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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평론】흙-인간과 만물의 모신(母神)과 수호신- 현춘산

2022-08-26 13:56:08

금와왕신화에 따르면 늙도록 후사가 없었던 해부루가 산천에 제를 지내고 돌아오는 길에서 타고 가던 말이 큰 돌을 마주하여 눈물을 흘리자 사람들을 시켜 돌을 치우고 보니 그 자리에 금빛개구리모양의 사내아이가 있었다. 왕이 크게 기뻐 그애를 길러서 태자를 삼으니 그가 바로 금와왕(金蛙王)이였다. 그가 돌밑의 흙에서 나왔은즉 흙은 돌과 함께 해금와를 탄생시킨 모친토템이였다.

흙은 인간을 탄생시키고 인간을 보호한 토템이였다. 우리 선조들의 관념에 대지는 남성적인 하늘과 짝지어진 녀성적인 존재로 인정되여 인간과 만물의 모신이자 수호신이였다. 헌강왕대의 토지신의 이야기가 바로 인간에 대한 흙토템의 보호를 보여주었다. 전하는 바에 의하면 그 시절은 태평성대였다. 그 풍요한 세월을 즐기느라 왕과 신하들이 여념이 없을 때 한번은 왕이 동례전에서 연석을 베풀자 토지신이 나타나 춤을 추었다. 나라의 위기를 지신(地神)이 사람의 모습으로 나타나 춤으로 예고하였으니 흙신령은 헌강왕에게 나라의 위기를 알려준 수호신토템이였다.

우리 조상들의 흙숭배는 이 외에도 력래의 장례문화에서 돌출하게 표현되였다. 주검을 흙 속에 묻는 토장(土葬)은 우리 선조들의 주요한 장례방식이였다.흙에서 왔고 흙으로 돌아가는 것이 인생이기에 흙에 묻어야 다시 태여나 영생을 누리게 된다는 관념에 의해서였다. 흙은 이렇게 인간의 영원한 귀숙처이기도 했다.

남영전시인의 토템시 '흙'은 국내외에서 강렬한 반향을 일으켰다.

1998년 8월에 제18차 세계시인대회가 슬로바키아에서 열렸을 때 주최측인 슬로바키아의 텔레비전방송국에서 특히 '중국시인의 밤' 행사를 마련하여 남시인더러 '흙'을 랑송하게 하고 전국적으로 방송하여 대단한 인기를 모았다.농업국인 슬로바키아 인민들의 흙숭배를 알수 있다.

이제 토템시'흙'을 보자.

"흙은 보드랍다가도 굳어지고/형체 있다가도 없어진다/자신의 무변한 체구로/돌을 뼈로 삼고/물을 피줄로 삼아/우중충한 하늘아래/언덕과 산줄기 쌓고/늪과 바다를 만들어/생령을 배태하고/만물을 낳아키운다"

시인은 이와 같은 시구들로 대지를 이루는 흙의 신비한 조화를 묘사하면서 인간을 포함한 만물의 모신적, 수호신적 상징인 흙을 열정적으로 구가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대목은 앞의 세구절이다. 즉 흙은 보드랍다가도 굳어지고 형체있다가도 없어지는 무변한 체구를 가진 존재이다. 이 시에서 포착되고 있는 대상물(상징물)은 영물시에서처럼 어느 산비탈의 다락전을 이룬 한줌한줌의 흙이거나 어느 평원의 논벌을 이룬 한줌한줌의 구체적인 흙이 아니라 수시로 변화되는 무변한 체구의 추상화된 흙이다. 이 '보드랍다가도 굳어지고', '형체있다가도 없어지며', '수시로 변화되는 무변한 체구'가 흙이라는 물체의 형태이고 특성이다. 시인은 흙이라는 물체의 형태와 특성를 빌어 인간과 만물의 조상신이라는 흙토템의 성격을 부각해내였다. 이 흙의 신령은 때로는 보드라운 품으로 여린 씨앗을 품어주고 때로는 바위처럼 아름드리 로송을 뿌리박게 하며 돌, 물, 언덕, 산줄기, 늪, 바다와 일체화되여 만물의 위대한 어머니가 된다.

"망망한 삼림은 흙의 손가락/드넓은 초원은 흙의 머리칼/넘실대는 호수는 흙의 눈동자/바다는 흙의 가슴에 박힌 거울/흙의 신령은/날마다 창천을 우러러/날마다 경건한 기도 드린다/천만년 길이길이/인류의 창성을 빌어/만물의 번영을 빌어"

시인은 흙을 의인화하여 삼림, 초원, 호수, 바다를 각기 흙의 손가락, 머리칼, 눈동자, 거울로 묘사하면서 흙의 무변한 체구를 형상화하고 있다. 이렇게 대자연을 한품에 안은 흙토템은 날마다 창천을 우러러 인류와 만물의 영구한 창성을 위해 경건한 기도를 드리고 있다. 이처럼 생령을 배태하고 만물을 품에 안은 흙신령은 인류와 만물의 수호신이기도 하다.

토템시 '흙'에서 표현되고 있는 흙의 상징이미지는 인간과 만물의 위대한 어머니와 수호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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