호 호수면의
중러국경선으로 된다.
백릉하ㅡ
비록 작디작은 강이언만
중화민족의 풍운의 력사를
담고 흐르고 흐른다.
백릉하에는
세계 국계(国界)교량사에서
제일 작은 다리ㅡㅡ백릉교가 있다.
백릉교ㅡㅡ
중국측의 다리 길이는 10m 도 안되고
너비는 1m 도 안되는
란간이 있는 철제 다리이고
러시아측의 다리는
란간이 없은 두꺼운 석판다리이다.
량국 다리사이를 10 ㎝ 띄여 놓아
중러 국계로 하얐다.
백릉교는 세계 국계교량가족중
둘도 없는
“보기드문다리”로 인증 받아
“세계기니스대전”에
“동방기교”로
등재되였다.
에필로그
밀산시 동남
중—러 변경에는
국계 담수호—흥개호가 있다.
흥개호는
세계 생물권 보호구
동북아 학류 보호구
국가 지질 공원
국가 4A 급 유람지이다.
흥개호는
호수, 삼림, 습지로 이루어진
세상에서 보기 드문
량호한 생태계통을 갖고 있다.
흥개호는
태고연한 자연미를
고이 간직한 호수이고
신비로운 호수이다.
나는
고향의 흥개호를
사랑한다.
2022 년 6 월.
리규을 프로필
성명: 리규을 1945년 9월 26일생
1965 연길현 룡정고중 졸업
1972년 3월 부터 교육사업에 종사
1985년 연변대학 조선언어 문학학부(통신)졸업
1995년부터 밀산시조선족고급중학교에서 부교장으로 10년간 사업
2005년 정년퇴직
현 밀산시 문인협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