黑龙江日报朝文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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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존엄 - 박영옥

2026-04-16 15:35:02

복화는 이름과 어울리지 않게 복이 없는 처녀였다. 원래는 부모가 복이 꽃처럼 피여나라고 ‘복화’라고 이름을 지었건만 시골에서 태여난데다 다병한 아버지때문에 초중을 졸업하고는 농사일에 나서야 했다.

3년간 농사일을 하다가 친구의 알선으로 A시에 가서 보모란 직업을 찾았다. 늙은 어머니가 스무아홉살 나는 아들과 함께 있는 집이였다. 아파트에서 사는 은행직원인 아들 성길이는 인물체격이 좋고 몸단장이 깔끔한데다 품위가 있어보였다. 그와 반대로 안로인은 성격이 퍼그나 괴벽했다. 하여 복화는 다른 집을 선택하려다가 마음을 무척 끄는 것이 있어 주춤하고 말았다. 그것은 객실에 놓인 책장이였다. 그 안에는 수많은 책들이 절서정연하게 꽂혀있었는데 워낙 학교 때부터 독서에 재미를 붙인 복화는 그 수두룩한 책을 보자 눈앞에 아롱진 세계가 펼쳐진 듯 했다. 

그녀는 무슨 일이나 섬세하게 했지만 로인은 언제나 불평을 부렸다. 음식이 짜다 싱겁다 하고 잔소리를 하기도 하고 때론 해바라기 껍질을 일부러 금방 닦아낸 마루바닥에 던지기도 했다. 그 심술을 못 이겨서 보모 여럿이 나갔다는 걸 모르는 복화가 아니지만 그 책들이 그녀의 발목을 잡고 놓을줄 몰랐다.

그녀는 돈도 벌고 지식도 얻으려는 일념으로 꾹 참고 있으면서 로인의 비위를 맞추느라 애를 썼다.

어느 한번은 복화가 채소사러 나갔다가 고향친구를 만나 얘기를 좀 하다 늦게 들어갔더니 로인이 노발대발했다.

“너 어디가서 실컷 놀고 왔구나. 정말 렴치없는 촌놈이구나.”

“할머니, 그게 아니라 사실은…”

“너 왜 대꾸질이야? 가만있지 못하고 무슨 변명이야? 남의 돈을 자기호주머니에 넣기가 그렇게 쉬운줄 알아?”

로인의 사정없는 욕설에 복화는 더 말하지 않았다. 사실 그녀도 공원을 구경하고 싶었고 인산인해를 이룬 시장에 가서 쇼핑하고 싶었고 네온등이 반짝대는 무도장은 도대체 어떤 세계인지 알고 싶었다. 시골처녀에게 있어서 도시는 정말 색채가 다분한 천당이였다. 하지만 그녀는 그럴 겨률이 없었고 또 감히 그럴 여유를 가질 생각도 못했다. 자칫하면 해고를 당하게 되니 말이다. 한달에 받는 사백원 로임이면 아버지 약 대접은 할 수 있지 않는가!

이 도시에서 식당일도 할수 있지만 그래도 보모일이 더 나을상 싶었다. 손님들의 성화를 받을 일도 없고 독서도 할수 있으니 말이다. 또한 보모 직업은 학문이 필요없는 것이 아니였다. 복무 대상의 성격, 심리, 생활습관, 문화수준 등을 료해하는데 시간이 걸리고 생각이 필요하고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니 복무대상을 바꾼다는 것은 고달픈 일이 아닐수 없다. 그건 그렇고 로인의 성격을 이미 장악한 그녀는 그런대로 참아내리라 마음 먹었다. 

그래도 고마운 것은 성길이였다. 그녀의 얼굴에서 한쪼각의 구름장이라도 발견하면 자상히 속매듭을 풀어주었다. 언제봐도 거치른 동작이 없이 단정한 몸가집으로 소파에 앉아서는 상냥한 얼굴로 그녀를 대해주는 성길에 대해 그녀의 마음이 설레이기도 했다. 그러나 성길이의 눈에서 흘러나오는 빛은 결코 사랑의 빛이 아님을 그녀는 알고 있었다.

어느날 복화는 로인이 분부하는 대로 우유를 풀어서 공손히 드렸다. 그런데 또 우뢰가 울렸다.

“이 촌뜨기야. 어째 그리도 아둔해? 너무 뜨겁게 해놓고 나의 입을 데워놓자고 그래?”

“좀 식혔다 마시면 되는 걸 가지구 그래요. 인격목욕을 해도 너무 하는군요. 저도 존중을 받고 싶어요.”

복화는 처음으로 대항하면서 불만을 토로했다.

“또 대꾸질이야? 쫓아내야지 안 되겠구나.”

로인이 기고만장했다.

“좋아요. 이 며칠간의 로임을 줘요.”

복화는 누그러들지 않았다. 여지껏 욕을 밥먹듯 했으니 얼마나 힘들었던가? 오직 침묵으로 생존을 이어가려는 마음을 간직하고 살았으나 무슨 일이나 한계가 있다고 이제는 시골에 가서 땅을 파면서 살지언정 이같은 기시를 당하고 싶지 않았다. 정신적인 시달림과 인격모욕은 육체적로동보다 지겹고 고달펐다. 그녀는 홱 돌아서서 자기 침실로 가서 물건을 수습하기 시작했다. 조금 후 문이 열리더니 성길이가 들어섰다.

“어머니의 말씀에 의하면 복화씨가 떠나겠다고 하던데 정말인지요?”

“로인이 구축령을 내렸는데 떠나야죠.”

복화는 나오는 눈물을 참느라고 입술을 깨물었다.

“복화씨, 여지껏 잘 참아왔는데 더 참을 수 없습니까? 금방 어머니가 아쉬워하는 눈치를 보이면서 못 가게 해달라고 부탁하더군요. 우리 어머니가 입은 칼날같지만 마음은 그렇지 않습니다.”

“흥! 아쉽다구? 그런 마음이라면 왜서 그렇게 처사하는가요? 전 꼭 떠나겠으니 어서 이 며칠간의 로임을 결산해요.”

“복화씨, 한가지 할 말이 있는데 말해도 될가요?”

성길이의 목소리가 약간은 떨렸다. 복화가 머리를 끄덕이자 성길이가 입을 열었다.

“난 어느때부터인지 복화씨를 사랑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내 곁에 있어주세요.”

“그건 절 남겨두려는 구실에 불과해요. 선생님은 저를 종래로 사랑하지 않았어요.”

복화가 쓴웃음을 지었다. 어느 때부터라면 어느 눈길, 혹은 언어에서 표현되는데 전혀 그런적 없었던 것이다.

“아니, 정말인데요. 뿐만아니라 복화씨가 남겠다면 이후 농촌호구도 도시호구로 옮겨주려고 하구요. 그러면 복화씨는 이 도시에 영원히 발을 붙이게 되지요. 그래 이런 욕망이 없단 말입니까? 그리고 오늘 내 요구를 들어준다면 돈을 요구대로 줄게요.”

말을 마친 성길이가 그녀를 끌어안았다. 그리고는 그녀의 옷단추를 벗기려 했다.

“선생님, 자중하세요. 저는 이 도시를 좋아하지만 이같이 비루한 행동으로 그 욕망을 채우고 싶지는 않아요.”

복화의 목소리는 낮았으나 엄숙했다. 그러나 성길이의 억센 손은 풀리지 않았다.

“그럼 제가 110을 부를 수밖에 없군요.”

복화의 날이 선 말에 성길이의 손이 풀렸다.

“복화씨. 정말 떠나지 말아주세요. 우리가 다시 보모를 찾는다 해도 복화씨처럼 인내력과 자제력이 강한 녀자를 찾을 것 같지 못합니다. 그럼 이렇게 할가요? 로임을 백원 더 올려주면 남아있겠죠?”

“그래도 싫어요.”

“그래 복화씨는 우리 집에 아무런 미련도 없단 말입니까? 나를 포함해서 말입니다.”

성길이가 바투 들이댔다.

“그래요. 농촌사람이라고 기시하는 어머니와 오늘 날 점유하려 했던 아들의 심보를 다 알았는데 어찌 더이상 남겠어요?”

복화의 집요한 고집에 성길이의 얼굴 근육이 푸들대더니 이어 입가에 조소가 서려있었다.

“어서 사라져요. 제딴에 아주 대단한줄로 알지만 그래도 촌뜨기가 아니고 뭐요?”

“뭐요? 여지껏 진주로 보아오던 선생님이 원래는 이런 인간이였군요. 도시에서 고등교육을 받으며 자란 선생님이 됨됨이가 정말 엉망인줄 몰랐어요. 어찌보면 농촌사람보다 못해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걸어나가는 복화를 두고 성길이는 더 어쩔 수 없었다. 그것은 시골처녀의 배짱이고 고집인 것이 아니라 존엄이였던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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