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놈의 팔자여
어쩜 저런 남자 만났노
어쩜 저런 녀자 만났노
티각태각 전생의 원쑤
허나 달밤이 되니
3.8선 장벽이 슬슬
몸살을 앓는다
여우같은 녀자도
목석같은 남자도
장미빛 포도주에
바싹 몸을 기댄다
열길 몰 속은 알아도
알 수 없는 한길 마음
얼마나 요상한 사람들인가
그만 달이 일러주네
사랑이란 칼로 물베기
미운 놈 떡 하나 더주기
원쑤끼리 손잡고
궁전을 짓는 일
눈 먼 시선으로
서로를 흘겨보는 일
봄
태양이 수집게 초경을 앓는다
나무는 나무의 옷을 입고
강물은 강물의 노래를 부르며
별 밝은 궁전에서 줄지어
청혼의 화살을 쏘아올린다
천지가 갑옷을 벗고 부끄럼없이
오동통 새 살을 드러낸다
그만 넋잃은 천군만마가 일제히
함성을 지른다
세월은 지금부터야
인생도 지금부터야
내 무덤가에
언젠가 죽었을 때
내 무덤가에
하나의 별이 뜨고
한송이 꽃이 피고
하나의 발자국이라도 찍힌다면
내 정녕 한점의 바람이 되여
새벽 이슬에 미역을 감고
한송이 꽃에 볼을 부비며
저 하늘 별에 시선 한번 던지고
조용히 곰상스레
감사의 일기 한편 적어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