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꽃거리 원달소구역은 ㅁ자 형으로 된 아파트 단지다. 남향쪽 층집의 서쪽과 동쪽편에 큰 차량과 구역 주민들이 드나들 수 있는 대문이 있다. 객지에서 찾아오는 손님들이나 친척들은 동쪽 대문으로 들어오면 서쪽 대문으로 나가고 서쪽 대문으로 들어오면 동쪽 대문으로 나간다. 류동인구가 많고 비여 있는 집이라곤 없어서 사람 사는 냄새가 팍팍 나는 살맛나는 동네다. 정원에는 사철 푸른 소나무와 살구나무, 앵두나무, 오얏나무가 있는데 개화기가 되면 서로 다투어 피는 모습이 가관이다. 친구 정숙이가 가꾸는 화단은 또 얼마나 멋진지 내 눈뿌리를 뺀다. 함박꽃, 백합, 목련꽃, 도라지, 더덕, 가을국화와 분꽃까지 너무 아름답다.
이렇듯 이름다운 동네로 내가 이사오게 된 계기는 정원 오얏나무 아래 자리잡은 아담한 로인활동잠 때문이다. 친구 정숙이가 살기 좋은 마을이라고 어서 오라고 나에게 바람을 불어넣는 바람에 내 귀구멍은 당나귀 귀구멍처럼 커졌다. 하여 나는 재작년 오월, 과일나무에 꽃이 한창 필 때 짐을 싸들고 이사를 왔다.
바로 오얏나무 가지가 우거진 그 아래, 약 65세부터 80세까지의 로인들이 자연스럽게 모여 이루어진 로인들의 쉼터가 있다. 우리는 좋은 소식이 있으면 서로 공유한다. 하여 기쁨은 배로 커지고 슬픔은 반드로 줄어든다.
나는 또 <로년세계> 잡지와 <흑룡강신문>을 주문하여 로인 활동잠에 공급한다. 좋은 문장과 좋은 소식은 특별히 그분들에게 랑독하여 드리기도 한다. 자선 사업을 하는 우수한 기업가와 개체업주들이 불우한 이웃을 돕는 훌륭한 사적을 들으면서 로인들은 감탄을 금치 못한다.
“별일 다 있소. 세상에는 정말 좋은 사람이 더 많네요!”
“참 살기 좋은 인간세상이오.”
“야~ 지금은 서로 돕고 서로 나누면서 모든 시민이 잘 먹고 잘 사니 얼마나 좋소, 양? 우리 로친들도 이 좋은 세상에 오래오래 살기요. 호호호.”
정원에 넘쳐나는 웃음소리에 터새들은 날개를 파닥이면서 춤을 춘다. 작년부터 마을 정원에 깜찍하고 똑 부러지게 야무진 똑같은 크기의 참새들이 그렇게도 많았다. 그저 무심하게 지나쳤는데 친구 정숙이가 그 비밀을 공개하였다.
현재 우리 고향에 기수부지로 많던 참새가 줄어드는 상황에 대비해 최근 정부에서는 러시아에서 한무리의 참새들을 입양했단다. 조류를 입양하다니 금시초문이다. 나는 그 조그마한 생명이 살길을 찾아서 낯선 우리 정원에 온 것을 바라보며 고맙기도 하고 측은한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그 조류들이 무난하게 우리 지방에 뿌리를 내리고 잘 살아가기를 내심으로 빌었다. 여름과 가을까지는 무사했는데 겨울에 접어들면서 연집강 주변과 마을 잔디밭에서 죽은 참새들이 발견되여 나의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마을 로인활동잠에서 수시로 듣는 새로운 정보와 발견은 우리 모두에게 유리한 정보다. 이런 정보는 생태환경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더 한층 높여주고 자연을 사랑하고 애호하도록 이끌어준다.
이 활동잠은 주민들이 나가고 들어오다가 잠시 멈추는 곳이기도 하고 물건을 잠시 맡기기도 하며 심지어 어린이를 잠시 돌보는 곳이기도 하다.
지난해 여름의 어느날 2호동에 사는 예쁜 색시가 출근하던 길에 잠깐 들렸다. “어머님들 안녕하세요! 제가 오늘 아침에 만든 김밥이예요. 나누어 잡수세요.”
“야! 정말 감사하오. 잘 먹겠소, 양.”
그 맛을 나누면서 내 입에서 이런 찬사가 튀여 나왔다.
“뉘 집 며느리인지 음식 솜씨 좋고 인물도 곱고 마음씨도 예쁘네요. 나는 언제면 저런 이쁜 며느리를 삼을 수 있을까요?”
내가 하는 말에 친구 정숙이가 여지없이 까밝힌다.
“어이구~ 저는 엉뚱한 소리를 잘하오. 제가 딸 둘을 키워서 인재로 배양하고 나라에 공헌한 걸 이 세상 사람이 다 아오. 며느리 소리는 꿈에나 하는 소리지 흐흐.”
하하하, 삽시간에 로인들 속에서 악의없는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다음날은 또 멋쟁이 신사 같은 남성이 들렸다.
“할머님들 안녕하세요. 이제 우리 어머니가 외출하는 길에 여기 들리면 이 열쇠를 드리세요.”
“알겠소. 근심하지 말고 날래 출근하오.”
우리는 이구동성으로 빨리 출근하도록 젊은이를 밀어준다.
또 빨래를 널 수 있는 빨래줄과 가을이면 빨간고추, 푸른고추, 자주색 가지를 썰어 널어 말릴 수 있는 대리석 바닥재를 깐 공터까지 있다.
아래 집 빨래든 옆집 말린 남새든 바람이 불면 날려갈까 보살피고 비가 오면 젖을세라 걷어서 보관한다. 공터에 쌓이는 정과 인간미가 넘쳐나는 우리 마을은 행복이 넘치는 삶의 터전이다.
한때는 젊음의 패기가 넘쳐나는 우리도 출근하고 나라에 공헌하지 않았던가! 누가 말했던지, 성 쌓고 남은 돌이여서 쓸모가 없다고… 또 누가 말했던가, 퇴직 후엔 제2의 인생이 시작이라고…
지금 우리는 이렇게 살아간다. 손주들을 키우고 젊은이들을 출근시키며 동네에선 걱정 도감으로 이일저일에 참견하고 주민들의 쉼터를 든든히 지키며 부지런히 뒤바라지를 도맡아 한다. 단순히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다. 오랜 삶의 경험으로 다져진 슬기로움으로 세상을 살피는 또 다른 눈이 되여 마을을 지키고 어린 것들을 보듬는다. 그것만으로도 이 자리는 우리에게, 또 이 동네에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공간이 된다. 비록 몸은 늙었을지라도 우리가 품은 마음과 정은 여전히 싱그럽고 우리가 살아온 날들은 이 작은 공간을 통해 새로운 빛을 발한다. 늙은이들이 있는 곳에 지혜와 인정이 넘친다. 그리고 그 지혜와 인정이 스며든 이 활동잠은 단지 쉼터를 넘어 이 마을의 따뜻한 심장이 되여 오늘도 고요하고 활기차게 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