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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별천지 (외 2수) - 한경애

2026-06-29 10:54:00

— 신강 이녕현 백조호수


세상이 잠에 젖어 있을 때
강물은 밤새 교향곡을 연주하고
그 소리를 따라
백조들이 가장 먼저 눈을 뜬다


얼음꽃나무가 병풍처럼 둘러선 호수
엷은 안개가 천천히 내려앉고
그 속에서 하루가 조용히 시작된다


너무도 고요해
숨소리마저 낮아진다
이 풍경이 깨어질까
발끝마저 조심스럽다


백조는 새벽을 씻는다
오래된 왕족처럼
긴 목을 천천히 굽히고
붉은 부리로 깃을 고르며
물방울을 한올씩 털어낸다


느리지만 흐트러짐 없는 몸짓
안개우를 떠다니듯
백조들은 고요히 움직이고
새벽은 아직 눈을 감고 있다


이윽고 동녘에
첫빛이 번지기 시작하자
호수는 연분홍 숨결을 머금는다


눈 맞은 한쌍의 백조
나란히 물우를 미끄러지며
긴 목을 서로에게 감는다
물결우에 사랑의 곡선을 그리듯


동녘을 향해 목을 세우고
기적소리 같은 울음으로
새 아침을 깨운다


한쌍의 백조는
물우에 그림자를 겹쳐 흐르며
천천히 원을 그린다


그리고
수면을 박차듯 달리기 시작한다


활주하듯 물길을 가르고
이내 커다란 날개를 펼친다


빛을 등에 업은 채
하늘로 미끄러지듯 떠오른다


안개는 갈라지고
얼음꽃 나무의 꽃잎같은 서리가 흩날린다


그들은 어디로 가는가
쌍쌍이
저마다의 보금자리를 향해


새벽빛 한조각
등에 업은 채



민들레 꽃씨


씨앗 한톨에
락하산 하나


엄마의 바람 달고
세상으로 떠난다


고향이 따로 있으랴
정이 드는 곳
그곳이 고향인 것을


내 새끼
하늘 끝 어디라도
꿈을 향해
높이, 높이 날아라



우수(雨水)


오랜 기다림 끝
고인 그리움만큼
이슬이 내린다


아침 첫 물 한모금에
세상은 기지개를 켜고


나도
한톨 씨앗 되여
감로수 머금고
꽃으로 깨어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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