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보라가 그 살을 저미고

강추위가 그 뼈를 스며들어도

올곧은 마음 하나로

하얀 땅에 곱게 피운 꽃 한송이

달처럼 웃고

별처럼 빛나

그 이름 설련화

외로운 밤 쓸쓸한 마음 달래며

홀로 지조 높이 세우는

하얀 가슴아

백마타고 달리는 설원

백마타고 달린다

채찍을 붓대 삼아

가는 길 휘날린다

아득히 눈덮인 광야

숨결이 물결치는 산천

부른다 빛나는 태양

오너라 눈부신 꽃이여

맥박치는 가슴 자유로운 구름

사연많은 이야기 결백한 고백

사랑한다 평화

순결한 나의 꿈이여

숨을 곳 필요없다

헐벗고 서있는 나무들아

순백의 서정 눈밭에 흩날리며

오너라 나의 순결한 시여

백마타고 달린다

새하얀 령혼 불러

가는 길 찬란하다

함박눈이 내리는 길

고요한 명상의 하늘에서

인생무상이라 펑펑 쏟아지며

곧게 걸어온 길 푹푹 지운다

품안에 있는 모든 것에

부드러운 손길 내밀어

따스한 얼굴 애모하고

뜨거운 입 맞추어준다

숨가쁘게 걸어온 것 뿐

아무도 없는 새하얀 세계

이제는 쉬엄쉬엄 가라며

좁은 등을 다독여준다

등에 짐이 푹푹 쌓일수록

삶의 무게 푹푹 느껴지고

가야할 길 푹푹 깊어져도

살의 고개 푹-푹- 넘어간다

올곧은 직선이 아닌

구부러진 곡선을 그리며

산을 품고 강을 품고 마을을 품으며

구불구불 한걸음 또 한걸음 걸어간다

맞을 만치 맞으며 비워진 가슴

오래만의 따사로움 피여오르고

쌓일 만치 쌓이며 넓어진 등

새 길을 담당하는 힘이 솟는다 

봄아씨가 따르는 겨울사나이

뿌리깊어 든든하고

거짓없어 당당한

겨울사나이

눈보라 몰아치고

칼바람 기승부려도

이마 번쩍 추겨들고

차거운 땅 지켜가는

떳떳한 사나이

강물도 꽁꽁 얼어 아우성치고

박달나무도 툭툭 터지건만

높이 든 호기로 정든 땅 지켜가는

그 힘 드높아 호랑인가

그 의지 드세여 강철이던가

뜨거운 그 심장

봄아씨 가슴 울렸는가

름름한 그 모습

봄아씨 마음 끌었는가

향긋한 꽃을 안고 아지랑이 날리며

선녀처럼 달려오는 눈부신 봄아씨

호걸중의 호걸 겨울사나이여

그대 정녕 봄아씨 마음 아시는가 

천년바위는 고독하다

천년의 수련을 거쳐온 바위

천년의 눈을 가져

보이지 않는 빛도 볼 수 있지만

아무나와 말하지 않는다

천년의 진술을 기록해온 바위

천년의 귀를 가져

들리지 않는 소리도 들을 수 있지만

아무나와 말하지 않는다

천년을 몸에 새긴 바위

천년의 가슴을 가져

약한 시간 내면과 끈기를 키워왔지만

아무나와 말하지 않는다

천년을 자신의 빛따라

펑버짐함 등으로 무거운 짐 짊어지고

겸손과 소박함으로 자신을 성숙시켰지만

아무나와 말하지 않는다

천년을 자신의 줄기따라

타인의 물결에 휩싸이지 않고

하늘을 쳐받들 힘 키워왔지만

아무나와 말하지 않는다

바람도 잠자는 휘영청 밝은 밤

달님과 속삭이는 천년바위 말

같이 서려면 혼자 설 수 있어야 하고

혼자 설 수 있어 오래간다고

그림 속 진달래 

그립도록 불러봐도 대답이 없이

수즙게 미소만 남실거린다

바람이 불어도 흔들리지 않는

저 저 연분홍 그리움 하나

하얀 마을 언덕에 사푼 피여

바라보는 눈가에 이슬 뜨겁다

고향땅에서

푸른 소나무처럼 뿌리내고

천만년 살자 약속했건만

언제부터 우리 이렇게

그리움을 안고 살아야 했던가

그토록 먼길 에돌아 찾아온

연분홍 사랑 하나

행복 찾아 가는 길 

어렵고 험해도

고개드는 고향상념

먼 고향쪽 하늘에 날려본다

연분홍 그리움

그리움을 담아

편지를 보낸다

강물은 편지를 싣고

하늘가로 흘러간다

문득 바람에 묻어오는

따스한 연분홍 향기

향기들은 저마다 꽃씨 되여

산을 들을 천지를

온통 연분홍으로 물들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