黑龙江日报朝文版
国内统一刊号: CN23-0019  邮发代号: 13-26
흑룡강신문 > 문화·문학

【수필】 가을 타는 녀자- 최정실

2022-11-09 12:18:07

바야흐로 가을이 익어간다.

높디높은 파아란 하늘,  둥둥 떠가는 하얀 뭉게구름을 바라보노라면 저도 모르게 입가에 엷은 미소가 피여 오른다. 길가 여기저기 이름 모를 나무들의 열매가 울긋불긋 농익어가고 달콤한 향기가 페속까지 스며든다. 온 산과 들이 연지 곤지 찍고 흥에 겨워 춤을 추는 희열의 계절이다.

마냥 가을이 좋기만 했던 나,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가을을 타기 시작한다.

마냥 즐겨 바라보았던 높아가는 하늘은 내 마음에서 무엇을 떼여가는 듯 이름못할 허망감에 사로잡히게 한다.

상쾌한 바람보다 소슬한 바람을, 산을 활활 타게 하는 단풍잎보다는 한잎 두잎 떨어지는 락엽에 귀가 기울여진다.

황금 물결 출렁이는 들녘을 바라보며 가을을 기쁨이 넘치는 수확의 계절이라고만 여겼던 것이 꽃이 지고 락엽지는 비움의 쓴맛을 보는 슬픈 계절이라고 느껴지며 아쉬움과 무상함에 가을을 타고 만다. 우리의 삶이 바로 가을과 같이 기쁨과 슬픔이 뒤섞인 결정체라는 생각이 들어 깊은 사색에 빠져도 본다.

돌이켜 보면 우리의 삶에는 기쁨과 슬픔이 늘 쌍둥이처럼 동반한다.

사회가 발전함에 따라 물질은 날로 풍요롭지만 아이러니하게 정신적 결핍증에 시달리는 사람이 많아진다. 사회의 가장 작은 핵심인 가정이 무너지고 우울증, 자페증 등으로 신음하는 애들을 주변에서 지켜보며 마음을 조이기도 한다.

행복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건강, 사랑, 금전 이 세가지 선으로 삶의 정삼각형을 만들기란 정녕 그렇게 어려웠던가? 각자가 만들어가는 삶의 삼각형은 이 가을의 풍경처럼 천태만상이며 또한 굳건치 못하여 인차 이그러지는 경우가 수다하다.

따뜻한 인간관계, 긍정적인 마음 가짐, 옳바른 가치관, 거기에 의식주행이 걱정 없는 경제적 뒤받침이 된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의 삶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러나 그 누구의 삶도 완벽하지 않다. 알게 모르게 크고 작은 고민을 안고 해결하기 위해 살아가는 그 과정이 바로 인생이 아닌가 싶다. 어쩌면 완벽함을 추구하는 그 자체가 완벽하지 못한 가장 유력한 증거일지도 모른다.

가을에 들어서서 리유없이 우울해지는 나, 배낭 메고 목적지 없이 어딘가로 훌 떠나가고 싶은 나, 나는 가을 타는 녀자가 틀림없다. 인생의 가을길에 들어섰기 때문에 가을을 타는지 아니면 바로 이 나이라서 가을을 타지 말아야 하는지… 

그러나 지금 이 순간부터 나는 가을을 타지 않기로 했다. 더 정확히 말하면 가을을 제대로 타기로 했다.

자연의 섭리대로 인생의 가을길에서 거두는데만 연연하지 않고 비움을 아쉬워하지 않고 흔연히 받아들이며 불완벽한 스스로의 삶을 정시하고 허용하기로 했다.

세파에 흔들려 허기에 헐떡이며 허둥지둥 채우려고만 했던 내 마음을 락옆이 한잎 두잎 떨어지 듯이 조금씩 조금씩 비워 여백을 만들어가며 너그러운 마음으로 타인의 실수를 감싸안고 보듬어주며 삶의 모든 희노애락을 둥글게 담소 지으며 받아 넘길 수 있는, 그런 나가 되련다.

가을 타는 녀자, 가을을 제대로 타는 녀자가 되여 더없이 행복해지고 싶다.

관련 기사
版权所有黑龙江日报报业集团 黑ICP备11001326-2号,未经允许不得镜像、复制、下载
黑龙江日报报业集团地址:黑龙江省哈尔滨市道里区地段街1号
许可证编号:23120170002   黑网公安备 23010202010023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