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 후 서른 해
먹거리 찾아
많은 도시를 떠돌았다
해마다 먼 걸음 끝에
“이번이 마지막이다”던 엄마
그 목소리는
십여년째 침묵한다
그 ‘마지막’이 어느 해였더라
기억을 넘길 때마다
구멍난 속만 쓰라린다
처음 늙는 나이
나이 드는데 대한
질문에
나는 웃었다
나도 처음
늙어보는 중이라
그 답을 알 리가 없다
그저
잡을 손을 맞잡고
낯선 저녁으로
함께 들어설 뿐이다
비 없는 청명
올해 청명
비는 오지 않았다
흘러간 이야기 속
젖던 기억은 다 마른 채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아래
해는 눈물을 말리고
내 가슴은
쩌억, 갈라진다
국밥에 김치
국밥 한그릇에
김치가 없다는 사실
그 자체로 잔인하다
오늘 내 손에 쥔
이 모든 풍경 우에
너라는 쌈장이 없으니
진한 맛은 어디로 갔는가
텅 빈 입안에
쓴맛만 피여난다
잘난 내 자식
설날 아침
먼 곳의 큰 아들이
작은 화면 속에
웃음을 띠운다
짧은 세배에 긴 침묵
제 새끼와 놀다 지친
이집의 못난 자식은
소파에서 식취한
낮잠을 재청하는데
주방에서 피여오르는
에미의 투정
들었는지 말았는지…
도시의 하늘
밤의 도시
별을 세는 일은
옛말이 되였다
은하수 자리에
먼지 쌓인 기억만
어둡게 앉아 있고
행방 없는 나는
낮처럼 환한 불빛 아래
그림자가 되여
방황한다
꿈의 귀향
초승달을 타고
동녘으로 미끄러지네
역류에 노를 저어
밤하늘의 강을 건너니
어둠을 가르며 닿은 곳은
이제 막 눈 뜬 아침
고향 지붕엔
들풀이 속삭이고
해빛은 문턱에 기댄 채
내 어깨를 감싸네
별명
한때는
시인이라는 별명이
칭찬처럼 들렸다
이제는
그 말을 들으면 나는
그림자 뒤로 숨는다
그림자 속에는
침묵의 시
한수가
썩어가고 있다