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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별은 어디에? (외 7수)- 허경수

2022-05-20 14:56:01

누가 부르는 곳으로 즐겁게 달려갈 때

별은 당신의 발걸음에서 맴돌이칩니다

기쁜 심정으로 일할 때

별은 당신의 손바닥에서 도르르 구웁니다

흐뭇한 기분으로 정담을 나눌 때

별은 당신의 입안에서 돌돌 구웁니다

서로 싸우다가 화해하였을 때

별은 당신들을 안고 빙글빙글 원무합니다

정겨운 눈매로 산천경개를 바라볼 때

별은 당신의 눈앞에서 미소짓습니다



배설물을 처리하던 손으로

나 시를 쓸 때

별은 나 손끝에서 반짝반짝 빛납니다



별은 저 멀리 하늘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별은 바로 사랑으로 충만된 당신의 가슴 속에, 나의 마음 속에 있습니다!




걸레의 독백



나는 긴다

매일 이 구석 저 구석 핥으며 기여다닌다

땀을 흘리며

먼지를 밥처럼 먹는다

눈물을 흘리며

오물을 마신다



짐승들의 발길에 짓밟히며

기고 또 긴다

참는다

참을 수 밖에 없다



나 할 일 태산같다

쓰레기들이 나를 짓밟고

온 세상이 나를 혹사하고 모욕해도

땅은 나를 알고 있다

살이 찢기고 뼈가 부서지고

피가 말라드는

나의 숨은 고통을






꿀벌이 날아예는 화원

새싹을 키우는 봄비

태풍을 막는 태산

풍랑을 헤치며 달리는 륜선

번개불 아래 피뢰침

때로는 소나기 쏟아져도

이윽고 맑아지는 하늘

함께 웃고 함께 우는 곳




마지막 잎새



나무가지에 매달려 파르르 떨고 있는

나무잎 하나

뭇사람들의 눈총을 받는다



바람은 싸늘하게 불어 스쳐가고

가지는 몸부림치건만

나무잎은 가지를 꼭 물고 놓지를 않네



늦둥이 막내를 꼭 품고 있는

어머니의 마음인가



어미닭 떨어지기 무서워하는

풋병아리의 안스러움인가



어느 날 찬바람이 세차게 불어치며

나무가지는 바람에 몸 맡긴 채

안간힘을 쓰나 그의 곁엔 아무도 없다




아름다운 풍경



아늑한 공원에서

허리 구부정한 할아버지가

파파 늙은 할머니를 앉힌

휠체어를 밀며

느릿느릿 걸어간다



말 없는 두 로인

멍한 눈길

주름투성이 얼굴

뭇 사람들 곁눈질도 하지 않건만



붉게 물든 단풍이

로인들의 어깨에

살풋이 내려앉는다




나의 붓



새벽 안개 비자루 끝에 듬뿍 묻혀

길에 흩어진 마음을 담는다



뭇사람들이 버린 량심의

조각들 쓸어 모은다

떨어진 문명을 줏는다



머지 않은 날이면

은하수에 비자루 푹 적셔

푸른 하늘에 시를 쓰리라






주인이 버린 흙만 있는 화분에서

풀들이 씩씩하게 자라고 있다

씨앗이 바람에 실려와 떨어졌는지

흙들이 잠 든 사이

새들이 몰래 물어왔는지

뿌리를 깊숙히 내렸다



비록 물을 주는 놈도 없고

거들떠 보는 놈도 없건만

하늘을 향하여 맑게 웃는다

바람과 정담을 나눈다




새 아파트에서



새아파트에서 맴돌이치며

창밖을 내다보느라면

옛고향의 정경이 눈앞에 아련히 나타나는 듯

봄이면 

열려진 문으로 제비가 쌍쌍히 드나들고

여름이면

개구쟁이들이 몸에 진흙을 바르고

‘열쇠’를 달랑거리며

와… 와… 소리치며

강물에 풍덩풍덩

응원이나 하는듯 아줌마들의 방치

소리 팡… 팡… 팡…

가을이면

새파란 옷을 입은 메주덩어리 천장에서 데룽데룽

김장철이면

아줌마들의 상쾌한 웃음소리

정겨운 목소리 창문마다에 흐른다

“우리 김치를 맛 봅소”



오, 새 아파트 거울마냥 반짝이는데

간혹 거미줄 춤추는 옛고향의 초가집이 새삼스레 그리움은 웬일이냐?

‘다람쥐’, ‘뽈개지’, ‘코풀레기’는 어디에?

‘소곰재’, ‘쌍가매’, ‘울보’는 또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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