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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어느 만추- 정세화

2026-05-14 11:44:29

하늘 향해 올곧게 선 멋진 큰 나무, 그 옆에 예쁜 작은 꽃 한 송이가 피였다.

어느 날부터였나, 나무는 가지를 길게 내려 작은 꽃잎을 건드렸다. 살짝살짝 들킬세라 조심조심, 꽃이 아파할세라…

“귀엽고 앙큼하고 달콤하고 아름답구나 꽃아 꽃아!” 작은 꽃은 큰 나무 소리에 화들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혼잡한 먼지를 떠나 높은 언덕에 자리 잡고 고요함에 취하여 낮이면 막춤도 추고 노래도 맘껏 질렀는데… 나무가 있었구나. 부끄러운 나머지 “나무 너 입이 왜 그리 커, 날 삼킬 것 같아. 그러니 헤실헤실 웃지 마! 나무 너 소리 왜 그리 커, 하늘에 번개치는 줄 알겠다. 그러니 크게 웃지 마!”라고 앵돌아졌다. 나무는 제꺽 손으로 입을 가렸다.

서로는 언제 왔고 왜 왔는지 묻지 않았다. 고요한 시간 속에 둘은 알고 있었다. 억겁의 인연이란 걸…

큰 바람이 불어왔다. 나무 가지는 바람에 날려 흔들렸지만 뿌리 튼튼했다. 나무가 바람에게 호통쳤다. “까짓 바람, 네가 나를 흔들려고? 백년 네 재롱 본 나야. 어림없어.”

“나무야 나무, 나 어지러워. 쓰러질 것 같아.” 어디선가 가냘픈 소리가 들렸다. 아~ 꽃이 사정없이 흔들리고 있었구나. 나무는 모든 가지를 내려 꽃을 감싸 안고 바람을 막아섰다. 숨이 거칠어질 때까지 안아 뜨거워진 꽃이 “아 숨 막혀”라며 깔깔거렸다.

바람은 재미가 덜한 듯 뒤돌아보지도 않고 휭하니 도망갔다. 해빛이 쨍쨍하고 푸른 상공에 구름 한점 없이 개였다. 꽃은 살짝 감춰둔 꽃 여러송이를 피웠다. 온 들에 꽃향기가 진동했다. 나무는 그 향기에 흠뻑 젖어들어 지그시 눈을 감았다. 방황의 날들, 혼자였던 고독이 스치고 지나갔다.

비가 뚝뚝. 어느새 시간은 지나 장마철이 돌아왔다. 련며칠 비는 그칠 줄 모르고 물을 쏟아냈다. 멀리 밭들이 비에 잠기고 강물은 검푸르게 솨아~ 솨아~ 소리내며 예전에 부드럽게 촐랑이던 다정함을 삼켰다. 나무는 뿌리에 물을 잡아가두라 명하였다. “나무야 나무! 나 무거워 취할 것만 같아. 잎사귀가 열리지 않아. 꽃송이가 무거워 힘들어.” 비물과 눈물로 범벅이 되여 흐느끼는 꽃에게 나무는 조용히 모든 잎을 내려주었다. 잎사귀우로 비물이 줄줄 흘러내리자 꽃은 그제야 톡톡 몸에 묻은 무거운 물을 털고 일어났다. “련며칠 허리도 못 펴고 꼬부랑 할미꽃 되는 줄 알았잖아! 깔깔깔~” “걱정 마, 내가 있잖아.” 꽃은 처음으로 나무잎을 만져보았다. 서로를 마주 보며 키웠던 마음, 기억의 밤 안에 깊이 간직하였다.

시간이 흐르니 나무잎이 누렇게 떨어져 꽃 옆에 한잎 두잎 락엽이 쌓였다. 앙상한 나무를 보며 꽃의 마음은 쓰려났다. “우리 곧 헤겨지네. 이제 피울 꽃도 없어. 씨앗을 떨구어 내 생을 약속할게. 고마워! 긴 시간 보살펴줘서…” 꽃은 젖먹던 힘을 다해 몸을 흔들어 뿌리를 빼고 처음으로 다가가 나무를 만졌다. 수없이 자신을 만져주고 사랑해주고 고무해주고 쓸어주던 나무를 부드럽게 안았다.

“너는 내 생에 기쁨이였어! 내 옆에서 빛나줘서 고마웠어. 용암처럼 뜨거운 사랑 불태웠어. 안녕, 굿잠 기도할게!”

서로에게 자신을 내여준 늦은 가을의 하루, 아름답고 눈부신 순간 세상의 빛이 그들을 비추었다.

“찬바람도 숨어들고 경칩이 되면 삼라만상과 함께 깨여나. 우리 무엇이 되여 다시 만날가?”

그래, 꼭 만나리라!

나무는 남아있는 모든 잎을 꽃우에 떨어뜨렸다. 앙상함이 수북히 쌓인 둔덕에 석양이 빨갛게 기여오른다. 눈물을 닦으며 서로의 밝은 미소를 생각하니 만인이 그 웅대함을 부러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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