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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찰나의 그 어느 날 (외 10수) - 김승종

2026-07-03 14:30:21

하아얀 비둘기 쌍날개로
캄캄칠야 고달프게 헤치던
찰나의 그 어느 날


동그랗게 벌리란다
마냥 동그란 해님처럼
꽃입술이랑 아-


새하얀 찰나의 그 어느 날
해빛 달빛 별빛 얼싸안고 달려왔단다
나이테에 쾌지나 칭칭 강강술래 품고 달려 왔단다…


지경돌을 어기영청 허기영청 뽑아제끼던 앞집 남령감님도 하얀 치마저고리 할매와 함께
논물싸움으로 허둥지둥 얼굴 붉히던 뒤집 허령감님도 하얀 곁버선 할매와 함께
당당하게 어엿한 새 땅의 주인 되였다며
휘익휘익 쌍날배기 꽃상모를 쌍이쌍이 성수나서 돌리고 돌린다…
인민광장 너머 평화의 노래 들썽들썽
꽃구름도 얼씨구절씨구 두둥실 뜨고 뜬다…


쉿, 잠깐-
함박꽃웃음 웃으며 대융합의 타령에 덩실덩실 어깨춤 추시던 ‘걱정도감’ 아바이는?



두만강에 떼목이 흐른다


여보소, 벗님네들!
버빡골 할배 떼목 앞에서
거연히 뼈로 솟아 처절히 흐르오
죽림동 할배 떼목 뒤에서
소소리 탑으로 솟아 꿋꿋히 흐르오
진달래동산 지나
살구꽃동네 돌아
굽이굽이마다 아리랑 구성지오
어이야 듸야 어이야 듸야
두만강에 겨레의 전설
새하야니 새하야니 흐르고 흐르오…



시인 할배


두만강역 호곡령에 올라서
애나무 심던 할아버지
두만강가에 되돌아와
오늘도 읊조리오
하얗게
뼈물고 일어선
단군가족 시혼을…


-화룡 로과 호곡령 리욱시비를 보고



시인 나그네


정갈한 시내물의
맥박 헤아리던
고향의 맏아들
고향의 들국화와
정다웁게 이야기하다
오늘은
룡두레우물가
흰옷 입은 김삿갓 나그네…


-룡정고급중학교 김성휘시비를 보고



지경돌 사나이


새까만 밤장막 일깨우러
북으로 북으로 달려온 사나이
살구꽃, 배꽃 꽃구름같이 피는 언덕아래에
배움의 전당 우뚝 세워놓은 사나이
오늘도
대강당 뒤편 소나무 청청 푸른 저 언덕 뒤동산에서
낮고도 낮은 자그마한 지경돌로 서서
조용히 조용히
수많은 새싹들 등뒤를 소리없이 밀어주며
하냥 빙그레 웃는 사나이


-연변대학 뒤동산 정판룡문학비를 보고



사슬


그 어느 날 찰나
먹이사슬과 삶사슬들이 마구마구 처절히 끊기는 소리 소리


그 어느 날 새벽녘,
최후의 한 이파리 쓰러질 때


앗-
도롱이가에서 폴짝거리며
개굴개굴 윤 흐르며 구성지게 울어대던
록색스러운 다락논두렁 청개구리들은?


-모두들, 무사함둥…



‘산’이 되기 전


써-억
느지막
25시 너머 넘어
누우런 이끼 돋친
침묵의 천년바위 앞에서
죽림동 개구쟁이들에게
울 할매가 정성껏 빚어 만든 깨보리떡을
정나미 정나미 맛나게 먹이고싶어짐은 또…


저-
높은 산 아래
자그마한 ‘산’이 되기 전


-모두들 깻까잠둥…



가락


엄마
엄마
나의 고향 엄마는
마냥 남들을 위한 가락
그렇게도 그렇게도
수천가락 수만가락을
고경스럽게 고경스러이 쳐주셨소이다


엄마
엄마
나의 고향 엄마는
사뭇 자신을 위한 가락을
단, 단 한번도 단 한번도
아니 치시고 아니 치시고 가셨소이다


나의 고향
엄-마-



뙈기


아버지
아버지
나의 고향 아버지는
마냥 남들을 위한 뙈기 뙈기를
그렇게도 그렇게도
수천자락 수만자락
찬란하게 찬란스러이 펼쳐주셨소이다


아버지
아버지
나의 고향 아버지는
사뭇 자신을 위한 뙈기를
단, 단 한자락도 단 한자락도
아니 갖고 아니 갖고 가셨소이다


나의 고향
아-버-지-



할배님, 이 눔은 참 몰랐습니다


이제껏
이제껏
이 내 어깨에
성스럽고 성스러운 멍에가
이렇게 저렇게
뭇산처럼 장중스럽게 짊어져 있는줄을 몰랐습니다


이제껏
이제껏
이 내 가슴 가슴 속에
온 누리와 온 무루와
바람앞의 바랑과 함께 함께
그렇게도 그렇게도
효행공덕과 존귀봉헌과 겹쌍으로
항용 모자람을 참 몰랐습니다


나의 고향
할-배-님-



죽림동 세월에게 묻노니


봄우뢰 운다
봄우뢰 메아리친다


싯누렇게 얼기설기 금이 간 골짜기 넘어 넘어
새하야니 얼어붙은 가슴 가슴 건너 건너
너도나도 한 맘과 뜨거운 뜻 너머 너머로
굽이굽이 장엄한 장백산백 숨결 따라
봄우뢰 운다
봄우뢰 메아리친다


오해 아닌 최대의 죄악의 오해 아니기를
시비 아닌 최대의 죄악의 시비 아니기를
슬픔 아닌 최대의 죄악의 슬픔 아니기를
고독 아닌 최대의 죄악의 고독 아니기를
화약 아닌 최대의 죄악의 화약 아니기를
랑비 아닌 최대의 죄악의 랑비 아니기를…
오늘도 두 주먹 부르짖고 부르짖는다


녹이 덕지덕지 쓴 세상아
가시덤불 천국 세월아
뿌리와 혈맥과 번지는


오,
봄우뢰 운다
봄우뢰 요동친다
봄우뢰 요동치고 있고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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